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자사주로 3000억 조달…'교환사채 설계' 남다른 이유

서울 중학동 SKC 본사 사옥 /사진=SKC

SKC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을 활용해 총 31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되는 구조로 설계해 재무 건전성을 한층 높였다. 중장기 전략과 재무구조 개선 목표,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통제 장치까지 아우른 정교한 조달 구조라는 평가다.

SKC는 이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총 3100억원 규모의 영구 교환사채를 사모 형태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교환 대상은 SKC가 보유한 자기주식 약 299만주로 전체 발행 주식 수 대비 7.88%에 해당한다. 교환가액은 주당 10만3842원으로 산정됐다. 기준주가에 약 12%의 프리미엄이 반영된 수준이다.

이번 EB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3,000억원)와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100억원)가 전액 인수할 예정이다. 이자율 구조는 다소 특이하다. 표면이자율은 발행 후 3년간 0%, 이후 2년간 1%, 5년이 지나면 8%로 급등하고 매년 2%포인트씩 가산된다. SKC는 일정 요건 하에 이자 지급을 유예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로 간주되지 않는다.

만기는 30년으로 설정됐으며 SKC는 필요시 무제한 연장할 수 있다. 반면 투자자는 풋옵션이 없고 SKC는 발행 5년 후부터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이같은 조건 때문에 이번 EB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 처리된다. SKC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올해 1분기 말 SKC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8%다.

또 다른 특징은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별도의 유상증자 없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삼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 없이 자금 유치에 성공한 셈이다. 게다가 교환가액은 현 주가 대비 10% 이상 높게 설정돼 있어 교환권이 실제 행사되기까지는 일정 수준의 주가 상승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주가 하단 방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EB에는 자회사 상장과 관련한 통제 조항도 포함돼 있다. SKC는 현재 동박 제조 자회사인 SK넥실리스와 유리기판 제조 자회사 앱솔릭스의 상장을 장기 과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일로부터 3년 이내 SK넥실리스나 앱솔릭스 등 자회사가 국내외 증시에 상장할 경우 투자자는 사전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동의 없이 상장이 추진될 경우 SKC는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콜옵션을 행사해 EB를 조기 상환해야 한다. 이는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투자자 보호 장치이자 SKC 입장에선 상장 전략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조달된 31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명시됐지만 SKC는 이를 향후 신사업 확대의 실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기존 사업구조 조정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유연한 재무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낮은 초기 수익률, 중도상환 불가, 이자 유예 리스크 등 불리한 조건이 존재하지만 상장 관련 수익률 보장 조항과 콜옵션 조기 행사 조건 등이 이를 일정 부분 보완한다. SKC로서는 재무제표 개선, 지분 희석 방지, 주가 방어, 자회사 상장 통제 등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정교한 설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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