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 탁구의 자존심이자 ‘국민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이 중국 충칭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역전 드라마를 완성할 뻔했으나, 결국 지독한 천적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에서 행진을 멈췄습니다. 세 게임을 내리 내주고도 끝까지 따라붙는 무서운 집념을 보이며 중국 안방 팬들을 침묵에 빠뜨렸지만, 지독한 ‘성인 무대 8전 전패’의 사슬은 이번에도 신유빈의 발목을 잡아챘습니다.

“0-3을 3-3으로 만들었는데...” 신유빈, 집념의 풀세트 접전 끝에 3-4 석패... WBC 비극 뺨치는 충칭의 눈물

14일(한국시간) 중국 충칭 ECM 아레나에서 열린 ‘2026 WTT(월드테이블테니스) 챔피언스 충칭’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4위 신유빈은 중국의 강호 왕이디(세계 6위)를 맞아 세트 스코어 3-4(7-11, 5-11, 6-11, 12-10, 11-7, 11-6, 2-11)로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그야말로 처참했습니다. 왕이디의 강력한 전·후진 압박과 날카로운 코스 공략에 신유빈은 리듬을 전혀 잡지 못했고, 순식간에 1, 2, 3게임을 내어주며 게임 스코어 0-3으로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신유빈의 ‘미친 저력’이 시작되었습니다. 4세트에서 6-4로 리드를 잡으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한 신유빈은 끈질긴 듀스 접전 끝에 12-10으로 한 게임을 만회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기세가 오른 신유빈은 5세트를 11-7, 6세트를 11-6으로 잇달아 가져오며 승부를 마지막 7세트 파이널 라운드까지 끌고 갔습니다. 0-3의 절대적 열세를 3-3 동점으로 만든 장면은 현장을 찾은 중국 관중들조차 경악하게 만든 대사건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자면, 이번 경기는 신유빈이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준 ‘인생 경기’였습니다. 과거 중국 최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초반 기세에 눌려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패배 직전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포핸드 드라이브를 믿고 공격적으로 밀어붙인 대담함은 그녀가 왜 한국 탁구의 에이스인지를 증명했습니다. 비록 마지막 7세트 초반에 왕이디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휘말려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패했지만, 왕이디를 이 정도로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입니다.
“8전 전패 굴욕” 신유빈, 세계 4위 주위링 꺾고도 왕이디에 막혀... 한국 선수단 전원 탈락 ‘비상’
사실 신유빈은 이번 대회 16강에서 세계 4위인 마카오의 주위링을 3-1로 완파하며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성인 국제 대회 기준 왕이디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지독한 ‘왕이디 공포증’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패배로 신유빈은 왕이디와의 상대 전적에서 8전 전패라는 가혹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되었습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신유빈의 탈락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는 점입니다. 앞서 안재현(한국거래소), 주천희(삼성생명), 이은혜(대한항공) 등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 가운데 마지막 희망이었던 신유빈까지 짐을 싸면서 한국 탁구는 충칭에서의 여정을 8강에서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이릅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하시모토 호노카(일본), 주위링(마카오) 등 강자들을 연달아 꺾으며 랭킹 포인트 상승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왕이디를 상대로 보여준 3세트 연속 승리의 기억은 다음 맞대결에서 ‘천적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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