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챠 회생과 인수합병(M&A)의 성패는 결국 시너지를 가져갈 수 있는 원매자에 달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단순 자금 투입보다는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한 기업이 참여해 왓챠의 큐레이션 역량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누적된 결손금과 차입금을 정리하고 시너지 창출까지 가능한 대상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왓챠가 데이터·브랜드·큐레이션 역량에 기반해 사업적 밑그림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왓챠 '큐레이션 역량' 활용한 시너지 필요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왓챠의 M&A 과정에서 콘텐츠 기업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OTT 단독 모델로는 넷플릭스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도에서 단독 IP 없이는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콘텐츠 제작·배급사, IP(지식재산) 원천 기업, 데이터·플랫폼 역량을 보유한 기업 등이 잠재적인 원매자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예컨데 중대형 콘텐츠 제작사나 배급사의 경우 자사 IP를 왓챠에 우선 공급하고 왓챠피디아의 평점·리뷰 데이터를 기획 단계에 활용할 수 있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웹툰·웹소설 등 원천 IP를 보유한 기업은 영상화 전략의 실험 플랫폼으로 왓챠를 활용할 수 있다.
콘텐츠 IP의 중요성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해당 작품은 넷플릭스와 소니 픽처스가 제작을 맡았고 대표곡 '골든(Golden)'의 IP는 소니뮤직이 보유하고 있다. 소니의 기획력과 넷플릭스의 큐레이션 역량이 결합되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단순한 한류 붐에 기댄 결과가 아니었던 만큼, 국내 제작·배급 구조만으로는 동일한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케데헌 사례로 콘텐츠 산업에 대한 기대가 과도해진 측면이 있다"며 "테일러 스위프트의 싱가포르 독점 공연 이후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한류를 우리 손으로 어떻게 상품화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원매자가 보유한 콘텐츠 역량과 왓챠가 축적한 큐레이션·데이터 자산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왓챠 역시 OTT 단독 모델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매자 역시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플랫폼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왓챠의 자본총계는 -87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부채총계는 993억원에 달한다. 왓챠가 원매자에게 설득력 있는 사업적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매물로서의 매력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비스 분리 어려워…성장 밑그림 제시해야"
왓챠 OTT와 왓챠피디아 간의 서비스 분리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왓챠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과 큐레이션 경쟁력이 왓챠피디아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두 서비스를 분리할 경우 사업적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왓챠피디아 데이터는 개인 동의 등 법적·기술적 제약이 많아 독립적인 사업화가 쉽지 않다"며 "단순 리뷰 서비스가 아니라 왓챠 추천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인 만큼 구조적으로 분리 매각은 현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왓챠는 매각을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미국 등 해외 콘텐츠·플랫폼 기업과도 접촉하고 있다. 실제로 박태훈 왓챠 대표와 주요 채권자 측이 직접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생 M&A 특유의 복잡한 법원 절차와 촉박한 일정, 한국 OTT 시장의 제한적인 성장성을 고려할 때 해외 기업이 나설 유인은 크지 않다. 왓챠피디아 데이터가 한국 이용자 중심이라는 점 역시 글로벌 사업자 입장에서는 활용도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앞두고 매각 주관사 선정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우선협상대상자 도출까지 실사와 조건 협상 등 절차가 많은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왓챠 회생은 '얼마에 파느냐'보다 '누가 가져가느냐'가 더 중요한 사례"라며 "콘텐츠와 데이터의 결합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왓챠 관계자는 "시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를 마련해 함께할 투자자를 찾겠다"며 "콘텐츠에 대한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투자자와 함께 미래를 그려가겠다"고 밝혔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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