한갓진, 하이브리드형 패시브하우스 인제 주택 ‘화온당’

ARCHITECT CORNER

강아지 세 마리와 함께 아파트에서 살던 건축주는 오랜 기간 발품을 팔아 드디어 강원도에 땅을 매입했다. 그곳에서 앞으로 적게는 30년, 길게는 90세가 될 때까지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축사님,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한갓지다’입니다”라고 했다. ‘한갓지다’, 들어본 듯하면서도 왠지 낯선 단어다. 사전을 들추어보니, ‘한가하고 조용하다’라는 뜻이다. 첫 만남 후 내 머릿속 한 편에는 늘 ‘한갓지다’라는 단어가 굴비처럼 걸려 있었고, 내가 건축가로서 항상 추구하는 따뜻함과 편안함의 공간과 장소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설계하는 내내 곱씹고 또 곱씹게 됐다. 집의 구조는 중목구조 그리고 성능은 오래도록 건강하고, 쾌적하며, 적은 에너지로도 유지 가능한 3.6리터 패시브하우스로 설계했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 사진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인제군
건축구조 중목구조, 철근콘크리트조(차고)
대지면적 783.00㎡(236.86평)
건축면적 134.44㎡(60.67평)
연면적 196.67㎡(59.49평/차고면적 포함)
1층 134.44㎡(40.67평)
2층 62.23㎡(18.82평)
건폐율 17.2%
용적률 20.7%(차고면적 제외)
설계기간 2023년 5월 ~ 9월
시공기간 2023년 11월 ~ 2024년 5월

설계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02-6338-3131 sgim.co.kr
sgim01@naver.com
시공 ㈜위빌건설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외벽 - 세라믹타일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수성페인트
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
바닥 - 원목마루
단열재
지붕 - 셀룰로즈 240T + 32K 글라스울 40T
외벽 - 비드법보온판 2종3호 250T
바닥 - 비드법보온판 2종1호 240T
계단재
디딤판 - 자작나무 합판
난간 - 강화유리난간
창호 앤썸캐멀링 88
주방가구 한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경동나비엔
열회수환기장치 Zehnder Comfoair Q350

5월 어느 날, 집을 앉힐 땅에서 건축주를 만났다. 대지는 마을을 지나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로 들어가면 나온다. 큰길에서 차량으로 들어간 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도 강원도 특유의 산세와 풍광이 어느새 성큼 다가와 나를 감싸 안았다.

강원도 특유의 산세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필로티 공간. 집 속에 풍경이 깃들게 한다.
1층 높이의 차고를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 단차가 있는 지형 속으로 집어넣고 상부는 테라스로 활용할 수 있게 계획했다. 대문에 들어서서 맞이하는 널따란 포치는 진입 마당과 현관, 안마당을 동시에 이어준다.

자연을 연결하는 집
대지 앞에는 모내기를 마친 논이, 뒤에는 건축주의 강아지들이 뛰노는 운동장으로 바꿔 놓을 밭이 있었다. 대지 형상은 불규칙했으나 남향이어서 대체로 밝고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늘 하던 설계 작업이라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막상 집이 자리잡을 땅에 오면 항상 새롭고 어렵다. 대지를 둘러싼 조건과 그 안에 살게 될 사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곳에 자리잡을 새로운 집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푸르름으로 둘러싸인 자연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풍경 속에 집이 들어서고 집 속에 풍경이 깃들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강아지들과 함께하는 집이지만 건축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적절하게 구분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 여겨졌다.

경사진 지붕 형태를 그대로 살려 조성한 거실이 인상적이다. 중목구조의 특성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몇 개의 기둥과 보를 바깥으로 드러냈으며, 거실과 연결된 계단 밑에는 강아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경사진 지붕 형태를 그대로 살려 조성한 거실이 인상적이다. 중목구조의 특성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몇 개의 기둥과 보를 바깥으로 드러냈으며, 거실과 연결된 계단 밑에는 강아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경사진 지붕 형태를 그대로 살려 조성한 거실이 인상적이다. 중목구조의 특성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몇 개의 기둥과 보를 바깥으로 드러냈으며, 거실과 연결된 계단 밑에는 강아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중목구조가 그대로 노출된 주방. 상부장을 설치하지 않고 큰 창을 내 밝고 깔끔한 공간으로 완성했다.

