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다시 한 번 핵추진 잠수함 보유 카드를 꺼내들고 있습니다.
이번엔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라는 부담스러운 의제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이 눈에 띕니다.
과연 이번에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일까요?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 피할 수 없는 현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달라진 한반도 주변 정세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는 일부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미국이 내세우는 동맹 현대화의 핵심 내용을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것들뿐입니다.
한국의 국방비 부담을 늘리라는 요구부터 시작해서,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하라는 압박, 그리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까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는 경제적 부담과 외교적 딜레마를 안겨주는 골치 아픈 의제들이죠.
하지만 현실은 현실입니다.
이 관계자는 "호재가 아니라고 해서 반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관세 협상도 호재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범위 안에서 최대한 국익을 챙기기 위해 노력했는데 동맹 현대화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MASGA 프로젝트의 교훈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MASGA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입니다.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줄임말인 이 프로젝트는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한미 조선 협력펀드를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요구에 단순히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상호 호혜적인 내용'을 찾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향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핵추진 잠수함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같은 카드들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온 것이죠.
핵추진 잠수함, 우리가 원하는 진짜 게임 체인저
핵추진 잠수함이 우리 해군에게 갖는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무기체계 하나를 더 갖는다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일반 디젤 잠수함과 비교해 기동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핵추진 잠수함은 광활한 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현대 해전의 필수 무기체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미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사용에 대한 미국의 불허로 인해 건조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는데 열쇠만 없어서 문을 열 수 없는 상황과 같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미국으로부터 그 '열쇠'를 받아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인 것 같습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플루토늄 보유의 길
핵추진 잠수함과 함께 검토되고 있는 또 다른 카드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입니다.
현행 협정은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는 다른 처우입니다.
미일 원자력 협정에서는 일본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제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한 대우를 바로잡아 한국도 유사시를 대비해 플루토늄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서 제기되던 주장이었지만,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심심찮게 거론되는 사안이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와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전략적 유연성 강화, 양날의 검
하지만 이런 카드들을 꺼내드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자칫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략적 유연성 강화는 우리가 가급적 피해야 하는 의제"라며, "핵추진 잠수함 카드 등을 내밀면 자칫 우리가 이에 호응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말하면 미군이 한반도 밖에서도 더 자유롭게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우리를 중국과의 갈등에 더 깊숙이 끌어들일 수 있는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이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 면밀히 파악한 뒤 우리가 제시할 안을 정하는 것이 순서"라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정상회담 일정, 아직 확정되지 않아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한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개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미 외교 당국 간 조율 중이며 결정 시 양국이 협의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부담스러운 요구를 어떻게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꿔낼 수 있느냐의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핵추진 잠수함과 원자력 협정 개정이라는 우리가 오랫동안 원해왔던 카드들이 과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