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한·미관계에도 영향…호르무즈 파병 요청으로 ‘연루·방기 딜레마’ 직면
파병 요청으로 연루·방기 위험 가시화
북한 문제도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대미 외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가 역점을 두는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등 미국과의 현안 논의가 지연됐고, 북한 문제도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으로 인해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정치에서 연루의 위험은 동맹국의 분쟁에 원치 않게 휘말리는 상황을, 방기의 위험은 동맹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버림받는 경우를 일컫는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합의 이후 올해 초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을 협의하려 했다. 그러나 대미 투자 문제로 연기된 데 이어 최근 중동 사태로 다시 미뤄졌다. 협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임갑수 한·미 원자력협력 정부대표 등이 지난 11~12일 먼저 미국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 개시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
미국·이란 전쟁을 통해 한·미관계에서 연루와 방기의 위험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하면서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응한다면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이란 등 중동 체류 한국인과 선박의 안전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 반대로 파병을 거절한다면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 팩트시트 이행 등 현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파병 여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런 고민이 깔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또 파병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등 33개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규탄 공동성명에 참여했지만, 전력 파견에 나선 국가가 거의 없다. 이들 국가 사이에서는 전쟁 상황이 안정된 이후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기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파병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파병을 언급한 만큼 그 무게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 관계 중요성을 고려하면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모른 척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상선이 묶여 있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해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기여할 명분은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다만 직접 군함을 파견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위험 지역 밖에서 다른 군사적 기여를 하거나 비군사적 지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면서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대북 접근법 마련 등 북한 문제를 신경 쓰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이달 말에 중국을 방문하는 계기에 김 위원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중동 사태로 방중도 연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14~15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측은 이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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