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장은 부숴주세요" 했더니...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13년 차이자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말괄량이 딸을 키우고 있는 내일도 맑음입니다. (제 사진 뒤 벽에 붙어 땡깡 부리는 아이가 제 딸이고요.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가 남편입니다.) 7년째 전업주부로 생활하고 있지만,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의류 쇼핑몰을 운영했었고,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나를 꾸미는 것, 또 남을 꾸며주는 것에 관심이 많은 여자였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집은 결혼하고 4번째 우리집이랍니다. 기존의 집들은 거의 신축이어서 따로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홈스타일링만으로 살았었는데 이번에 매수한 집은 11년 차 구옥 아파트라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모조리 뜯어내고 "집주인을 닮은 집", "오롯이 내가 디자인한 집"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도면

저희 집은 남서향의 방 3개, 화장실 3개, 발코니 2개의 타워형 구조랍니다. 처음에 집을 구할 때는 4 BAY로 알아봤는데 리모델링을 하기로 하니 거실보다는 방의 사이즈들이 대체로 조금 더 큰 타워형 구조가 안성맞춤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거실보다 방 사이즈 큰 걸 선호합니다.)

거실 Before

네모 반듯하게 각진 우물천장이 저희 집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모서리를 부드럽게 굴려주었답니다. 올리모델링을 하면서 제가 요구했던 사항들이 그대로 실현되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도 너무 컸습니다.^^

거실 After

입주 후, 현재 거실 모습입니다. 저희 가족은 밖에서 노는 것도 좋아하고, 집에서 노는 것도 좋아해요. 집에서 놀 때는 세 식구가 함께 영화를 보거나 닌텐도 게임을 하거나 보드 게임을 하며 보낸답니다.

편안하게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폭넓은 소파, 그리고 TV와 연결된 게임기, 군것질거리만 있으면 주말 내내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ㅎㅎ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가죽 소파, 패브릭 소파 모두 사용해 봤는데 역시나 전 패브릭 소파가 더 좋더라고요. 가죽 소파는 여름에 살에 닿는 느낌이 덥고 겨울엔 또 춥고,, 그래서 항상 소파 패드를 깔고 사용해야 했거든요.

사실 예전에야 패브릭 소파의 관리 문제 등으로 가죽을 선호했지만 요즘 패브릭 소파는 특수 패브릭 소재로 다양하게 제작되어 웬만한 얼룩은 걸레질로 슥슥 지워지고 오히려 가죽보다 관리하기 편하게 나오잖아요? 심지어 아이가 한 볼펜 낙서도 쉽게 지울 수 있으니 굳이 가죽 소파를 살 이유가 없었네요.

또, 저는 벽 선반 덕후랍니다. ㅎㅎ 빈 벽이 있으면 자꾸만 선반을 달고 싶어져요. 예전 집에서는 벽에 못을 100개를 박아 선반을 달아도 쿨하게 오케이! 해줬던 남편이 이번에는 리모델링한지 얼마 안 된 집에 못질은 참아달라며 신신당부를 하더라고요? ㅎ

그래서 리모델링 할 때 업체 대표님께 거실 소파 쪽 벽은 아예 선반 맞춤 시공을 부탁드렸답니다. 또, 아파트의 벽들은 옹벽이 별로 없어 선반 작업을 하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을 위해 몇몇 벽에는 합판 덧댐 시공을 해 놓기도 했답니다.

요즘 많이 하시는 무문선 시공은 가격 대비 비효율적일 것 같아서 9mm 문선 작업으로 기존 문틀을 리폼했습니다. 시공비는 절감하면서 무문선과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러운 결과였어요. TV 또한 매립형으로 시공할까 고민하다 혹시 나중에 TV 없는 거실을 만들 계획도 있어 벽걸이로 했습니다.

특별히 비싼 가구나 소품 없이, 독특한 구조 변경 없이, 여느 집과 비슷한 구조와 가구 배치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뻐 보이는 집! 그런 집이 바로 우리집이랍니다. ^^

주방 Before

주방은 냉장고장의 가벽 때문에 집이 어두워 보이고 좁아 보였어요. 이 사진을 보면 감이 오시죠?? 그래서 저 장을 철거하기로 했죠. 비포 애프터가 가장 확실한 곳이 바로 주방이랍니다. ^^

주방 After

30평 대의 리모델링은 대부분이 화이트나 밝은 톤의 컬러를 많이 사용하시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화이트한 인테리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신랑도 제 취향과 비슷하기에 다크한 월넛톤의 우드와 믹스해 저희 집만의 느낌을 살려주기로 했답니다.

다크한 톤이 많이 들어갔기에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어 식탁 조명은 트랜디한 디자인으로 선택했습니다. 식탁 조명이 올드함을 눌러주는 효과가 있어 볼수록 만족스럽구요, 혹 유행을 탈 수 있을 것 같아 스타일 제품을 선택했어요. 살다가 바꿔도 아쉽지 않도록 말이죠 ㅎ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이 벽면에 꼭 매립 선반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식탁 위치를 이쪽으로 선정하고 나니 허전한 벽면에 포인트가 있어야겠다 싶었죠. 보고 또 봐도 하길 잘 했다 싶은 공간이랍니다. 식탁 공간을 좀 더 포근한 분위기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요^^

냉장고장을 철거하고 ㄱ자형 싱크대를 시공했습니다. 20CM가량의 파티션을 주어 상판에 물건을 올려놔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게 해주었어요. 그리고 이 파티션 덕분에 사진의 구도가 더 이뻐지는 효과도 얻었네요.

