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1.5박스 EV 트럭 ST1..승용차 수준의 놀라운 승차감
현대 ST1은 2007년 현대 리베로 단종 이후로 처음 나온 1.5박스 형태의 트럭이다. 드디어 위험천만한 1박스 형태를 벗어난 차량이 출시되었다.
택배 기사 및 산업현장의 활약하는 기존 1톤 포터 트럭 차주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는 현대차 전기 소형 트럭 ST1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목적기반차량(PBV)으로 모빌리티 혁신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 화물 적재 공간인 '카고' 부문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걸맞게 맞춤화(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전기차의 특징을 살려 여러 물류 환경에 맞춘 차량을 제공할 수 있다.
ST1의 가장 주목할 부분은 노후화돼 안전에 문제가 많은 1톤 현대 포터, 기아 봉고 트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등장이다. 기존 원박스 형태 소형 트럭은 전면에 엔진룸이 없어 화물 적재 공간 확보가 유리하다. 하지만 정면 충돌 시 충격을 흡수를 할 공간이 없어 탑승객 부상이 심각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무릎 골절부터 하반신 마비까지 목숨에도 영향을 줄 만큼 충돌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ST1의 경우 전면에 파워트레인이 위치한 1.5 박스 형태라 비교적 전면충돌 시 안전하다. 여기에 기본 섀시캡(Chassis-Cab) 구조라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ST1을 공개하면서 카고와 카고 냉동뿐 아니라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캠핑카, 전기 바이크 충전차, 이동식 스마트팜, 애완동물 케어 숍 등 다양한 형태의 특장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ST1 카고 스마트와 프리미엄 모델은 기존 포터에 비해 거의 100% 이상 비싼 각각 5980만원, 6360만원이다. 다행히 전기차 보조금 적용 전 가격으로 실제 구매는 3천만원대 후반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기존 포터 일렉트릭 특장차(4805만원)보다도 1500만 원 이상 비싸다. 가장 큰 걸림돌이 부담이 되는 가격인 셈이다. 하지만 충돌 안정성과 부드러운 승차감 등을 감안하면 충분한 값어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승차는 냉동 탑차다. 전면은 스타리아와 흡사한 디자인이다. 2021년 스타리아 첫 출시 당시에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였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상용차이다 보니 화려한 장식이나 내장 등은 과감히 배제됐다.
스타리아에 들어가는 일자형 주간주행등(DRL) 자리는 검은색 무광 플라스틱이 자리를 잡았다. 불필요한 가격 상승 요인을 줄였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측면은 1열 운전석을 제외한 나머지는 직사각형 형상이 도드라진다. 적재공간 활용성을 위해 정직한 직사각형의 형태를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휠 역시 트럭인 만큼 화려한 디자인이 가미되지 않은 '불판 휠'이 들어갔다. 깡통 차량이라는 인상보다는 듬직한 느낌을 준다.
운전석 뒤에 위치한 슬라이딩 도어로 간편하게 냉동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도어가 조수석측이 아닌 운전석측에 위치한 게 의아했다. 차량 용도를 생각했을 때 골목길, 상차지에 잠시 주차해 짐을 싣고 내릴 때 조수석 측에 슬라이딩 도어가 위치했다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전은 더 좋았을 것으로 보여진다.
차량 후면 역시 정직한 직사각형이다. 문이 상하로 열리는 것이 아닌 좌우로 열린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냉동 탑차와 동일하다. 도어를 완전 개방 시 자석으로 고정이 가능하다. 뒷문 손잡이가 일반 차량의 도어 핸들과 동일하다.
문을 열었을 때 실내 철판의 두께, 질감, 각종 마감재를 신경 쓴 흔적이 눈에 띈다. 기존 1톤 트럭 탑차와 사용방식은 동일하지만 받침대 겸 범퍼와 웨더스트립을 보강해 사용성을 크게 개선했다. 적재 작업 시 차량 구조로 인해 다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차체 크기는 포터나 봉고와 비교하면 덩치가 훨씬 커졌다. 전장(차량 앞뒤 길이) 5625mm로 포터 초장축(5100mm)보다도 500mm 가까이 길다. 전폭 역시 2015mm로 포터(1740mm)보다 넓었다. 전고는 2230mm로, 지하주차장 출입이 가능하다. 높이가 2m로 제한된 공영주차장 등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구 도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경우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큰 덩치에 비해서 스티어링 회전 반경이 좁아 골목에서 주행 시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덩치로 인한 부담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적재함 실내고는 카고 1700mm, 냉동 카고가 1608mm로 허리를 거의 굽히지 않고 작업이 가능했다. 성인 남성 평균키가 174cm임을 감안한다면 고개는 살짝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높이다. 전반적으로 높이가 낮거나 좁다는 인상은 없었다. 적재 용량은 카고 8.3㎥, 냉동카고 7.2㎥이다.
