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6주년]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참여자, 달라진 삶
해외 어학연수 경험…더 넓은 세상 눈뜨다
[미국 미시간대 다녀온 장지호씨]
아동복지시설서 지내다 자립준비
학문 지속 위해 연수 필요성 느껴
어학 자격증 점수 기준 없어 신청
영어 공부 결심한 큰 동기 부여 돼
해외 싱크탱크 취직·교수직 희망
[중국 푸단대 다녀온 석하엘씨]
취업 준비·어머니 간병에 지쳐있을 때
삶의 동력 되어준 고마운 프로그램
열정·포부 외 별다른 조건 없어 도전
다양한 경험 토대로 새로운 진로 선택
현재 외무영사직 준비…꼭 꿈 이루고파
370만명 청년들이 살고 있는 경기도. 이들 가운데 경제적 형편 등을 이유로 해외 여행은 물론 해외 연수라는 꿈을 꿔본 적 조차 없던 청년들이 있다. 심지어 비용부담 때문에 어학 시험 응시를 망설이는 청년들도 많다. 민선 8기 경기도는 이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학력, 학점, 경력, 전공, 어학 자격증 등 소위 스펙 없이도 미국·호주·중국의 명문 대학에서 연수받을 수 있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이는 청년들의 팍팍한 삶의 단비 같은 기회였다. 인천일보는 사다리 프로그램 1기에 참여하고 1여년이 지난 현재 그들의 달라진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지호 “세상 바라보는 시야 넓어져”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은 어학연수 자체를 꿈꿔볼 기회가 없던 제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을 줬습니다.”
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7~8월 한 달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 다녀온 장지호(24)씨는 이런 소회를 밝혔다.
장씨는 어린 시절 경상북도 상주시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다 사회로 나와 꿈을 쫓아 살아가는 자립준비청년이다. 그는 대구에서 대학을 나온 뒤 성남에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경기도로 올라온 청년이다. 현재 화성시에 거주하며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시설에 거주하던 고등학교 1학년 당시 한 재외동포의 후원을 받아 짧게나마 북유럽 지역을 다녀온 경험이 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장씨는 “사다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국내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며 “상황이 상황인지라 해외 연수 자체를 꿈꿔볼 기회가 없었는데, 아는 동생이 이 프로그램을 소개해준 덕분에 신청해 미국에 다녀오게 됐다”고 했다.
장씨가 미국 미시간대를 신청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프로그램 지원 시 어학 자격증 점수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늘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어 어학 자격증을 따지 않았고, 오히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나 학문을 지속하기 위해 영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장씨는 “사다리 프로그램이 어학 성적을 요구하지 않아 참 좋았다”며 “그러나 막상 가서 생활해보니 내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워 언어 장벽을 너무 많이 느꼈다. 영어 공부를 결심한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장씨는 기억에 남는 것으로 각자 하고 싶은 활동을 영상으로 남기는 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는 미시간대 한국학연구소장과의 인터뷰를 했는데, 이를 통해 더 큰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K팝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이 국제 정치·사회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해외 싱크탱크 취직이나 교수직 등을 해보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장씨는 “이전까지 국내 정치 연구나 정책 조언을 업으로 삼고 싶었다”며 “연수를 다녀오고 나서는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해 해외를 무대로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이 밖에도 4주간의 경험은 장씨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더 넓혀줬다고 말했다.
장씨는 “발대식 때 김동연 지사가 '연수를 다녀오면 시야가 달라지고 그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한 말대로 된 것 같다”며 “정말로 국내에 국한돼있던 그 시야가 해외로 확장됐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했다.
장씨는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사회 환원'이라고 밝혔다. 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기회와 경험을 미래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제공해주고 싶다는 목표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신분으로서 사다리 프로그램을 포함해 지금까지 자라나면서 많은 사람의 헌신과 사랑을 받았다”며 “이는 그냥 주어진 기회가 아니기에 언젠가 사회에 갚아야 한다는 시설 원장님의 말씀이 이 경험으로 확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끝으로 “이 정책은 '기회의 사다리'라고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며 “훗날 '기회의 사다리'를 내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됐을 때 또 다른 '장지호'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내려줘 내가 받았던 기회를 잊지 않고 꼭 갚아주고 싶다”고 했다.
