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역전세난 우려
올해 하반기 최악의 역전세난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고돼 있는 문제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전세시장 상황을 알아봤다.
◇5채 중 1채 전셋값 1억원 이상 하락

부동산R114가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1508건(갱신계약 포함)을 전수 조사한 결과, 현재 전셋값 시세가 2년 전보다 1억원 이상 떨어져 있는 사례가 1만3054건(21%)에 달했다. 집주인 5명 중1명은 갖고 있는 현금이나 대출을 통해 1억원 넘는 돈을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집단을 2년 전 새로 전세계약을 맺은 경우로 좁히면, 1억원 넘게 하락한 집의 비율이 38.7%에 이른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에게 받는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충당하지 못하는 ‘역전세’가 확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아파트 비중을 보면 동작구(57.8%)가 가장 높았고, 서대문구(53%)와 은평구(52.4%)가 뒤를 이었다. 집값이 가장 비싼 서초구(50.7%), 강남구(47.9%)도 높은 편에 속했다.
예를 들어 서울 동작구의 입주 11년 된 아파트 흑석한강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최근 7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2년 전인 2021년 8월 11억원과 비교해 3억5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계약 만기를 앞둔 집주인 입장에선 3억5000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 아파트만의 얘기가 아니다. 동작구에서 올 하반기 전세 계약이 끝나는 아파트 10채 중 6채가 이 같은 역전세 상황이다. 2년 전과 비교해 전셋값이 떨어져 있는 지역들이다.
◇서민 주거 지역에서도 수억원씩 하락

전셋값 하락 금액을 보면 강남·서초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은 물론, 도봉·은평 등 중저가 주택 비율이 높은 곳에서도 수억 원 단위로 떨어진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134㎡는2021년 9억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6억원으로 떨어졌고, 은평구 백련산힐스테이트4차(84㎡)도 전셋값이 2021년 12월 9억5000만원에서 지금은 5억4000만원으로4억원 넘게 빠졌다.
일부 고가 아파트 중에는 전셋값이 10억원 넘게 떨어진 경우도 있다. 용산구 LG한강자이(169㎡) 전셋값은 2021년 9월 33억원에서 올해 1월 18억원으로 15억원 떨어졌고, 서초구 래미안신반포팰리스, 반포자이, 강남구 대치아이파크, 동부센트레빌도 전셋값이 10억원 넘게 빠졌다.
역전세난은 수도권이나 지방에서 더 심각하다. 집값 상승기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가 몰렸던 경기와 인천의 전셋값 하락 폭이 서울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역전세난 우려도 커진다. 경기 인천에서 갭투자로 집을 샀던 집주인들은 본인 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전셋값이 떨어지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1만3866건이던 경기도 아파트 갭투자는 2021년 2만3468건으로 69% 급증한 바 있다. 인천은 2020년 2301건에서 2021년 8850건으로 거의 4배로 늘었다. 이때는 임대차 3법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급등했던 시기다. 그만큼 갭투자가 쉬워서 따라서 급등했다.
◇추가 하락 불가피

하지만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1년 하반기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전셋값이 작년과 올해 고금리 여파로 추락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2021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셋값 변동률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기(-22.19%)와 인천(-23.27%)의 전셋값 하락률이 서울(-19.31%)보다 컸다.
수도권 이외 지방에선 대구 지역의 역전세난 우려가 크다. 대구(-23.28%)는 2021년 말 대비 올해 아파트 전셋값 하락 폭이 세종(-26.81%)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크다. 대구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올해 3만4000가구, 내년 2만1000가구에 달해 전셋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입주 물량 증가는 대구만의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5만2031가구로 작년(33만2560가구)보다 5.9% 늘어난다. 인천(4만4984가구)의 경우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많은 아파트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임대인은 여유 현금을 마련하고, 세입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보증보험에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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