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농업용수 쓴다”…서남권 ‘반도체 산단’ 조성에 농업계 큰 걱정
나주댐물 공업용수 전환 방침
농경지엔 영산강물 대체 공급
가뭄 대응·수질문제 해결해야

정부가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에 하루 65만t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세부방안을 내놓으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남광주 동복·주암·장흥댐, 보성강댐, 나주댐에서 하루 65만t을 확보해 공급하고, 광주 제1하수처리장의 하수재이용수도 공업용수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농업계는 산단 조성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담수 능력이 취약한 농업전용 기반시설을 상시 공업용수로 전환하면 갈수기 농번기 대응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쟁점은 농업용인 나주댐의 물을 공업용수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나주댐 물을 공급받던 영산강 하류 말단 농경지에 영산강물을 대체 공급하고, 이를 통해 절약되는 나주댐 용수 하루 21만t을 공업용수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하루 21만t을 연간으로 단순 환산하면 7665만t이다. 이는 나주댐의 연간 용수공급량(1억900만㎥)의 70.3%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용수 전환이 농업용수 부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놓은 ‘영산강·섬진강 유역 가뭄 백서(2022∼2023)’에 따르면 전남광주에 극심한 가뭄이 덮친 2022년 나주댐 상류 강수량은 평년의 52%인 681㎜에 그쳤고, 나주댐 저수율은 33.1%, 영산강 유역 댐 5곳의 평균 저수율은 37.0%까지 추락했다. 당시 정부는 생활·공업 용수 유지를 위해 주암댐의 농업용수를 최대 51%까지 줄이기도 했다.
김상민 경상국립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과 교수(한국농공학회장)는 “대규모 다목적댐은 상대적으로 긴 가뭄에도 대응할 수 있지만, 농업용 댐은 통상 10년 빈도 가뭄을 기준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천 유량까지 줄어들면 대체 공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가뭄 때도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물이 부족할 경우 지하수 등 비상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영산강 하천수 대체 공급이 가뭄에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잇따른다. 가뭄 백서에 따르면 영산강은 유량이 적고 유역면적이 작아 수자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 유역의 수자원 총량도 한강의 8분의 1, 금강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물 이용량 중 농업용수 비중은 84.4%로 전국 평균(63.1%)을 크게 웃돈다. 최진용 서울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영산강 유역은 농업용수가 남는 곳은 아니다”면서 “용수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면 농민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영산강은 작은 환경 변화만 있어도 물 부족이 발생하는 유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단에 필요한 물부터 정해놓고 농업용수는 문제없다고 공언할 게 아니라, 가뭄 때 어디서 얼마만큼의 용수를 확보할지 구체적인 공급 계획과 영향평가부터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산강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대체 공급할 경우 달라지는 수질 조건도 검토 과제다. 가뭄 백서에 따르면 영산강 상류 중권역 유량의 대부분은 광주 제1하수처리장의 방류수가 차지한다. 저수기에는 하천 유량의 70%, 평수기에도 50%가 하수처리장 방류수다. 이 때문에 영산강은 5대강 중 가장 나쁜 수질을 보인다.
김 교수는 “농민들에게 하천수를 대신 공급하려면 수질이 기존 용수보다 떨어지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물 사용량이 많은) 쌀 중심의 생산구조를 일부 밭작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수리시설을 첨단화해 물 사용량을 줄이고 작목전환에 맞춰 농업생산 기반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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