석하엘 “삶 동력 돼 준 고마운 프로그램”
“취업 준비와 어머니 병간호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삶의 동력이 돼 준 고마운 프로그램입니다.”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1기 참여자 석하엘(27)씨는 이같이 프로그램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7∼8월 중국 푸단대에 어학 연수를 다녀왔다.
석씨는 세 남매 중 장녀로 어릴 적부터 가정형편이 녹록지 않았던 청년이라고 했다. 대입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어머니가 심장 부정맥으로 쓰러져 간병을 해야 했었고, 심장 제세동기 삽입이라는 수천만원 비용이 드는 큰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에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당장 일을 해야 하나 갈등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119구급차에 기록된 심장 박동 기록을 통해 국가로부터 수술 비용을 지원받았고, 이후 어머니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 되는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했다. 이에 석씨는 대학교에 무사히 진학할 수 있었고, 피나는 노력 끝에 성적을 높여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생계를 위해 초·중학생 영어 시간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제대로 된 직업을 찾기 위해 법원직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고, 단기간에 합격하겠다는 목표로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1년간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졌고, 그 시점 어머니에게 심정지가 또다시 와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 지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칠 대로 지친 석씨에게 어머니가 사다리 프로그램을 추천해줬다고 한다. 석씨는 사다리 프로그램이 '자기개발 계획서'와 '열정·포부, 도전정신, 진로 계획' 이외에 별다른 조건이 필요하지 않아 도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석씨는 “사다리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학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아서다”며 “처음에 미국에 지원했지만 경쟁률이 어마어마해 떨어졌었다. 하지만 꼭 가고 싶은 마음에 중국에도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붙었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언어 수업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석씨는 “어학연수에 도전할 때 언어에 대해 완벽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뒤처질 우려가 있어 망설이는 경향이 있었다”며 “직접 경험해보는 것과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꼈고, 학교에서 만난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소통하고 명소를 돌아다니면서 '세상은 정말 넓구나'하고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사다리 프로그램 참여자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민간 외교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을 대했다”며 “그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면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매력과 가치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경험들을 토대로 새로운 진로를 정할 수 있었고, 현재 이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 석씨 말이다.
그는 “사다리 프로그램은 중국어를 몰랐던 내게 제2 외국어를 배우는 시작을 터줬다”며 “현재도 중국어 공부를 지속하고 있어 의미가 깊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나가보니 대한민국 국민이 어느 나라를 가든지 안정감·편안감과 안전을 느끼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도와주고 싶어졌다”며 “현재 영사 업무를 담당하는 '외무영사직'을 준비하고 있고, 꼭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사다리 프로그램이란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은 경제적 여건과 성적 등에 상관없이 모든 청년에게 해외 대학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김동연 지사의 대표 청년 정책이다.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가 없던 청년들이 더 넓은 시각에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부터 실시 중인 사다리 프로그램은 김 지사가 아주대 총장 시절에 도입했던 '애프터유(2015~2017)'와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 국가사업으로 제안한 '파란 사다리'의 확장 사업이기도 하다. 사업 취지는 같지만, 대상층을 대학생에서 19~39세 도민으로 확대했다.
우대 대상으로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과 고졸·초대재·초대졸 등 저학력층, 해외여행·연수 경험이 없는 청년, 자립준비청년, 장애 청년이 있다. 또 어학 능력보다는 열정·잠재력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지원 장벽을 낮췄다.
이 같은 기준이 청년들의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기 200명 선발에 5557명이 지원해 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올해 2기는 270명 선발에 7971명이 신청해 29.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기에서는 ▲미국(미시간대, 버팔로대, 워싱턴대) ▲호주(시드니대) ▲중국(푸단대) 등 3개국 5개 대학에 파견했고, 2기의 경우 ▲미국(미시간대, 버팔로대, 워싱턴대, UC 샌디에이고대) ▲호주(시드니대, 퀸즐랜드대) ▲영국(에든버러대) ▲싱가포르(싱가포르국립대) ▲중국(북경대) 등 5개국 9개 대학에서 활동한다.
/정해림 기자 s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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