실내로 들어오면 스타리아와 동일한 디자인의 대시보드가 익숙하다. 차이점이라면 계기반 디스플레이 10.25인치에서 12.3인치로 커졌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최신 ccNC 시스템이 적용된 10.25인치 디스플레이다.
올해 출시한 스타리아 하이브리드에는 적용되지 않은 최신 시스템까지 적용돼 눈길을 끈다. 아마도 스타리아 부분변경때 이와 동일한 시스템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는 냉동기를 비롯한 EV시스템을 모두 제어할 수 있다. 냉동기 온도조절, 제상기능, 온도 기록정보를 보여주어 냉동 탑차에 꼭 필요한 정보를 한번에 담았다. 기존 보조 배터리를 사용하던 포터, 봉고 EV 모델과는 다르게 차량의 자체 배터리로 냉동기를 작동시켜 충전 시 불편함도 덜었다.
리어 도어를 열고 후진할 때는 빌트인 캠의 후방 카메라를 이용해 후방 시야를 보여준다. 이를 활용한 디지털 룸미러가 적용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사이드 미러의 경우 스타리아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탓에 캐빈룸 보다 조금 더 튀어나오는 탑 공간에 가려 후방 시야가 좁아진다.
내비게이션 및 냉동기 화면을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띄울 때는 후방 시야를 보여주는 주행 보조 카메라가 상시 작동해 좁은 시야를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 주차할 때는 어라운드뷰 적용으로 불편함이 없다.
운전자를 위한 편의기능도 대거 탑재했다. HDA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차로 중앙 유지, 측후방 경보, 긴급 제동 시스템 등 안전사양이 빠지지 않고 달려 있다. 운전석에는 통풍, 열선 기능이 포함된 시트가 적용됐다. 핸들 열선 기능도 빠지지 않았다.
차량 천장에는 스타리아와는 조금 다른 오히려 기아 레이에 적용된 것과 비슷한 상단 수납함이 달려 있다. 상당히 활용성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서류, 장갑 등 얇거나 작은 물건을 수납하기에 적절하다.
주행질감은 혁신에 가깝다. 크게 개선되었다. 원박스 형태의 포터, 봉고 EV의 통통 튀는 승차감이 거의 사라졌다. 다만 공차 상태로 운행시 요철,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화물차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지만 노면이 안좋은 곳을 제외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다.
코너를 거세게 진입해도 기존 포터 트럭처럼 뒤집어 질 것 같은 느낌이 없다. 일상적인 주행시에도 일반 승용차의 핸들링 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운전피로도가 크게 줄었다.
전기차인 만큼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토크가 터지며 훌륭한 가속력을 선보였다. 최고 출력은 160kW, 모터 최대 토크는 350Nm로 각각 마력과 kgf·m 토크로 환산하면 214마력, 35.7kgf.m가 된다. 포터2 LPG가 최대 159마력에 30kgf·m의 힘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우수한 동력성능을 제공한다.
포터와 비교해 좀 더 커진 덩치로 인해 운전할 때 다소 부담감이 느껴졌다. 다만 우수한 주행안전장치가 적극 운전에 개입해 편했다. ST1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등의 운전시 도움을 주는 기능이 달려있다.
큰 덩치로 인해 골목길과 같은 좁은 도로에서 운전하기엔 힘들 수 있지만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선 운전피로도가 현저히 낮다. 대신 냉동카고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화물을 묶을 장치가 별도로 없다는 것이다. 짐이 묶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행한다면 탑 내부에 흠집을 내거나 화물에 손상이 갈 염려가 있다. 바닥이나 측면에 결박기나 그물망을 사용할 수 있게 고리가 있었다면 활용성이 더욱 좋아졌을 것 같다.
ST1 가격은 카고 5980만~6360만원, 냉동 모델은 6815만~7195만원이다. 내연기관 포터, 봉고의 가격에 두 배 이상의 높은 가격이다. 내연기관 기존 차량의 연료비와 유지비용을 감안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고려한다면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원국 에디터 wg.jeong@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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