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선거 D-10]3파전 혼전···한일 관계 개선 후보는 '글쎄'
고이즈미, 당내 지지 높지만 '불안' 평가
정책에 강한 다카이치 '선전'···극우 성향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결선까지 갈 듯
한일 관계 개선 여지 적어···"유지도 다행"
일본의 차기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흘 뒤인 27일 열린다. 경륜을 앞세운 이시바 시게루(67)전 자민당 간사장과 ‘정치 아이돌’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 극우 성향의 여성 정치인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 담당상 등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며 3파전 양상이다. 이들의 그간 언행을 볼 때 한일 관계에 획기적인 개선을 이끌만한 후보는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고이즈미·다카이치 ‘3파전’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유력 후보로 이시다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주고 받으며 2강 체제를 만드는 듯 했지만 최근 조사에서 다카이치 경제안보 담당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난 13~15일 TV도쿄와 함께 18세이상 남녀 902명(유효 응답 기준)을 상대로 차기 자민당 총재에 적합한 후보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26%로 1위를 차지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응답률이 한 달 전보다 3%포인트(23→20%) 하락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줬는데 다카이치 경제안보 담당상이 이전 조사(11%)보다 5%나 급등한 16%를 기록하며 2위를 바짝 뒤쫓았다. 요미우리신문이 이달 13~15일 1040명(유효 응답 기준)을 상대로 벌인 일반인 설문 결과에서도 이시바 전 간사장(27%), 고이즈미 전 환경상(21%),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13%) 순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실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와 국회의원의 지지 조사다. 14~15일 당원·당우 15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이시바 간사장이 26%로 가장 많았는데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25%를 기록하며 막상막하를 기록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6%에 그쳤다. 당 소속 국회의원 동향 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45표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29표, 이시바 전 간사장은 26표였다.
◇민심 중요하지만 당원과 국회의원 손에 달려
당원·당우와 국회의원 표심이 중요한 이유는 집권 자민당 총재가 곧 일본 총리를 맡는 구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이 국회의원은 내 손으로 뽑을 수 있어도 당 대표를 선출할 권한은 없다. 여기에서 민심과 당심의 향방이 엇갈릴 수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 소속 국회의원 367명의 투표에 105만여명의 당원당우 투표를 367표로 환산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모두 734표인 1차 투표에서 50%를 넘는 과반이 나오지 않는다면 2차 결선투표로 돌입한다.
비자금 스캔들의 영향으로 자민당 내 ‘파벌’ 해체가 가속화하며 이번 선거에서는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자가 다수 나오면서 한 후보가 50%를 독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선 투표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선 투표는 당 소속 국회의원 367명에 각각 1표, 지역 도도부현 47곳에 각각 1표 등 전체 414표로 1위를 가른다. 자민당 내 국회의원들의 표심이 결정적인데, 당 내 박빙 양상을 보인다면 도도부현 47표가 승부처가 될 수 있다. 국회의원과 당원·당우,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민심까지 복잡한 셈법이 필요한 만큼 차기 총리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일 관계 개선 후보군 안 보여
이웃 나라 일본의 총리 선거가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사로 얽혀있는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군사력을 키워 동북아 긴장감을 높이는 경우 우리와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또 강제 징용 조선인이나 위안부 등 문제에 대해 일본 총리가 사과하거나 적극적인 배상 의지를 보여준다면 양국 관계가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매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그는 만약 총리로 당선되는 경우 참배 여부에 대해 “앞으로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말해 부인하지 않았다. 그의 지금까지 언행을 볼 때 한일 관계 등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기대를 걸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고이즈미를 지지하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고이즈미 체제에서 스가 전 총리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데, 스가 전 총리가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자위대 명기를 위한 개헌을 주장해왔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한일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온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그가 군사 분야에 관심이 많아 군비 확충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 재임시절 한국과 관계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과거사 부분에서는 기존과 다를 게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총리가 바뀌더라도 지금보다 나아질 만한 부분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진혁 기자 liber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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