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초 '미스어스' 최미나수 "現 미인대회, 女 다양성 보여주죠"
기사내용 요약
환경이라는 화두에 맞물린 세계미인대회
"환경 이슈, 세계적으로 긴밀하게 연결 돼 있다는 걸 깨달아"
특별한 이름, 글로벌한 부모 마인드와 할머니 바람의 조합
아름다울 美·아리따울 娜·빼어날 秀…'빼어나게 아름답다' 뜻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인 대회'가 시대착오적인 산물이라는 인식도 편견이 됐다. 국제 미인 대회 '미스 어스(Miss Earth)'가 증명한다.
'미스 유니버스' '미스 월드' '미스 인터내셔널'과 함께 세계 4대 미인대회로 불리는 '미스 어스'는 환경 보호를 주제로 열린다. 전 세계의 공통 시대적 화두에 대해 관심을 갖는 현대여성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통로다.
'2021 미스코리아' 선(善)인 최미나수(23)가 지난달 말 필리핀에서 열린 '미스 어스 2022'에서 다른 85개국 여성들과 선의의 경쟁 끝에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미나수는 지난해 미스코리아 선이 된 이후 무섭게 팬덤을 구축했다. 그녀의 매력과 K팝 등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시너지를 냈다. 호주, 캐나다, 미국, 중국 등지에서 살며 글로벌한 감각을 갖춘 최미나수는 또 다른 한류 흐름의 발판을 다지는 중이다.
최근 서울 충무로에서 만난 최미나수는 "'미스 어스'는 제 가능성을 더 열어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녀가 '미나수'라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어 일부에서는 외국 국적이 아니냐고 반응하는데 미스코리아는 한국 국적이라 출전이 가능하다. 이름은 그녀 부모의 글로벌한 마인드와 손녀를 아끼는 할머니의 예쁜 마음이 반영돼 지어졌다.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는 이름을 짓고자 부모는 '미나'를 택했고, 할머니는 이름에 '수'가 들어가야 잘 살 수 있다고 했다. 한자로는 아름다울 미(美), 아리따울 나(娜), 빼어날 수(秀)를 조합했다.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뜻이다. 미인 대회를 위한 운명 같은 이름.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 간다는 말이 있는데, 최미나수는 미인은 이름 따라 간다는 말을 새로 만들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미스 어스'에서 우승한 것에 대해 실감이 납니까?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아직도 제가 학생처럼 느껴져요. 왕관을 쓴다는 건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잖아요. 특히 '국제 왕관'이니까요. 빨리 실감해야 할 거 같아요. 환경에 대한 대회라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 하거든요. 이제 정신 차리고 더 많이 공부를 해야죠."
-'미스 어스'는 어떤 의미가 있는 대회인가요?
"지금 화두랑 맞는 대회예요. COP(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도 그렇고 환경 관련해서 세계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에 연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거니까요. K팝 등 한류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책임을 요구 받고 있는데 한국 출신 미스 어스로서 역시 연관된 책임감을 같이 부여 받고 있죠."
-원래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요?
"원래 환경보다는 다른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환경을 위해 실천해온 것들이 많더라고요. 평소 따릉이(서울시 내 무인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많이 타고 다니거든요. 그런데 이번 '미스 어스'를 준비하면서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어요. 예전엔 '지구를 보호하자'고 추상적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대회를 거치면서 인구과밀도, 환경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공부하게 됐죠."
-그런데 이번 대회 막판에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고군분투하기도 했다고요.
"대회 초반엔 좋았는데 끝나갈 즈음에 좋지 않았어요. 중간에 작은 컴피티션 몇 개를 치렀는데 그 때 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한 거예요. 대회 하루 전 리허설 때 몸이 너무 아팠고 본 대회 날 아침 역시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리허설 현장으로 바로 갔죠. 아버지가 필리핀에 오셔서 제 상태를 보셨을 때 '무대에 서지 말라'고 하셨을 정도였어요. 밤새 토해서 병원에 가기 힘들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거든요. 또 아버지는 제가 혹시 쓰러져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민폐를 끼칠까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여기서 멈추는 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계속 서포트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무대에도 서지 못하면 책임감이 없는 사람 같았습니다. 무대에서 잘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제 책임이라고 여겼죠. 그 다음 '결과에 승복하자'가 제 마음가짐이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스코리아' 등 미인대회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있었는데 최근엔 미의 기준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달라지는 분위기가 보입니다.
