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뻘한테 맞은 썰 푼다”...넷플릭스가 ‘타이슨VS유튜버’ 싸움붙인 이유는? [올어바웃스포츠]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4. 12. 11. 08: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갑을 앞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좌)과 유튜버 겸 복서 제이크 폴 <출처=Rollingstone>
최근 격투 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특별한 매치가 열렸습니다. 과거 복싱 헤비급 챔피언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마이크 타이슨(58세)과 유튜버 겸 복싱 선수 제이크 폴(27세)의 맞대결이 그것입니다. 두 사람의 나이차만 30세에 달해 흥미로운 세대 대결로 화제를 모았죠. 하지만 결과는 다소 싱겁게 끝났습니다. 제이크 폴이 8라운드 판정승을 거두며 경기를 마무리했죠.

그럼에도 이 경기가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가 최초로 시도한 실시간 스포츠 중계 이벤트였기 때문입니다. WWE 프로레슬링과 같은 쇼엔터테인먼트 중계를 넘어서, 경기 실황을 그대로 중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죠. 이는 단순한 실험이 아닌, OTT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OTT 스트리밍 전쟁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구축해온 넷플릭스는 왜 스포츠 중계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걸까요? 짧지만 굵게 알아보겠습니다.

격화되는 스포츠중계 확보 경쟁...2027년엔 들어간 돈만 50조원
올해부터 한국프로야구(KBO) OTT 서비스를 시작한 티빙 <출처=티빙>
OTT의 스포츠 중계 열풍은 한국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OTT 플랫폼 티빙은 올해부터 한국프로야구(KBO)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죠. 이 계약은 3년간 연평균 450억 원으로 국내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중계권 계약입니다. 초반 잡음이 있었지만, 티빙은 점차 야구팬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 역시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K리그를 포함한 국내 스포츠는 물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북미프로풋볼(NFL)까지 다양한 종목의 중계권을 차례로 확보하며 팬들에게 스포츠 중계의 성지라는 평을 얻고 있죠. 팬들의 갈증을 제대로 해소해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경쟁은 미국에서 특히 치열합니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TV, 애플TV 등 익숙한 이름들이 앞다퉈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죠. 전통적인 유료 TV의 구독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스포츠 팬들은 OTT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S&P 글로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TV 및 스트리밍 서비스가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무려 295억4000만 달러(약 41조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는 2015년 대비 약 두 배로 늘어난 수치이며, 2027년에는 350억 달러(약 49조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군비경쟁’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 간의 경쟁은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문 스트리밍 업체 푸보티비는 ESPN, 폭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스포츠 중계 플랫폼 베누(Venu) 출시를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 3사는 스포츠 중계권을 통합해 월 43달러(약 6만 원)에 패키지로 제공하려 했지만, 푸보티비는 이를 두고 “시장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결국, 뉴욕 남부지법은 푸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스포츠팬 4명중 3명은 “경기 보려면 OTT 추가구독”...킬러 콘텐츠된 ‘스포츠 중계’
미국의 연간 텔레비전 및 OTT 스포츠중계권료 합계 <출처=S&P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이렇게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스포츠가 시청자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경기를 보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옮기는 데 주저하지 않는 특성을 보입니다. 미국 미디어 연구소인 허브엔터테인먼트리서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스포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경기를 보기 위해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할 의향이 매우 높다고 답했습니다. 스포츠 팬의 약 75%가 “필요하다면 새로운 OTT 구독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며, 특히 NFL, NBA, 프리미어리그 팬의 절반은 “새 플랫폼이 필요하다면 가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 팬들과는 차별화된 스포츠 팬들의 특징입니다.

팬들은 단순히 특정 경기만 시청하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조사에 따르면, 스포츠를 시청하던 팬의 31%는 경기 중 홍보되는 다른 쇼나 스포츠 콘텐츠를 보기도 하고, 27%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같은 채널에서 다음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스포츠 콘텐츠가 단순히 한 번의 조회수로 끝나지 않고, 그 이후 다른 콘텐츠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허브리서치 대표는 이를 두고, “스포츠 콘텐츠는 스트리밍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포츠가 방송권 비용은 높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팬층과 매 시즌 반복되는 수요를 가져다주는 콘텐츠라는 겁니다.

