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제품 장려도 좋지만… "수리 늦어져 수업 차질"
일부 학교 물품 '대기업 제한' 불편
전자칠판·엘리베이터 등 시급 요해
품목 조정 요구에 "품질 개선될 것"
학교 현장에서 일정 품목에 대해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 제도와 관련해 일선 학교 곳곳에서 잦은 고장과 원활하지 않은 AS 등을 이유로 관리에 어려움을 토로, 학교의 구매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하고 제공하면서 판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품의 경우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많이 쓰이는 데스크톱 컴퓨터, 인터랙티브 화이트보드(전자칠판), 승객용 엘리베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학교에선 조달청 '나라장터'나 한국교직원공제회 '학교장터' 등 지정된 시스템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제품들만 등록돼 있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고장 시 AS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 학교 현장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흥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전자칠판 10여 대를 구매했는데 이듬해 일부가 고장났고 업체 측에 수리를 요청했으나 즉각 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자칠판은 매일 수업에서 써야 함에도 해당 업체 사정으로 3~4일이 지난 뒤에야 수리가 완료됐다.
당시 이 학교에서 근무한 관계자는 "전자칠판은 고장나면 바로바로 수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수업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고장으로 인해 공백이 생기면 안 되는 제품 등은 품목지정 대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올해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인 남양주 한 고등학교의 경우 당초 대기업 제품을 선택하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승강기는 고장이 잦아 원활한 수리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제품이어서 대기업 제품을 쓰려고 했지만, 해당 제도 때문에 선택권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전자칠판 업체 수가 점차 늘고 있는 것처럼 중소기업들이 경쟁하다 보면 더 좋은 제품이 개발되고 수리도 빨라질 것"이라며 "제품 관련 수리가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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