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최근 우리 정부가 요구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과 관련한 보완 서류를 제출하면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내 공간정보·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우리 정부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정부와의 통상·외교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국토교통부(국토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하는 내용의 보완 서류를 이메일로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60일 내 보완 서류 제출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로 줄여 표현한 지도다. 특히 단순 길찾기를 넘어 도보 이동 경로와 도로 교통 정보, 음식점·문화시설 정보,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포함돼 자율 주행과 위치 기반 AI 서비스의 핵심 공간 정보로 꼽힌다.
서류에는 국내 안보시설에 대한 가림, 좌표 노출 제한 등 정부가 제시한 조건에 대한 수용 여부와 지도 데이터 처리 과정에 대한 기술적 설명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설립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구글이 보완 서류를 제출함에 따라 조만간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열어 반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조건부 승인을 비롯해 △불허 △추가 보완 요구 중 하나를 결정할 방침이다.
협의체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국방부, 국가정보원, 외교부,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등 8개 부처가 참여한다. 통상 최종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 다만 한미 간 통상·관세 협상 과정에서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구글에 대한 고정밀 지도 반출 심사 결정은 이미 3차례 미뤄진 상황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2월 정부에 1대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신청했다. 협의체는 이후 심의 결정을 2차례 미뤘고 현행 규정상 결론을 내야 했을 시점인 지난해 11월에는 구글의 서류 미비를 이유로 보완 신청서를 6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도 우리나라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신청했지만 안보상 이유로 모두 반려당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해외에 반출될 경우 향후 10년간 최대 197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가가 혈세로 구축한 인프라이자 미래 안보와 직결된 지도·공간정보를 단순한 데이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구글이 국내 서버 설치를 수용했더라도 자체 데이터센터인지 임대 데이터센터인지에 따라 실질적인 보안 통제 수준이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서버 설치를 요구한 것은 고정밀지도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임대 데이터센터의 경우 정부의 보안 통제권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함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는 애플 역시 국내에 서버를 설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플의 경우 국내 지도 서비스와 관련해 티맵모빌리티와 계약을 맺고 1대5000 축척 수준의 지도 데이터를 구매하고 있는 만큼 해외 저장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국내 임대 형태 서버를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글이 제출한 내용을 충실히 검토한 뒤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힘을 모으며 한국 이용자와 방문객 모두가 더 큰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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