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듯 열린 단독주택

연주가

비슷한 집이 연속되는 신도시 단독주택가. 건축주는 이웃에 위압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보장되는 집을 요청했다.

프라이버시 확보가 가장 중요했던 외부 공간은 중정, 주차장과 포치, 야외 식당으로 구획된다. 공간을 분리하는 야트막한 담과 유리블록, 필로티가 집 전체를 느슨하게 막으면서도 중정을 통해 집 안으로 볕을 들이는 열린 형태다.

움츠린 듯 펼쳐지고, 가려진 듯 열린 집. 작은 주택이지만 가족의 소박한 욕망과 정체성은 이렇게 온전히 집에 담겨 재미있는 삶의 공간을 만든다.

신도시 단독주택지의 지구단위계획지침 내용은 지역과 상관없이 대체로 유사하다. 그래서 비슷한 집들이 연속되는 동네 풍경이 이루어진다. 정해진 법규와 지침을 따르면서도 주변에 긍정적 환기와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집을 목표로 하며 설계를 시작했다.

건축주는 이웃들에게 불편함과 위압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고려된 집이길 바랐다. 그늘진 마당, 길에서 실내가 보이는 배치, 성처럼 벽으로 둘러싸인 ㅁ자 형태, 뻔하고 흔한 공간 등 건축주는 ‘원하는 집’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원하지 않는 집’에 대한 분명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건축주의 요구를 반영해 가며 설계를 진행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주가’가 지어졌다.

△ 중정
△ 집 내부에서 본 중정

외부공간은 각 쓰임새에 맞게 분할하여 명확하게 사용되도록 했다. 남은 공간을 ‘마당’으로 퉁치는 방식이 아닌 필요한 외부공간들의 크기를 가늠하여 각각의 외부공간마다 개별적 성격을 부여하고자 했다. 먼저 ㄷ자 형태의 중정은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높은 벽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필로티와 벽을 적절히 사용하여 집 전체를 느슨하게 막으면서도 중정을 통해 집 안으로 볕과 그늘이 들어올 수 있도록 최대한 열린 형태로 계획했다.

△ 주차 필로티
△ 주차 필로티와 현관 앞 포치
△ 주차 필로티와 현관
△ 중정과 야외 식당
△ 야외 식당

도로와 접한 중정의 동쪽 공간에는 주차 필로티와 현관 앞 포치를 배치하고, 중정과의 경계를 행인과 눈이 마주치지 않는 높이의 담으로 구획했다. 이로써 담과 필로티를 통해 행인들에게 중정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했다. 중정의 서쪽 필로티 공간은 집 외부에 마련된 야외 식당으로, 2m 높이의 유리블록과 노출콘크리트 벽을 사용하여 외부 시선을 차단했다.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언제든 즐거운 식사가 가능한 이 집만의 특별한 공간이다.

△ 계단식 테라스
△ 옥상 휴식공간

주차 필로티의 위층은 계단식 테라스로, 다락에서 연결되는 옥상과 하나로 이어진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할 수 있는 가족만의 힐링 장소로서 거주자에게 비일상적 휴식을 제공한다.

△ 주방 및 식당
△ 2층 가족 홀과 복도
△ 2층 침실

내부공간은 간결한 일자형 동선으로 실제 면적보다 더 넓게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1층의 거실과 식당은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 큰 공용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고, 2층의 침실은 필요한 만큼의 면적으로 구획하되 수납공간을 가급적 많이 만들었다. 2층은 공간이 답답하지 않도록 천정을 높이고 유리 난간을 사용하여 복도, 가족 홀, 외부 테라스, 다락과의 연결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일렬로 배치된 1층의 거실과 식당은 바닥에 단차를 두어 천정 높이에 변화를 주었다. 이는 원래 대지의 단차를 이용한 것으로, 일자형의 단순한 평면이지만 천정 높이에 변화를 주어 실내가 더욱 넓게 느껴지도록 했다. 현관에서 들어오자마자 높은 천정의 거실을 마주하고, 일반 층고의 식당으로 이어지며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일자 계단과 2층 복도

일자형 계단으로 인해 만들어진 2층의 긴 복도는 다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천정을 높여 시원하게 트인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마치 갤러리나 화랑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높은 천정은 거주자의 일상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한다.

△ 다락
△ 계단식 테라스
△ 다락과 연결된 옥상 휴식공간
△ 계단식 테라스와 연결되는 가족 홀

테라스와 옥상은 자연스럽게 내·외부를 연결하는 확장된 실내 공간이다. 맨발로도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실내의 일부가 되길 기대했다. 2층 가족 홀에서 다락으로, 다락에서 옥상으로, 옥상에서 다시 계단식 테라스를 내려가 가족 홀로 연결되는 순환 동선은 이 집만이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움츠린 듯 펼쳐진 집, 가려진 듯 열려 있는 집, 튀는 듯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집. 작은 단독주택이지만 거주 공간에 대한 소박한 욕망과 정체성을 은은하게 드러내는 집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 식당 ④ 다용도실 ⑤ 야외 식당 ⑥ 중정 ⑦ 포치 ⑧ 주차 필로티
① 침실 ② 세탁실 ③ 복도 ④ 가족 홀 ⑤ 드레스룸 ⑥ 계단식 테라스
① 다락 ② 수납 공간 ③ 브릿지 ④ 옥상 ⑤ 계단식 테라스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 식당 ④ 침실 ⑤ 가족 홀 ⑥ 다락 ⑦ 옥상
① 주차 필로티 ② 포치 ③ 현관 ④ 드레스룸 ⑤ 침실 ⑥ 계단식 테라스 ⑦ 옥상
① 중정 ② 주방, 식당 ③ 침실 ④ 다락

건축개요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 2층, 다락
대지면적: 241㎡ (72.90py)
건축면적: 118.68㎡ (35.90py)
연면적: 186.08㎡ (56.29py)
건폐율: 49.24%
용적률: 77.21%
구조: 철근콘크리트
사진: 최진보
설계: 건축사사무소 나우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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