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BMW 뉴 클래스(노이에 클라쎄)

모토야 입력 2022. 9. 22. 16:05 수정 2022. 9. 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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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최근 자사의 혁신적 전기화 및 디지털화를 꾀할 모델로 개발 중인 일련의 제품군의 이름을 '노이에 클라쎄(獨 Neue Klasse, 英 New Class)'로 명명하고,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BMW 노이에 클라쎄는 독일어식 표기이며, 이하로는 제조사 공식 표기에 따라 '뉴 클래스'로 통칭한다). BMW가 개발 중인 뉴 클래스에는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해 제작되는 합성수지제 부품을 무려 30% 가량 적용하고, 혁신적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셀을 사용하는 등,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전략에 입각한 설계 사상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의 BMW 모델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제품군을 개발한다는 포부도 담겨있다.

그런데 이 뉴 클래스라는 이름을 듣고 다소 생소하게 여길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뒤쪽에 붙는 '클래스' 때문에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작명법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뉴 클래스라는 이름은 BMW에게 있어서 단순히 미래 비전만을 담고 있는 이름이 아닐 뿐더러, 메르세데스의 작명법을 빌려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BMW 뉴 클래스는 지금으로부터 딱 60년 전인 1962년에 등장해 오늘날 뛰어난 성능과 주행경험을 중시하는 BMW 브랜드의 초석을 닦은 기념비적인 제품군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BMW를 자동차 제조사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새로운 클래스'
근래에는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BMW는 본래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항공기용 엔진을 주로 제작하는 기업이었다. 기업의 이름부터 '바이에른 엔진 제작소(Bayerische Motoren Werke)'를 의미한다. 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용 엔진을 생산해 나치독일군에 공급하였다. 그래서 이들은 전쟁 중에 연합군의 전략 목표물이 되어 여러 차례 폭격을 얻어맞고 공장이 대부분 파괴되었다. 게다가 이들은  나치에 부역한 '전범기업'이기 때문에 나치독일의 패망 이후, 연합군에 의해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되자 BMW는 기업이 통째로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게 된다. 이 당시 BMW의 주주들은 분할 처분, 혹은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합병을 주장하는 쪽의 두 패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자를 지지하는 측에서 소액주주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바이에른의 자부심인 BMW를 메르세데스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여 합병을 막아섰으며, 이를 주시하고 있었던 헤르베르트 크반트(Herbert Quandt)가 사재를 털어 BMW의 주식 과반을 확보, BMW는 기사회생하게 된다.

크반트家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BMW는 자동차 부문으로의 업종전환에 들어갔다. BMW는 이미 제 1차 세계대전 중에 이륜차 사업을 시작했었고, 전간기인 1928년도부터 첫 양산형 자동차를 내놓는 등, 관련 분야의 경험을 이미 어느 정도 쌓고 있었다. 그리하여 1948년, 영업 정지가 해제된 이후 고급 세단형 모델인 501/502 시리즈를 내놓고, 후속으로 503을 내놓았으며, 그 외에도 이탈리아의 이소(ISO)로부터 라이센스를 얻어 생산했던 버블카(Bubble Car) 이세타(Isetta)와 이를 기반으로 한 사륜차 BMW 600 등을 생산하는 등, 야심차게 사업을 진행해 나갔다. 그러나 문제는 전 유럽이 곤궁했었던 1950년대의 끝자락 쯤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독일(당시 서독)은 이른 바 '라인 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부흥을 맞아, 경제가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소비심리의 촉진과 중산층의 성장 등으로 시장의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적당한 가격에 범용성이 우수한 중소형 차종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당시 BMW의 사륜차 라인업은 위와 같이 '고가형 세단'과 '초저가형 버블카'라는 양극단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BMW는 1945년 3년 영업정지에 이어 또 다시 경영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이에, BMW의 최대 주주인 헤르베르트 크반트는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동안 BMW가 만들지 않았던 1.5~2.0리터급 엔진을 사용하는 중형 차종의 개발을 지시한다. 이렇게 진행된 프로젝트가 바로 'BMW 뉴 클래스' 였다.

