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 위해 국가가 무슨 일 했나"…기자회견장 나온 이태원희생자 유족
"이태원 골목에 아무것도 놓지 마라,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 마라!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반성 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는 2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34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현재 심경을 밝히고, 정부에 대한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희생자 송은지씨의 아버지는 이날 김의곤 시인의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시 전문을 읽으며 오열했다. 그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며 "그날 밤 이태원 도로에 차디찬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 인간적인 따뜻함이 조금이나마 있었다면 어슬렁 거리며 식당에 가고, 부하직원들에게 책임 떠넘기고, 상황실 비우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희생자 김인홍씨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연세어학당에 공부하러 왔다가 이태원에서 희생됐다"며 "이제는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 하는데 이제 곧 비엔나에서 아들 장례식이 있어서 가야만 한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해달라"고 흐느꼈다.
희생자 이상은씨(26)의 아버지는 딸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하고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회사에서 좋은 소식의 문자가 왔는데 이제는 우리 딸을 볼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해 국가는 무슨 일을 했는지 제발 한 말씀만 해달라"고 말했다.
배우 고(故) 이지한씨의 부모님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지한이는 연줄 하나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기 힘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한달 간 오디션을 거쳐 큰 기획사도 들어간 기특한 아들이었다"며 "초동대처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158명의 희생자는 한 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오열했다.
희생자 이남훈씨(29)의 어머니는 "술 한잔 먹을 줄 모르고 축구를 좋아했던 우리 아들은 일하다 허리 아픈 것도 참아내고 그저 열심히 살았던 청년"이라고 흐느꼈다.
이날 다른 유족들도 희생자 사진을 품에 안고 아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기도 하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불쌍한 우리 아이들 제발 살려달라" 울부짖기도 했다. 한 유족은 기자회견 도중 건강상의 문제로 실려 나가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지금 34명의 희생자 가족들 외에도 추가적으로 연락이 오는 상황"이라며 "현재 수사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 대응팀을 꾸려서 계속 내용을 숙지하고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최근 일부 언론 매체의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 정부의 조치가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결국 핵심"이라며 "정부가 공적 조치를 취해서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묻고, 동의하는 사람들 한해서 공개하면 될 일이었다. 현재는 유가족분들 마음에 맞게 배려있게 진행 중이진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TF'가 지난 15일과 19일 유족들과 두 차례 간담회를 갖고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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