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소행성 '베누' 샘플 첫 공개

NASA는 소행성 ‘베누’에서 “풍부한 양의 샘플”을 얻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 과학자 애슐리 킹은 “아름답다. 우리가 본 것 중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킹 박사는 탐사선이 소행성 ‘베누’에서 채취한 암석 샘플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연구할 수 있는 ‘퀵 룩’ 전문가 그룹에 속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탐사선이 채취해 17일 전 지구로 오게 된 이 샘플은 현재 미 텍사스 소재 특별 연구소에서 연구되고 있다.

킹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소행성에 갔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소속 전문가 1명이 포함된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퀵 룩’ 팀이 3일간 분석한 결과 우주에서 채취한 이 검은 가루는 탄소와 수분을 머금은 광물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좋은 징후다. ‘베누’와 비슷한, 탄소(유기물)와 물이 풍부한 소행성들이 약 45억 년 전 지구의 초기 층을 이루는 주요 구성요소 전달에 어떻게든 관련됐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어쩌면 우리 지구의 바다는 물로 가득 차게 됐을 수도 있으며,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데 필수적인 화합물 중 일부가 지구에 자리 잡게 됐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채취한 베누 샘플은 이러한 가설을 시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특별 연구소가 있는 ‘존슨 우주 센터’에서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주(Universe)’라고 불리는 이 광활한 공간에서 우리의 위치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애슐리 킹 박사, “우리는 우리가 제대로 된 소행성으로 갔음을 확인했습니다”

한편 이번 미션을 통해 “풍부한 양의 샘플”을 얻게 된 건 분명하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확보된 샘플의 양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난달 24일 유타주 사막에 착륙한 샘플 채취 통은 개봉됐으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소행성 조각을 보관한 내부 챔버는 아직 완전히 비워지지 않았으며, 그 내용물의 무게도 재보지 않은 상태다

탐사팀은 이 내용물의 무게가 총 250g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확실히 알기 위해선 며칠간 신중한 분해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소행성 ‘베누’의 크기를 미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비교한 그림

킹 박사와 동료들은 ‘태그-샘(‘터치앤고샘플채취 메커니즘’의 준말)’으로도 알려진 해당 내부 챔버에서 흘러나온 입자들을 먼저 사용해 초기 실험을 진행했다.

베누에서 채취한 이 미세한 가루는 이 샘플통의 표면을 전부 덮고 있었다.

킹 박사는 “샘플 통의 뚜껑을 열었을 때, 이 검은 가루가 사방에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매우 흥분됐다”고 전했다.

“다들 앉아있던 사람들이 어느새 일어나 화면을 가리키기 시작했습니다. ‘퀵 룩’(초기 실험)용으로 사용할 만한 재료가 많다는 의미였거든요. (양이 풍부한 덕에) 일이 쉬워지게 됐습니다.”

샘플통을 열자 모든 표면을 덮고 있는 검은 가루가 포착됐다

우선 과학자들은 이 고운 가루를 전자현미경에 넣어 X선 회절, 적외선 분광법을 적용했으며, 컴퓨터 단층 촬영(CT)도 진행했다.

그렇게 공개된 주요 발견 사실 중 하나는 바로 이 가루에 탄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아니, 탄소 함유량은 무척 많았다. 중량으로 보면 5%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NASA ‘고더드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의 분석가 다니엘 갤빈 박사는 “정말 대단한 일이다. 데이터를 받았을 때 연구진 모두 ‘와, 세상에!’라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퀵 룩 연구진은 샘플에서 탄산염뿐만 아니라 더 복잡한 유기 물질도 검출해냈다.

한편 ‘오시리스-렉스’ 미션의 수석 연구원이자 미 애리조나 대학에서 우주화학을 연구하는 단테 라우레타 박사는 점토 광물에 함유된 샘플의 수분 함량을 강조했다.

“결정 구조 안에서 수분이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저는 이번 발견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지구에 물이 존재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었던 이유죠. 즉, 지구가 바다, 호수, 강이 있고 비가 내리는 곳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45억 년 전 베누에서 확인한 이와 같은 점토 광물들이 지구에 왔기 때문입니다.”

CT 스캔을 통해 과학자들은 소행성 샘플 입자를 3D 모델로 구성해 그 내부를 볼 수 있었다(기준자: 1mm)

지난 2020년 10월,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는 대담한 기술로 접근한 뒤 베누의 표면과 “하이파이브” 터치한 뒤 샘플을 채취했다. 지구에서 3억3000만km 떨어진 곳에서 행해진 작업이었다.

이후 탐사선이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서쪽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 떨어진 군사 제한 시설에 이 귀중한 샘플을 내려주기까지는 거의 3년이 걸렸다.

일단 모든 표본을 제대로 확보하고 나면, 일부는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공유될 전망이다. 영국엔 약 100mg이 전달돼 자연사박물관의 킹 박사 연구진 및 더 오픈 대학, 옥스퍼드 대학, 맨체스터 대학 등의 공동 연구진에 의해 연구될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 연구팀은 여러 연구를 제시간 안에 완성해 오는 3월 열릴 ‘달 및 행성학회(LPSC)’에서 보고하길 목표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요 개요 논문 2건도 국제학술지 '운석학과 행성 과학’에 실릴 전망이다.

아울러 NASA는 미래 세대의 연구를 위해 샘플의 약 75%는 그대로 보존 및 보관할 계획이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미래 과학자들이 앞으로 발명되길 기다리고 있는 장비를 사용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실험실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존슨 우주 센터’의 수석 과학자 아일린 스탠스베리는 “우리가 겨우 엿보기 시작한 샘플 등 이번 미션으로 지금까지 얻은 과학은 오시리스-렉스로부터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풍부한 지식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마무리했다.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은 베누 샘풀을 캡슐에 담아 유타 사막으로 운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