"지금이 변화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 시기에 제가 뽑혀 영광이죠. 예전 미인 대회는 예쁜 외모에 중점을 뒀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특히 '미스 어스'는 현재 중요한 사회 이슈에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죠. 짧은 시간에 자신의 매력을 얼마나 잘 어필할 수 있는지를 보는 거예요. 뽑히지 않은 친구들이 매력적이지 않은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자신을 얼마나 간략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리는 거죠. 그런 식으로 현대 여성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통로가 미인 대회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틀에 박힌 미인은 아니거든요. 눈이 엄청 큰 거도 아니고, 치아 역시 큰 것도 아니고요. 전통적으로 예쁜 스타일은 아니에요."
-상당히 여러가지 매력을 갖고 있는데 이름도 참 예뻐요.
"호주에서 태어났는데 부모님이 제 이름을 지으실 때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는 이름을 짓고자 하셨대요.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나 어색하지 않을 '미나'를 떠올리셨죠. 그런데 할머니가 예쁘게 자라려면 꼭 '수'를 붙여야 한다고 말씀 하셔서 미나 뒤에 수를 붙였어요. 각 글자에 어울리는 한자는 그 다음에 붙인 거죠. 아름다울 미, 아리따울 나, 빼어날 수인데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뜻이에요. (미인대회를 위한 이름 같다고 하자) 맞아요. 운명 같은 이름이죠. 하하."
-호주에서 태어났다고 하셨는데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글로벌의 상징과도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호주에서 태어나 일곱 살까지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초등학교 5년까지 다녔고 캐나다 가서 1년 학교를 다녔죠. 이후 미국에서 2년 다니고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국제 학교 다니다가 또 중국에서 학교를 1년 다녔죠. 한국에 다시 와서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대학교를 갔죠. 이렇게 진짜 글로벌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스 어스' 출전해서는 그런 생각이 없어졌어요. 85개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직도 글로벌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느낀 거죠. 더 배워야 한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특히 이란, 아프리카 친구들과는 이번에 처음 교류했거든요. 그들과 친해지면서 그곳 사회적 이슈도 알게 됐죠. 그러면서 환경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어요. 많은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개발도상국에서는 그런 것이 발전에 난관이 될 수 있죠. 그렇게 환경 이슈가 세계적으로 더 긴밀하게 연결이 돼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 대회에서 연수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했어요. 훨씬 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어릴 때부터 꿈도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거였나요?
"정해진 꿈은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서 공감할 수 있는 직업을 하고 싶긴 했어요. 아직까지 찾아가는 중이에요. 사실 고등학생일 때는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한국에선 청소년 성교육이 잘 안 돼 있잖아요. 어릴 때부터 글로벌하게 살다 보니 그런 것에 대해 유연하게 스피치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처음부터 한 가지 일을 정해 놓는 것보다, 가능성을 더 열어두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래서 시야를 더 넓힐 수 있게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미국 일리노이대)을 전공하게 됐죠. 더 어릴 때는 제 전공이 구체적이지 않고 방향성 폭이 넓어서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아버지께서 왜 추천을 해주셨는지 알게 됐어요. 아버지의 큰 그림이었던 거죠. 이제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미스코리아'와 '미스 어스'는 제가 가진 가능성을 더 열게 해준 계기가 됐어요."
-'미스 어스' 참가 전에 출연한 채널A 서바이벌 예능 '펜트하우스'에서도 다른 매력을 보여줬어요. 치열한 머리 싸움과 결단력 그리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스 어스'에서 우승한 사람과 같은 사람 맞아?'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하하. 새로운 도전이었고 제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오래 남는 인지도를 원하는데 그런 건 한순간에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오래 남기를 원하면 오래 걸리는 게 맞죠. 전 제 자신을 항상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요."
-최미나수 씨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진정한 미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선하지만 인간적인 영향력을 끼쳤으면 해요. 근데 '미스코리아'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항상 인형 같고, 비싼 음식 먹는 줄 아시는데 저조차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요. 저를 통해 '미스코리아가 괜찮은 대회'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해요. 무엇보다 '미스 어스'를 통해서 그걸 조금이나마 보여드린 거 같아서 제 자신에게 자랑스럽습니다. 미의 기준은 워낙 다양하잖아요. 매력적인 사람이 미인이라고 생각해요. 즉 에너지가 좋은 사람이죠. 선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고, 또 그 사람을 보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 사람이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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