자동차 기업 BMW의 정체성을 확립한 혁신의 상징
앞서 언급했듯이, BMW는 실로 양극단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고, 시장에서는 급속도의 경제부흥으로 인해 중형급 차종에 대한 수요가 크게 높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BMW에게 있어서 1.5~2.0리터급 엔진을 사용하는 중형급 차종은 아직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리하여 BMW는 먼저 자사의 0.7리터 모터사이클 엔진을 탑재한, 이세타 보다 윗급의 소형 승용차 BMW 700을 개발 및 출시했는데 이 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좋았기에, BMW는 새로운 중형차종을 개발하기 위한 시간과 자금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BMW 700으로 시간과 자금, 그리고 중형차종의 개발에 필요한 경험까지 일부 습득하게 된 BMW는 새로운 중형차의 개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차량의 디자인은 1955년부터 1970년까지 BMW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낸 빌헬름 호프마이스터(Wilhelm Hofmeister)가 담당았으며, 여기에 BMW 700을 빚어낸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지오반니 미켈로티(Giovanni Michelotti)가 자문역으로 참여했다. 차량의 디자인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BMW의 전통적인 요소들이 모두 담겨 있었다. 마치 뱃머리처럼 역방향으로 경사가 진 역(逆)슬렌트 형상의 전면부는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연출하며, 키드니그릴과 일체화를 이루는 원형 헤드램프, 그리고 C필러 부근의 호프마이스터 킨크(Hofmeister Kink)라고 불리는 고유의 벨트라인 형상까지 모두 이 모델에서 구현되어 있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타입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만큼, 엔진은 물론, 섀시 설계 등, 모든 면에서 이전까지의 BMW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설계사상을 추구하여 개발되었다. 먼저, 엔진의 경우에는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직렬 4기통 M10 엔진을 적용했다. 이 엔진은 주철제 실린더 블록에 알루미늄 합금제 실린더 헤드를 사용하는 OHC(Overhead Cam) 방식의 엔진으로, 이 엔진의 배기량에 따라 세부 모델명이 결정되었다.

BMW는 196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자사의 새로운 중형 승용차, 뉴 클래스를 처음으로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BMW의 뉴 클래스는 그동안의 BMW와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스타일링과 더불어, 호프아미스터가 빚어낸 세련된 스타일링, 그리고 신형 엔진과 섀시의 조화로 이뤄낸 뛰어난 주행성능 등을 겸비한 스포티 세단으로 주목 받았다. 당시 BMW는 뉴 클래스 모델의 시작가를 8,500마르크(DM)라고 밝혔으나, 실제 출시가격은 9,485마르크(2022년 유로화 기준 약 21,000유로, 한화 약 2,900만원 가량)로 결정되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BMW 뉴 클래스는 1962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하게 되었다.

BMW 뉴 클래스 제품군의 첫 모델은 1.5리터(1,499cc) M10 엔진을 사용하는 'BMW 1500'이다. 이 차는 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엔진을 사용했으며, 변속기는 4단 수동 변속기를 적용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약 15초였는데, 이는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빠른 편에 속했다. 또한 스포티한 조종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을 가졌다. 이 차는 1962년 생산을 시작하자, 독일을 넘어 유럽 시장,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BMW 뉴 클래스의 등장으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던 BMW는 1948년 영업정지 해체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보게 된다.


BMW 1500이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BMW는 뉴 클래스의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갔다. BMW 1500이 생산되기 시작한 이듬해인 1963년도에는 배기량을 1,8리터(1,773cc)로 늘린 BMW 1800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이 차에 탑재된 1.8리터 사양의 M10 엔진은 90마력의 최고출력과 130Nm(약 13.2kg.m)의 최대토크를 내어, BMW 1500 대비 한층 다이나믹한 주행 경험을 제공했다. 이 차는 BMW 1500 대비 훨씬 비싼 가격이 책정되었음에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이 덕분에 BMW는 1964년, 전년대비 매출이 무려 47%나 증가하는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BMW 1800은 BMW의 대표 중형차 모델로 자리잡으며, 뉴 클래스 제품군의 모델들 중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 당시를 기점으로 BMW를 대표하는 슬로건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바로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Freude am Fahren)"이다. BMW 1800의 출시와 함께 독일 내수시장에서 광고문구로서 사용되기 시작한 이 문장은 뉴 클래스의 성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으로, 훗날 자동차 기업으로서 BMW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슬로건으로 정립되었다.