실제로 스포츠팬의 80%는 시즌 동안 좋아하는 스포츠를 TV에서 보는 다른 어떤 콘텐츠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는 OTT 서비스들에게 단순히 추가적인 콘텐츠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팬들의 높은 충성도는 플랫폼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비싸도 너무 비싸다...‘한철 장사’ 대신 다큐멘터리에 올인했던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출처=넷플릭스 갈무리>
모든 OTT가 스포츠 ‘실황 중계’ 확보 전략에 매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위인 넷플릭스는 중계권이 아닌 스포츠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마이클 조던의 위대함을 어린 세대에게까지 전파한 ‘라스트 댄스’가 대표적입니다. NBA의 악동 자 모란트는 현 세대의 황제 르브론 제임스가 역대 최고였다고 생각했지만 ‘라스트 댄스’를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또 다른 성공적인 다큐 시리즈는 ‘Drive to Survive’입니다. 이 F1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드라마틱한 내러티브와 깊이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이 시리즈는 미국내 F1팬 확보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 내 F1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1년 ESPN의 F1 시청률은 54%나 증가했으고, 시청자의 34%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F1 팬이 되었다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이 스포츠 팬층을 확대하고, 스포츠 브랜드에 이익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넷플릭스가 이처럼 틈새 시장을 공략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 돈이 덜 들기 때문입니다. NFL 한 시즌을 스트리밍하는 비용보다 수십 개의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비용이 더 쌉니다.

또 다큐멘터리는 특정 시즌에 한정되지 않고 일년 내내 팬들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챔피언이 결정된 2024 KBO 정규시즌 경기는 더이상 소구력이 없지만, 기아타이거즈의 우승 다큐는 내후년에도 팔리는 콘텐츠지요.

‘군비경쟁’도 진화한다...시작된 ‘스포츠 컨텐츠 시대’
격화되는 OTT 경쟁 일러스트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스포츠 다큐에 집중했던 넷플릭스는 ‘타이슨VS폴’의 경기를 스트리밍하면서 전략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오는 크리스마스에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NFL 2경기를 중계할 권리도 사들인 상황이지요.

그러나 업계 1위의 실황 중계 전략은 남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타이슨VS폴’의 대결은 경기 전 둘간의 서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시청자들은 이 대결을 단순히 복싱 경기가 아닌 두 사람의 서사가 마주치는 교차점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몰입력은 더욱 심화됐지요. 한물간 복서와 아마추어-프로의 경계선에 있는 유튜버의 경기가 6500만명이라는 시청자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이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OTT 플랫폼 간의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격화되고 이에 더해 진화할 전망입니다. “스포츠 콘텐츠의 힘”을 깨달은 플랫폼들이 이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된 다양한 스포츠를 모두 즐기고 싶은 팬들에겐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과연 이 군비 경쟁의 끝은 어디일까요.

<참고문헌과 외신> ◎https://www.mediaplaynews.com/hub-research-sports-big-influence-in-viewers-platform-choice/ ◎https://www.spglobal.com/marketintelligence/en/news-insights/blog/the-party-is-over-tupperware-s-failure ◎https://medium.com/@Perceptalk/netflix-is-reinventing-sport-b90c2d1fac13 ◎https://advanced-television.com/2022/11/01/analysis-live-sports-no-longer-key-subs-driver/

≪[올어바웃스포츠]는 경기 분석을 제외한 스포츠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스포츠가 건강증진을 위한 도구에서 누구나 즐기는 유흥으로 탈바꿈하게 된 역사와 경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 수백억원의 몸값과 수천억원의 광고비가 만들어내는 산업에 자리잡은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알게 된다면, 당신이 보는 그 경기의 해상도가 달라집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