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의 여행지’, 지금은 항공사의 애물단지로

한때 신혼여행과 가족여행지의 대명사였던 괌.
푸른 바다와 온화한 기후, 미국령이라는 특별한 매력이 더해져 수년간 인기 노선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금은 항공사들에게 수익 없는 부담 노선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주요 항공사들의 괌 노선 축소·중단이 이어지며, 여행객들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제주항공, 13년 만의 전면 중단

제주항공은 2012년 인천~괌 노선을 처음 취항한 이후 꾸준히 운항을 이어왔지만,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첫 운항 중단으로, 재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항공사 측은 “노선 침체와 공급 과잉”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2019년 공급 좌석의 90% 이상 유지’ 조건 때문에, 일부 항공사들은 수익성과 무관하게 좌석 공급을 늘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결국 중소 항공사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제주항공은 괌뿐 아니라 부산~다낭 노선까지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찜특가가 함정이었다” 소비자 분노 폭발

문제는 단순한 결항을 넘어 소비자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6월 창립 20주년을 맞아 대규모 ‘찜특가’ 행사를 열고 수많은 고객들이 괌 항공권을 구매했다.
하지만 이후 잇따른 일방적 결항 통보로 여행객들은 호텔·렌터카·투어 예약까지 줄줄이 취소해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 한 소비자는 “10월 항공편이 취소돼 11월로 바꿨지만, 또다시 결항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항공편조차 없어 환불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특가 항공권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항공사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항공사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괌 노선을 오히려 증편했다.
▶대한항공: 인천~괌 주 14회 → 21회 증편
▶진에어: 주 7회 → 14회 증편
▶에어서울: 3년 만에 노선 재개
이는 공정위가 부과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 결정이다. 수요가 줄어도 의무적으로 공급을 늘려야 해, 괌 노선은 “수익 없는 의무 운항'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역 상생은커녕, 소비자와 항공사 모두 손해

이번 사태는 단순히 수요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항공사 간 구조적 공급 과잉
▶공정위 규제 조건과 시장 논리의 충돌
▶달러 강세와 고물가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
이 모든 요인이 맞물리며 괌은 더 이상 매력적인 노선이 되지 못했다.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됐고, 항공사 역시 수익과 브랜드 신뢰 모두에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때 ‘가장 가까운 미국령’이라는 매력으로 사랑받았던 괌. 그러나 지금은 구조적 문제와 시장 변화 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여행자에게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항공편 문제가 아니라, 여행 계획 전반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괌이 다시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그 답은 항공사와 규제 당국이 시장 현실에 맞는 해법을 찾아내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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