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특수에도 웃지 못하는 동네책방 "주문 안한 책들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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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남성이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보문고를 도매로 이용한다는 서울의 한 동네서점 주인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교보문고 도매 사이트에서 한강 도서는 주문할 수 없었다"며 "정작 교보의 지점에서는 판매하는 상황을 보고 실망과 동시에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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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서도 작품 입고 중지
기존 한강존엔 아버지 '한승원 모음전'
교보측 日평균 1.5만권 배포 약속에도
동네서점은 도매 주문 사실상 불가능
"주문하지 않은 책만 보내" 점주들 분통
“한강의 다른 작품은 없고 영어 번역본만 있는데 이거라도 사갈까?”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남성이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고민 끝에 한강의 장편 소설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본을 집어 들었다. 그는 “한강의 작품을 사갈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한강 작품의 영어 번역본을 집었다”고 전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강의 작품이 다시 자취를 감췄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고객들이 처음 마주하는 통로 중앙에 자리한 매대에는 한강 작가의 소설들이 사라졌다. 매대는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작품을 진열한 ‘한승원 작가 도서 모음전’ 판매 공간으로 바뀌었다. 지난 2주일 동안은 한강의 작품이 입고되자마자 가장 빠르게 쌓인 ‘한강 존’이었다.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진열할 책조차 없다 보니 1위부터 10위까지 등장한 한강 책은 모두 종이 판넬로 바뀌었다.
교보문고가 지난 22일 전국 34개의 매장 중 26개의 매장에서 한강의 작품 판매를 중지하기로 발표한 결과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한강 작품 판매를 계속하는 매장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작품을 구하기는 힘들었다.
매장 내부의 PC를 이용해 저자 이름에 한강을 검색하자 모든 작품이 ‘재고 없음’으로 표기됐다. 그나마 ‘노랑무늬 영원(문학과지성사 펴냄)’의 경우 1권이 창고에 있다고 표기돼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 책 역시 재고 소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날 한강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교보문고를 찾은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직원은 “사실상 한강 작품은 ‘예약 판매’ 형태로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만 살 수 있다”며 “오프라인 주문을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점조합이 교보문고가 거래 중인 지역 서점에 한강의 책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자 교보문고는 각 지점에 이달 말까지 공급을 중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22일부터 교보문고 매장 공급 물량을 일평균 2000권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물량은 전량 지역서점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지역서점에는 일평균 최대 1만5000권 가량이 배분될 수 있다는 게 교보문고 측 설명이다.
동네 서점은 여전히 아우성이다. 전국책방네트워크는 “대형서점은 문제가 커지자 갑자기 주문하지 않은 소설들을 마구잡이로 보냈다”며 “상생을 내세운 마케팅 대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전국책방네트워크에 따르면 대형 서점들은 도매 업무와 소매 업무를 같이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자신들의 소매 업무를 우선시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출판사에서는 책 생태계의 실핏줄인 동네 책방을 건너뛰고 체인형 마트와 편의점 등에 책을 팔거나 대형 서점 위주로 공급을 했다”고 강조했다. 교보문고를 도매로 이용한다는 서울의 한 동네서점 주인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교보문고 도매 사이트에서 한강 도서는 주문할 수 없었다”며 “정작 교보의 지점에서는 판매하는 상황을 보고 실망과 동시에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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