상부장 하단에는 오픈형 수납장을 시공해 주었답니다. 워낙 층고가 높은 집이라 자주 사용하는 그릇들은 바로바로 꺼내 쓸 수 있게 말이죠. 먼지가 쌓이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자주 사용하는 그릇들 위주로 올려놨기에 생각보다 먼지 걱정은 안 해도 되더라고요.

하부장은 마루 컬러와 최대한 비슷한 컬러로 시공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어요. 사실.. 30평 대에 이렇게 다크한 톤을 넣는 건 자칫 공간을 좁아 보이게 할 수 있는데 다크톤도 통일을 시켜주니 전혀 좁아 보이지 않더라고요.

침실 Before

수납공간이 부족한 집이기에 침대랑 옷장만 있으면 충분한 부부 침실에는 맞춤장 시공을 해주었습니다.

침실 After

이렇게 ㄱ자 형태로 맞춤장 시공을 해주니 옷을 수납하고도 여유가 많이 생겨 잡다한 살림살이들을 모두 숨겨 놓을 수가 있었어요.

전체 맞춤장 시공에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를 놓아도 적당히 여유가 있는 사이즈랍니다. 그리고 안방에는 발코니가 있는데 이 공간은 살림살이들이 쌓여 있기에 공개 불가네요 ㅎㅎ

침실에는 다운 라이트 외에 간접 조명을 따로 시공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침실엔 스탠드가 침실 무드를 잡아준다고 생각하는 1인이거든요. 높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간접등보다 머리 바로 위에서 떨어지는 그 은은한 불빛의 느낌을 사랑합니다. ㅎ

화장을 잘 하지 않는 여자 사람인지라 화장대 또한 수납에 중점을 두어 서랍장 위 스탠드 스타일로 "이곳이 화장대다!" 라는 모양만 내주었네요. ㅎ 그래도 루바 시공에 LED 조명 시공으로 가끔이지만 화장할 맛이 나는 공간이랍니다. ^^

서재 Before

서재방, 제 옷방, 작업실 겸 아이의 공부를 봐줄 공부방입니다. 이 방도 안방과 마찬가지로 수납력을 높히기 위해 맞춤장 시공만 해주었습니다.

서재 After

이렇게 한쪽 벽면에 붙박이장을 시공해 제 옷도 수납하고 남는 공간에는 다양한 살림살이들을 수납하고 있답니다. 수납공간이 부족한 집에는 무조건 맞춤장 시공 추천해요!^^

또 한쪽으로는 쪼르르 책장과 함께 폭넓은 책상을 두어 아이의 공부를 봐줄 수 있도록 배치를 해주었답니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라 아직은 따로 책상이 필요할 거 같지 않아 올해는 이렇게 함께 사용하려고요. ^^

어쩌다 보니 하나 둘 모으게 된 스타벅스 MD들이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 ㅎㅎ 그리고 제 취미가 라탄 공예인지라 그간 만들었던 제품들과 재료들이 책장에 보관되어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책장에 책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잡다한 장식품들이라 부끄럽네요 ;;

욕실 Before

34평 아파트 치고는 작게 빠진 욕조랍니다. 그래서 덧방이 아닌 전체 철거로 진행했습니다.

욕조 After

좁은 욕실을 조금이라도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해 젠다이를 욕조 부분까지 확장시켜주면서 졸리컷 시공을 해주었답니다. 그리고 타일 또한 벽과 바닥 모두 600각 포세린 타일로 시공해서 어두운 컬러의 타일이지만 전체적으로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네요.

욕실에도 수납이 필요한지라 거울 플랩장을 시공해 주었구요 하단에 라인 조명을 달아주었답니다. 요렇게 따로 라인 조명을 달아주니 무엇보다 자다 깨서 화장실 갈 때 너무 좋더라고요~ 눈이 부셔서 눈 찡그리는 일이 없어요. ㅎㅎ

현관

고민에 고민을 더해 완성된 초슬림 슬라이딩 중문이랍니다. 월넛톤의 바닥과 잘 어울리는 브론즈 유리를 넣어 제작했는데요. 현관에서 들어올 때마다 꼭 갤러리에 들어서는 느낌을 들게 해 넘나 만족스러워하고 있답니다.

신발장은 띄움 시공했고 중간에 매립 선반을 넣어주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어요. 그리고 안쪽으로 라인 조명을 매립하고 현관 센서와 연결해 현관에 들어섰을 때 현관등과 함께 조명이 켜지게 해주었답니다. 집 안에 들어설 때마다 이게 우리집 맞아? 하는 느낌이에요 ㅎ

신발장 앞의 공룡 거울은 인테리어 업체 대표님께서 선물해주셨어요. 외출할 때마다 옷 매무새 다듬기 딱 좋답니다~

마치며

11년 차 34평 구축 아파트를 올리모델링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턴키로 시공을 했지만 조명 개수부터 위치, 벽지, 바닥, 필름지, 수전, 기타 등등 시공에 들어갈 모든 부자재의 선택은 제 몫이었거든요.

"과연 이렇게 하면 잘 어울릴까?" 수백 번도 더 고민하고 고민했답니다. 참으로 스트레스 받는 과정이에요. 그렇지만 그 결과물들이 하나하나 눈앞에 재현되는 순간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최고에요. (물론.. 다시 하라고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요 ㅎ)

집의 레이아웃이 만족스럽게 나오다 보니 특별히 비싸거나 근사한 가구, 소품 없이도 "평범하지만 이쁜 집!!" 딱 제가 원하는 그런 집이 된 것 같아 매일매일이 행복한 요즘입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