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여성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 퀸잇으로 급성장한 라포랩스가 데이터 기반 홈쇼핑 업체이자 SK텔레콤(SKT)의 자회사인 SK스토아를 사들이겠다고 나서면서 라포랩스가 그럴 만한 재무적 역량을 가졌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현금 형태로 가진 자산이 600억원을 넘는 만큼 외부 수혈이 약간 더해지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그동안 쌓인 적자 역시 600억원에 이르는 현실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이익을 내는 새 식구가 라포랩스를 먹여 살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이는 가운데 SK스토아도 흑자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서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포랩스는 SK스토아를 인수하기 위한 실무 검토에 돌입했다. 회사는 이달 초 SK스토아 매각을 추진 중인 SKT 사옥을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다.
라포랩스는 40~50대 여성이 주요 고객인 패션 플랫폼 퀸잇의 운영사로 올해 초 SK스토아가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눈독을 들여왔다. 이와 관련해 TV홈쇼핑과 데이터쇼핑을 결합한 데이터홈쇼핑 분야의 1위 업체인 SK스토아와 함께하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스토아의 몸값은 1000억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말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606억원이다. 또 인수합병(M&A)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핵심 잣대가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213억원으로 전년 대비 71.6%나 늘었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라포랩스가 보유한 실질적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650억원 정도로 자체 자금만으로 SK스토아를 인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금을 비롯해 3개월 안에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이 315억원이다. 아울러 단기금융상품에 들어 있는 돈이 340억원가량이다.
그래도 라포랩스가 분명한 의지만 보인다면 대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IB 업계에서는 라포랩스가 SK스토아 인수를 위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거나 대출 등 인수금융을 일으킬 수 있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빚을 라포랩스가 감당할 수 있느냐다. 당장은 인수를 위해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이 부채를 지는 형태가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를 지배하는 모회사의 부담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라포랩스가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은 뼈아픈 지점이다. 이대로 손실이 계속되면 부채상환 여력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라포랩스는 지난해에도 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보다는 폭이 52.0% 축소됐지만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라포랩스의 적자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미처리 결손금이 585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이는 지금까지의 영업활동에서 불거진 누적 손실이다. 이렇게 결손금이 많으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과거 투자 유치 등 증자로 쌓아둔 자본잉여금이 875억원에 이르러 이를 면했다.
마케팅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손익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판매·관리비 지출만 662억원으로 연간 매출(711억원)과 맞먹다 보니 이익이 남기 어려웠다. 광고선전비로만 231억원을 사용했고, 물건 판매 인센티브 등으로 지불한 지급수수료도 129억원이나 됐다. 두 항목만 360억원으로 전체 판관비의 54.4%에 달했다. 그나마 이전과 비교하면 사정이 나아졌다. 2023년 판관비는 563억원으로 같은 해 매출인 479억원을 웃돌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인수 대상인 SK스토아가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재무와 실적 측면에서 모두 SK스토아가 라포랩스를 뒷받침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라포랩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1억원, 당기순이익은 44억원으로 매출만 보면 SK스토아가 라포랩스보다 훨씬 큰 기업이다. 같은 해 SK스토아의 영업이익은 3023억원으로 라포랩스의 4배가량 됐다.
다만 SK스토아도 꾸준히 흑자를 낸 것은 아니었다. 확실한 캐시카우라고 장담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2023년만 해도 SK스토아는 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1억원에 불과했다.
SK스토아 안에서도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은 SK스토아 지부 조합원에게 발송한 입장문에서 '인수 의향 자본으로 언급되는 기업은 매년 누적 결손이 커지는 등 재무안정성이 좋지 않다'며 'SK스토아 같은 기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킬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SKT는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예상되는 거래 사이즈만 보면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 딜 구조는 그리 복잡하지 않겠지만, 이후 양사 간 시너지를 얼마나 낼지는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라며 "이 와중에 M&A로 인한 차입은 즉각적인 부담이 될 수 있고, 이럴 경우 한동안은 이익이 발생하는 SK스토아가 관련 비용을 소화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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