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조달 진단]롯데건설, 'ABS·단기사채' 경로 다각화

서울시 잠원동 롯데건설 사옥 전경./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이 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대폭 늘리고 300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등 자금조달 창구 다각화에 나섰다.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본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조달 경로를 다변화해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공사대금채권 유동화·단기사채 한도 확대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1일 준공이 임박해 분양이 완료된 사업장의 공사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30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다. 건설사가 공사대금채권을 활용해 구조화 상품을 자체 설계하고 금융기관의 신용공여를 더해 최고 신용등급(AAA)으로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ABS는 1년물과 1년 3개월물로 나눠 각각 15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하나증권과 신영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았고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내년 준공 예정인 주택현장 20곳에서 회수되는 공사대금은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3000억원을 ABS 발행으로 미리 조달해 공사대금 회수 전까지 유동성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위축된 단기 조달 창구를 다시 확대해 재무 대응력을 키우고 있다. 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1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8배 늘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융통성을 높였다. 단기 운영 자금 수요에 대비해 현금화가 쉬운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자금 운용 기조를 다지기 위한 조치다.

외부 신용보강 '고육지책'

과거 건설사들은 주로 자체 신용이나 그룹의 지원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했다. 롯데건설이 이례적으로 외부 금융기관의 신용보강을 빌려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을 두고 롯데그룹 전반의 신용도가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가 이달 12일 발표한 '2026년 그룹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주력인 석유화학 부문의 장기 부진과 건설의 PF 우발채무 부담으로 인해 재무 대응력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AA→AA-)과 롯데지주(AA-→A+), 롯데건설(A+→A)의 신용등급이 동반 하향 조정됐고 이에 따라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들의 등급도 잇따라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주사의 지원 여력이 제약된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의 차환 부담과 높은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룹 차원의 재무 지원이나 롯데건설 자체 신용만으로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모으기 어려워지자 사업장의 확정된 현금흐름과 하나은행의 1500억원 규모 외부 신용공여를 결합해 최고 등급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신용도 강등' 악재 불구 PF 우발부채 위험 분산

그룹 전반의 신용도 하락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롯데건설은 다각적인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PF 우발부채 위험 분산과 축소를 순조롭게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신용보강 규모는 3조6021억원으로 축소됐다. 2024년 말 4조1608억원 대비 5000억원 이상 감소한 금액이다. 우량 사업장 중심의 선별적 수주와 본PF 전환을 통해 차입 부담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추세다.

대규모 펀드 조성과 만기 연장 등 차환 작업도 원활하다. 지난 3월 5일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고 기존 4000억원 규모 펀드B를 3000억원 규모 펀드C로 리파이낸싱했다. 만기를 18개월로 늘리고 조달 금리를 인하해 금융비용을 절감하며 차입 구조를 장기화했다.

자본 확충을 통한 부채비율 관리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29일과 올해 1월 29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500억원씩 총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87%로 2024년 196%에서 9%p 하락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AAA등급 ABS 발행 성공은 시장으로부터 회사의 신용도를 인정받은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철저한 현금흐름 관리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올해 본격적인 경영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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