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수업 신설한 러, 11세부터 군사훈련…"서방과 장기대치 염두"

김태규 기자 2022. 11. 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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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서방과의 장기 대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별도의 수업을 신설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애국심을 주제로 한 공통 커리큘럼을 마련해 지난 9월 새학기부터 매주 월요일 전국 모든 공립학교에서 관련 수업이 진행되도록 의무화 했다.

WSJ는 옛 소련 시절의 청년 운동 부활을 꿈꾸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식이 애국심 수업 추진에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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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소련 부활 꿈꿔 온 푸틴…공립학교서 매주 애국심 수업 의무화
軍 활약상 등 설명…소총·수류탄 사용법 등 기초군사교육 강화
애국심 앞세워 우크라 침공·크름반도 강제 병합 정당화 비판도

[칼리닌그라드=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박물관 및 연극·교육 복합단지를 방문해 문화·과학·스포츠 부문 학생 경연대회 우승자들에게 공개 수업을 한 후 인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학생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과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2.09.02.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러시아가 서방과의 장기 대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별도의 수업을 신설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애국심을 주제로 한 공통 커리큘럼을 마련해 지난 9월 새학기부터 매주 월요일 전국 모든 공립학교에서 관련 수업이 진행되도록 의무화 했다.

'중요한 대화(Conversations About What Is Important)'라는 제목의 수업에서는 러시아군의 영웅주의,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의 중요성 등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룬다.

해당 커리큘럼은 표준교육과정이 시작되는 5학년(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본격 적용된다. 학생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인들의 활약상에 대한 수업을 받는다.

러시아 정부는 애국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10억 루블(약 216억3932만원)의 예산을 별도로 할당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16세 이상의 10학년(고교 1학년)부터는 소총과 수류탄 사용법 등 본격적인 기초군사교육을 받는다. 이와는 별개로 러시아 교육부와 국방부는 11세부터 기초군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훈련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러시아 연방의회 국가 두마(하원)에서 교육분야를 담당하는 블라디미르 파블로프 의원은 이달 초 텔레그램을 통해 앞으로 10학년과 11학년 학생들은 기존 기초군사훈련을 비롯해 더 진보된 교육을 받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옛 소련 시절의 청년 운동 부활을 꿈꾸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식이 애국심 수업 추진에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학생들의 애국심을 꾸준히 강조해온 푸틴 대통령의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9월1일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서 진행된 열린 수업 참석 당시 우크라이나 동부 어린이들이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 영토였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며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자리에서 "미래 러시아의 성공은 현재 학생들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그 성공의 길은 학교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한다"며 새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22일 '러시아 국기(國旗)의 날' 기념식 당일 TV연설을 통해 "국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애국심과 시민권 조국의 미래에 대한 책임의 가치를 교육적으로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애국심 관련 수업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국 수업을 거부하는 학부모들과 교사들에 대해서는 퇴학 위협과 징계가 이뤄지고 있다.

모스크바 중학교의 한 수학교사 타티야나 체르벤코는 애국심 수업이 선전으로 가득하다는 판단에 따라 임의로 수학 수업을 진행했다가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11살 아들과 함께 노보시비르스크주(州)에 거주 중이라는 스베틀라나 글래드코바는 "시베리아 극동지역까지는 애국심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다행"이라며 "아이들은 부모를 보면서 조국과 애국심을 체득할 뿐,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립시민단체인 다니엘 켄 전국교사연합 대표는 "푸틴 입장에서는 러시아 사회 전체가 전쟁을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애국심을 교육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깊이 심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소련 붕괴 이전의 세계적 강대국의 지위로 회복시키는 것을 원하는 푸틴 대통령이 수업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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