장소를 연결하고 공간의 중심을 만들다
마을에서는 조금 떨어진 장소지만 대지 앞 논 주변으로 집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도 한다. 차고 앞은 길에 맞닿아 개방된 진입 마당과 집에 바로 연결된 안마당을 담장으로 구분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진입 마당을 지나 대문에 들어섰을 때 맞이하는 넓은 포치는 진입 마당과 현관, 그리고 안마당을 동시에 이어준다. 대지 북쪽에 3m 가량의 높이 차를 가진 강아지 운동장 겸 밭이 있는데, 1층 높이의 차고를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 단차가 있는 지형 속으로 집어넣으면서 상부를
테라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목조주택은 평지붕이나 2층 테라스를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하면서, 본체와의 단열 영역을 분리해 주고 평지붕 외단열 방수기법으로 시공해 뒤쪽 밭과의 높이 차이를 건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연결 공간 역할을 하도록 했다.
대지 동쪽인 안마당 우측에는 작은 개천과 산이 맞닿은 넓은 공터가 있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자리잡은 커다란 벚나무와 호두나무가 있다. 거실과 식당, 사랑방에서 동시에 연결되는 동측의 필로티 아래 공간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실내와 외부를 연결하고, 주변의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다양한 바깥 활동의 중심 공간이 된다.

단차를 활용한 사랑방. 주방 천장의 보와 사랑방 미닫이문에서 내추럴한 분위기가 묻어나고 있다.
계단 폭만큼 바닥이 개방된 보이드 공간은 2층 복도와 1층 거실을 시각적으로 연결시켜 준다.
자작나무 합판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계단을 오르면 마을의 풍경을 담은 큰 창을 마주한다.

내부 공간은 단순한 구조지만 중목구조의 특성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몇 개의 기둥과 보가 바깥으로 드러나 있으며, 경사진 지붕 형태를 살리고 작은 보이드 공간과 맞물리도록 계획해 시각적으로 풍성한 공간감을 가진다. 무엇보다 각 공간은 기능적인 동선을 가지면서도 외부에 만들어진 포치, 테라스, 툇마루, 필로티와 같은 반 외부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차고와 연결된 현관에 들어서서 공용화장실이 있는 작은 복도를 지나면 경사진 지붕 형태를 살린 거실과 중목구조가 그대로 노출된 식당 그리고 사랑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천장고의 거실과 식당 사이에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마을의 풍경을 담은 큰 창이 있고, 계단 끝에는 차고 상부의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 출입문이 있다. 이 문을 통해 대지 북측의 밭이자 강아지 운동장인 높은 터와 공간이 이어진다. 계단에 연결된 복도 옆으로는 계단 폭만큼 바닥이 개방된 보이드 공간이 펼쳐져 2층 복도와 주 생활 공간인 1층 거실을 시각적으로 연결시켜 준다. 1층이 강아지들과 함께하며 외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적 영역이라면, 2층은 강아지들과 떨어진 건축주만의 힐링 장소가 된다. 넓은 창을 통해 동측으로 펼쳐진 산과 벚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욕실과 안방 그리고 종종 손님이 머무르게 될 게스트룸이 있다. 2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1층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테라스는 독립적인 장소를 제공하고, 게스트룸과는 툇마루로 이어져 2층의 외부공간 역할을 한다.

넓은 창을 통해 주변의 산과 벚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안방은 건축주만의 힐링 공간이다.
우드 톤의 타일이 유니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2층 욕실. 창밖 풍경이 한갓지다.
2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테라스의 풍광은 1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길에 맞닿아 개방된 진입 마당과 집에 바로 연결된 안마당을 담장으로 구분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평온함이 깃드는 집
작년 늦봄에 설계를 시작해 같은 해 늦가을에 착공했고, 폭설과 같은 강원도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참고 견디며 꼼꼼하게 시공해 두 차례에 걸친 기밀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했다. 그리고 올해 봄, 콘크리트 구조와 중목구조가 혼합된 하이브리드형 패시브하우스가 완성됐다. 외부 공사가 마무리될 무렵 조경작업을 함께하고자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건축주는 먼저 집에 입주한 후 직접 씨를 뿌리고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어 가며 미처 완성되지 못한 조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새로운 공간에 건강하게 적응해 나가는 세 마리의 강아지들과 함께 보내는 노곤하기도 한 나날들이지만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주위의 자연과 풍경을 한껏 누리고 있다고 전해 왔다.

푸르름으로 둘러싸인 집. 한가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푸르름으로 둘러싸인 집. 한가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중목구조와 철근콘크리트구조가 혼합된 하이브리드형 패시브하우스의 세련된 외관

집이 완성되고 건축주가 직접 지은 당호는 ‘화온당和穩堂’이다. 당호가 가진 뜻처럼 건축주가 집에서 노년이 될 때까지 강아지들 그리고 사계절 풍성한 풍경을 자아내는 자연과 함께하는 한갓진 삶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삶과 집에 늘 평온함이 깃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