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지배’ 미국 추락과 한국 부상

우리나라의 많은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학, 선진 학문을 배워 조국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고 잘 사는 나라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의 대상이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한 여러 정책들을 실행하자 종래 친미적이었던 우리 국민들 중 상당수가 미국을 실망과 좌절, 분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1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투입,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충격적인 사건을 벌여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더니 최근엔 이란을 상대로 법적 정당성이 의심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성(외교적 노력)이 아니라 힘(무력)에 의해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나의 도덕성, 나의 마음이다. 나는 국제법이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이는 '짐이 곧 법이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고 법치(法治)를 부인하고 전제적 인치(人治)로 회귀하는 것이다. '법의 지배(Rule of Law)'를 전면 부인하는 오만한 태도이기에 매우 경악스럽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힘(물리력)'이 아닌 '법(이성)'으로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는 규범질서를 창출·발전시켜오면서 개인 간 그리고 국가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생성·발전시켜온 문화와 문명은 모두 이 '법의 지배'를 통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문학, 철학, 정치학, 경제학, 법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문화예술 분야 뿐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도 '학문·양심의 자유' 등 법적·지성적 토대 위에서 쌓아 올려진 것이다. 만일 '법의 지배'의 원리를 부인한다면 이는 약육강식을 용납하는 것이기에 강자가 약자를 지배·수탈·착취·살육하는 폭력이 모두 정당화된다. 결국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존귀함, 약자에 대한 배려 등에 대한 인식마저 부정돼 인류가 피와 땀으로 쌓아온 일체의 문화적·문명적 업적과 가치가 파멸되게 된다.
피가 피를 부르는 끝없는 복수의 혈전이 계속되고 '평화'와 '정의'의 개념은 무용해진다. 그런데 이런 '법의 지배'를 부인하는 야만적 처사가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의 대통령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21세기 현실을 지켜보면서 '누군가 뜯어말려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미국의 의회·법원이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을 충실히 이뤄내지 못하고 있고 언론계·학계·종교계 등 양심적 지성인들의 목소리도 울림이 크지 않다. 세계적 연대와 노력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미국이 조속히 이성·지성의 세계로 돌아오도록 힘써야 한다.
지난 17일 스웨덴 예테보리대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가 발표한 '2026 민주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순위가 24위에서 51위로 급락했다. 반면 한국의 2025년 민주주의 역량은 전 세계 179개국 중 22위에 올랐다. 2024년 41위에서 무려 19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위헌·위법적 계엄정국을 물리친 한국인의 위대한 민주주의 회복력(resilience)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이다. BTS 공연 등으로 높아진 K-컬쳐의 국제적 위상에 더해 한국이 '홍익인간(弘益人間)'에 바탕을 둔 K-민주주의로 다른 나라들을 계몽해 나감으로써 '법의 지배'의 모범국으로서 국제정치적 위상도 함께 높아지길 기대한다. 향후 우리 정치계, 법학계가 더 크게 분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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