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미술품 경매업체 케이옥션이 자회사 투게더아트를 통해 토큰증권(STO)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미술품 경매 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STO를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술품 검증·보관·유통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STO 제도권 진입…조각투자 주목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본시장은 전통 금융자산을 넘어 실물자산 기반 STO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STO 발행·유통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시장 개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STO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비정형적 자산의 조각투자에 분산원장 기술을 접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월 기준 국내 조각투자 누적 규모는 64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미술품은 1097억원(17.0%) 규모로, 음원저작권(65.2%)에 이어 2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자산 토큰화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조각투자를 통해 수요가 확인된 미술품·부동산·음원저작권 등 비정형적 자산 중심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케이옥션은 이같은 흐름 속 투게더아트를 STO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투게더아트 지분 50.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회사는 2023년 2월 28억원을 투입해 투게더아트 지분 44.07%를 인수했다.
핵심은 조각투자의 기초자산인 미술품에 대한 실물 관리 역량이다. 미술품은 동일 작가의 작품이라도 제작 시기와 크기, 보존 상태, 전시 이력 등에 따라 가치 편차가 크다.
케이옥션은 오랜 기간 축적한 거래 데이터와 컬렉터 네트워크, 감정·보관·보험 시스템을 투게더아트 STO 사업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투자자를 모집하는 플랫폼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자산 발굴부터 보관, 처분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핀테크 기반 조각투자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투게더아트는 최근 김환기 화백의 'Untitled'(9-1호)와 하종현 화백의 '접합 20-65'(9-2호)를 기초자산으로 합산 9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증권 일반 공모를 진행했다. 외부 전문기관 검증을 거쳐 취득금액(6억원)을 내재가치 하단보다 낮게 설정해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동성·규제 변수…수직계열화 승부수

다만 미술품 STO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사업은 아니라는 점은 변수다. STO 시장은 초기 단계인 만큼 발행과 유통, 2차 거래 전반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과 유통 인프라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
시장 안착을 위한 선결 과제로 가치평가·수탁·공시 체계 구축이 꼽힌다. 비정형적 자산 특성상 발행인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신뢰 기반이 마련돼야 투자자 유입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동성 부담도 변수다. 토큰화 자산과 실물 기초자산 간 유동성 불일치는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형성 초기에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가격 발견 기능이 저하되고 거래 활성화가 지연되면서 시장 신뢰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투게더아트 측은 "불확실성이 클수록 상품 설계와 공시에 과도한 비용이 수반되는 구조"라며 명확한 제도 가이드라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케이옥션은 사업 확대와 함께 자본시장 내 수급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는 22일 종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75배 수준에 머물며 저평가 국면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대차잔고 증가와 공매도 확대 흐름도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옥션 최대주주 티에이어드바이저와 특수관계인은 자사주 3만2144주를 장내 매수했다.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18일 기준 49.37%에서 소폭 확대됐다. 회사 측은 이를 외부 수급 요인에 따른 주가 하락 대응과 소액주주 보호 차원의 조치로 설명하고 있다. 주가 왜곡이 지속될 경우 금융당국 조사 요청 등 추가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케이옥션의 투게더아트 투자는 전통 경매 비즈니스에서 STO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리레이팅을 노리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한국은행이 지적한 가치평가와 공시 체계 구축 과제를 그룹 내 전문 인프라 수직계열화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외거래소(유통 플랫폼) 인가와 유통 시장의 본격화가 예상되는 내년 전후로 STO 시장의 유동성 확보 여부가 케이옥션 실적과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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