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보’ 매력적이지만…시간 투자 대비 최고 효율은 ‘○○’보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2024. 9. 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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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을이다. 야외활동하기 딱 좋은 계절. 걷기는 누구든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다. 대부분 귀한 시간을 쪼개 할 터.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걸음 수’는 얼마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숫자는 하루 만 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굳이 이 목표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건강 혜택을 제공하는 가장 효율적인 걸음 수를 찾아내기 위해 진행한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한 수치는 7000보에서 8000보 사이이기 때문이다.

‘하루 만보’가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상적인 목표가 된 것은 1965년 일본의 한 업체가 만든 만보계의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일만 만(萬))의 약자인 ‘万’자가 사람이 걷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하루 만보를 걸으면 건강해진다고 홍보 했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이 수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이후 등장한 많은 피트니스 트래커(활동량 측정기)가 이를 기본 목표로 제시했다. 꽉 찬 느낌과 기억하기 쉬운 숫자라 사람들도 매력적인 목표로 받아 들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만보는 만만하게 볼 수치가 아니다. 보통 1시간 30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걸음수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초점을 맞추면 약 7000보에서 대부분의 이점을 볼 수 있다는 게 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조금 다른 시각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조기 사망 위험을 크게 줄이려면 하루에 얼마나 걸어야 하는 지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증거’라며 스페인 그라나다대학교가 주도한 국제 연구에서 8000보를 제시 한 것. 인간의 평균 보폭(남성 76cm, 여성 67cm)을 고려할 때 8000보를 걷는다는 것은 하루에 약 6.4km를 이동한 것과 같다.

미국 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걷는 속도에 따라 추가적인 이점이 있으며, 느리게 걷는 것보다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같은 해 유럽 예방 심장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발표된 메타 분석에 따르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걸음 수는 하루 3867보로 나타났다.

두 연구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건강 개선을 위해서는 많이 걸을수록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 분야 전문가인 엘로 아귀라 박사(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운동과학과 교수)는 “투자한 시간 대비 최적의 혜택을 원한다면 이미 8000보에서 대부분의 이득을 얻은 것이며, 그 이후에는 미미하거나 점진적인 이득이 있을 뿐”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당 약 150분의 중강도 신체 활동 또는 75분의 고강도 신체 활동을 권장하는데, 이는 하루 7000~8000보로 치환된다.

아귀아르 박사는 “만보라는 목표가 많이 퍼져 있고, 더 많이 걷는 것이 더 적게 걷는 것보다 항상 좋기 때문에 해로울 것은 없다”면서도 개인별로 상황에 맞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적으로 4000~5000보를 걷는 사람에게 하루 만보를 권장하는 것은 그 사람의 활동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므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거나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 대신 매일 활동량을 점진적으로 늘려 결국 하루 8000보 이상을 걷는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 하루에 만보 이상을 걷고 있다면 이 수치를 더 늘릴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시간이 있고 체력을 더 키우고 싶다면 다른 강도 높은 운동을 병행해 추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산소 운동 능력을 높이기 위한 달리기나 근육을 키우고 골밀도를 강화하기 위한 근력 운동 등이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 움직일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걷기를 통해 활동량을 늘리고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조금씩 걸음 수를 늘려 하루 8000보를 달성한다면 이른바 최고의 ‘가성비’를 누릴 수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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