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넥스트 리더십]③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거취 보면 방향성이 보인다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사장단의 공과를 되짚어 봅니다.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위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영진은 지난 8일 실적발표에 앞서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에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 점유율을 빼앗기며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기감은 반도체를 넘어 모바일, TV 등 전 사업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은 비상경영 체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 사장은 그간 비용절감, 현금흐름 개선을 목적으로 사업효율화에 방점을 뒀다. 삼성전자가 위기 상황마다 인력감축 등 비용효율화를 내세운 만큼 박 사장 역시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숫자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본원적인 사업경쟁력 확보는 미진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비용절감 중심의 재무전략에서 박 사장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삼성전자가 연말 대규모 사장단 교체에 나설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박 사장의 거취도 관심을 끈다.

‘미전실’ 해체 후 계열사 이동…CFO로 복귀

/그래픽=박진화 기자

박 사장은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7년까지 경리팀, 해외관리그룹, 사업지원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을 두루 거쳤다. 특히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무선사업부 등에서 지원팀장·지원그룹장을 맡아 경영 전반을 관리했다. 하지만 2017년 3월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박 사장도 삼성전자를 떠났다. 삼성SDS 사업운영총괄(COO)로 자리를 옮긴 박 사장은 2020년 사장단 인사로 삼성전자에 복귀했다. 박 사장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에 올랐다가 2021년 완성품(DX) 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으로 선임됐다.

박 사장이 이끄는 경영지원실은 기획, 재무부터 지원, 인사 등까지 스태프 부서를 총괄한다. 2018년 말 전사 차원에서 운영되던 경영지원실이 DX 산하로 편입됐지만 위상은 여전하다. DS부문 경영지원실이 별도로 운영되지만 전사를 아우르는 곳간지기는 박 사장인 셈이다.

현재 박 사장은 경영지원실을 총괄하며 이사회에도 참석하고 있다. 기업의 큼직한 의사결정을 챙기는 것은 물론 베트남 총리를 만나거나 외부 행사에도 참석하며 대외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 원가 부담…AP 11.7조원

문제는 박 사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의 현금흐름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1년 65조1054억원에서 지난해 44조1374억원으로 2년 새 32.20% 감소했다. 회사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2021년 말 120조7811억원에서 지난해 말 91조7989억원까지 줄었다. 특히 박 사장의 경영지원실이 속한 DX부문에서는 모바일 원가 부담이 지속됐다. 2022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가격이 약 46% 상승하고 카메라 모듈 가격도 11% 치솟으며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AP 매입 비용은 2021년 7조6295억원에서 2022년 11조3790억원,  2023년 11조7320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박 사장은 현금흐름이 좋은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2조원을 빌리는 방식으로 재무관리에 나섰다. 한때 삼성전자가 20여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다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결국 계열사에서 차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결과 삼성전자의 현금은 올 상반기 100조원 수준을 겨우 회복했다.

실적개선 '안갯속'

하지만 업계에서는 적지않은 보상을 받은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DX 대표이사인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상여로만 53억원을 수령했다. 2022년 대비 성과급만 20억원가량 불어난 수준이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상여금 48억원, 박 사장 또한 27억원을 각각 받았다.

향후 실적개선 여부도 불투명하다. DX사업은 특히 원가절감에 주력했다. 대표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에 중국산 저가 패널, 대만 AP 탑재 비중을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오히려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은 올 3분기 매출 45조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예상치를 기준으로 보면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9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93% 감소했다.

수년째 빅딜도 이뤄지지 않아 미래 경쟁력 확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년 내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았다.  대형 빅딜은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실종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삼성 내부 직원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라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짙은 상황이며, 연말인사를 앞두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영진이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