BMW 1800의 뛰어난 성능과 잠재력에 주목했던 BMW는 BMW 1800을 기반으로 하는 더욱 고성능의 모델을 개발해 라인업에 추가했다. 튜너 알피나(Alpina)의 손길을 거친 1800TI(Turismo Internazionale) 모델이 그것이다. 이 버전의 경우에는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130Nm(약 13.8kg.m)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며, 한층 스포티한 주행경험을 선사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인 1800TI/SA도 출시했다. 이 모델은 최고출력을 130마력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게트락(Getrag)사의 5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해 1800TI보다 월등히 높은 성능을 제공했다. 단, 이 모델의 경우에는 200대만 생산해 레이싱 팀이나 프로 드라이버들에게만 판매했다.

BMW 1500과 BMW 1800으로 시장에서 '스포티한 성향의 고급 중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한 BMW 뉴 클래스는 또 다시 진화했다. 1964년 BMW는 BMW 1600을 출시하며 BMW 1500을 업그레이드했다. 이 차는 성능이 향상된 신개발 1.6리터(1,573cc) 엔진을 적용한 모델로, 83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 BMW 1500 대비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 것은 물론, 기존 BMW 1500의 단점들을 대부분 보완해, 시장의 호평을 이어갔다.

또한 1966년도에는 2.0리터급 엔진을 장비한 BMW 2000을 선보였다. 이 차는 오늘날의 E세그먼트급에 해당하는 모델로서 개발되었다. BMW 2000은 뉴 클래스의 균형잡힌 차체와 더불어 100마력의 출력과 튼실한 토크를 제공하는 2.0리터 엔진의 뛰어난 성능, 그리고 더욱 고급스러운 외관과 실내 등이 어우러져 고급 세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 차는 훗날 BMW의 이그제큐티브 세단인 '5시리즈'로 거듭나게 된다.

BMW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BMW 2000의 파생 모델인 BMW 2000C와 BMW 2000CS라는 쿠페형 모델을 출시했다. BMW 2000C는 BMW 2000의 100마력 2.0리터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2000CS는 120마력으로 출력을 올린 고성능 엔진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 모델부터는 원형 헤드램프 대신 최초로 가로형의 좌우 2연장 헤드램프를 적용하게 되었다. BMW 뉴 클래스 라인업은 자국 시장 뿐만 아니라 유럽, 심지어 미국 시장까지 사로잡았으며, 메르세데스-벤츠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특색과 가치를 갖는 고급 브랜드로서 발돋움하게 된다. BMW 뉴 클래스 모델군은 1962년을 시작으로 BMW 2000이 단종되는 1972년까지 생산되며 BMW의 1960년대를 황금기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렇게 BMW 뉴 클래스 제품군의 차종들은 자 오늘날 "스포티한 성향의 고급 세단 전문 제조사"로 통하는 BMW의 이미지를 확립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BMW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단 라인업 3, 5, 7시리즈의 실질적인 선조이자, 오늘날의 BMW 제품군에 이어지고 있는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이라는 슬로건의 시발점이 된 제품군이기도 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다 쓰러져 가고 있었던 '바이에른의 엔진 공장'인 BMW라는 기업의 중흥을 이끌고,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실상부한 고급 자동차 제조사로서 자리를 잡게 만들어 준 기념비적인 제품군이다.

따라서 BMW에게 있어서 '뉴 클래스'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회사를 살린 영웅의 이름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BMW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신형 전기차 제품군 뉴 클래스가 과연 어떠한 혁신을 담고 있을 지를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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