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페더급 경기에서 1라운드 유효타 격차가 22 대 58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그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상대는 두 배 이상 타격을 쌓았고, 얼굴에는 출혈이 생겼으며, 다리가 흔들리는 장면까지 나왔다. 그런데 최두호는 2라운드 4분 29초에 산토스를 바디샷으로 쓰러뜨렸다. 이 결과는 단순한 역전이 아니다. 라운드와 라운드 사이, 60초의 코너 타임이 경기 전체의 구조를 바꾼 사례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선 최두호가 어떤 맥락에서 옥타곤에 올랐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35세, UFC 데뷔 후 12년 차. 2023년 복귀 이후 정찬성의 지도 아래 재정비에 들어간 최두호는 빌 알지오와 네이트 랜드웨어를 연파하며 2연승을 달렸다. 산토스전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의 3연승이 걸린 경기였다. 여기에 배경이 하나 더 있었다. 산토스는 이정영과 유주상을 연속으로 꺾으며 '코리안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상태였고, 경기 전 배당률도 최두호가 열세였다. 브라질 출신의 산토스는 최두호 본인이 무릎 부상으로 출전을 취소한 자리에 대타로 들어온 유주상을 KO로 눕혔던 선수다. 단순한 페더급 매치가 아니었다.

1라운드가 문제였다. 산토스의 전략은 명확했다. 초반에 높은 페이스로 바디킥, 오버핸드, 어퍼컷, 더티복싱을 연속으로 섞으며 압박하는 것. 그리고 그 전략은 적중했다. 최두호는 잽과 카프킥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산토스가 크게 들어오는 순간마다 손을 거두고 가드 안에서 멈췄다. 잽과 모션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압박할 때만 되면 공격이 멈췄다. 유효타 22 대 58은 최두호가 아무것도 못 한 결과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반격을 포기한 결과였다.

정찬성이 1라운드 종료 후 코너에서 짚은 것이 정확히 이 지점이었다. 그는 최두호에게 "왜 이렇게 말렸냐"는 말로 시작해, 산토스의 공격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크게 한 번 들어오는 건 똑같다"는 진단이었다. 그 다음이 핵심이었다. "가드로만 막고 있다. 가만히 있지 말고 펀치가 나가야 한다." 전략 변경이 아니었다. 최두호가 이미 갖고 있는 무기인 잽과 원투를, 산토스가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에도 멈추지 말고 계속 내라는 지시였다. 여기에 위험 경고도 붙었다. 케이지로 몰았을 때 무리하게 파고들면 회전 공격을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2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최두호는 잽을 다시 꺼냈고, 산토스가 압박해 들어올 때 원투와 바디 잽으로 진입을 끊기 시작했다. 산토스 입장에서는 1라운드와 같은 방식으로 들어갔지만, 더 이상 무사히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압박할 때마다 최두호의 주먹이 먼저 섰다. 결과적으로 산토스는 체력을 소모했고, 중반 이후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산토스의 두 차례 테이크다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끝나며 체력 방전은 가속됐다. 결말은 바디샷이었다. 최두호는 경기 후 "잽을 많이 허용하자 산토스가 가드를 바짝 올렸고, 그래서 복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정찬성이 주문한 잽의 지속이 산토스의 얼굴 방어를 끌어올렸고, 그 공백을 왼손 바디샷이 파고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코칭의 내용이 얼마나 행동 단위로 구체적이었느냐다. "더 해라"가 아니었다. "상대가 들어올 때 멈추지 말고 펀치 세 개를 내라"였고, "케이지에서 무리하게 들어가지 마라"였다. 격투기 코너 타임에서 이 수준의 진단이 나오려면 경기를 전술적으로 읽는 능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찬성이 짚은 것은 산토스의 공격이 강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공격의 패턴이 반복된다는 구조적 약점이었다. 최두호가 그 지시를 2라운드에 즉각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 본인의 기량이 뒷받침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토스는 이 패배로 UFC 커리어 첫 KO 방식의 패배를 기록했다. 코리안 파이터에게 3연승을 노렸던 계획은 완전히 차단됐다. 최두호는 경기 후 페더급 랭킹 15위 파트리시우 핏불을 다음 상대로 지목했다. 랭킹 진입을 위해서는 이름 있는 상대가 필요하고, 최두호는 그것을 알고 있다.
3연승이 만들어졌다. 이 흐름이 랭킹 진입으로 이어지려면 다음 상대 선택이 중요하다. 35세의 페더급 파이터에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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