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두 개 합쳐야 애플 하나” IMF 직후 광고 다시 나온 까닭
[왕개미연구소]
“한국 경제, 외국 기업 하나 만도 못합니까? 온 국민이 이룬 나라, 한국에 투자합시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9년은 IMF 외환위기 충격을 극복하고 한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던 시기였다. IT 버블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면서 ‘40일 연속 상한가’라는 무서운 전설을 남긴 ‘새롬기술’이 증시에 데뷔한 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펀드 가입 열풍이 처음 불어닥친 것도 바로 1999년이었다. 현대증권(현 KB증권)의 ‘바이코리아 펀드’가 유행을 주도했다. 현대증권은 펀드를 낯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캠페인성 TV 광고도 여러 개 내놨는데, 2차 캠페인 광고는 ‘한국 경제에 대한 과소 평가’가 주제였다.
광고 시작은 이랬다. “일본 NTT 시가총액 157조원... 한국 상장기업 전체 시가총액 137조원...”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었다. 1999년 당시 바이코리아 펀드 캠페인 광고를 일부 소개한다.

그런데 24년 전에 등장했던 바이코리아 펀드 광고가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다시 언급되고 있다. “1999년에도, 그리고 24년이 지난 2023년에도 한국기업 대표팀은 여전히 외국 기업 하나만도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기준 한국 코스피 시가총액은 2059조원으로, 미국 애플 시가총액(3941조원)의 절반 정도다. 올해 코스피가 17% 오르는 동안, 애플 주가는 54% 뛰면서 시총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젠 한국 코스피가 두 개는 있어야 애플이 된다.
투자 구력 10년차인 회사원 P씨는 “한국이 그래도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데, 어떻게 코스피 시총이 미국 개별 종목 시총의 절반 밖에 안 되느냐”면서 “애플 순이익 추이를 보면 2021년 125조원, 2022년 132조원이고 2024~2025년 전망치도 135조원 안팎으로 상승세가 높지 않은데 애플이 거품인지, 코스피가 저평가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23년 한국기업 대표팀 상황을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의 광고 형식을 본따서 만들면 다음과 같다.

투자 전문가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한민국 주식회사 대표팀인 코스피와 미국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것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따져봤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한국 시장이 저평가인 건 맞지만 애플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결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애플은 전세계를 상대로 큰 장사를 하니 사이즈가 큰 것이고, 고객 충성도와 앱 생태계 등을 감안해서 시장이 평가를 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 구조가 다른 한국 기업들과 비교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준철 대표는 이어 “애플만 놓고 봤을 때 거품은 아니지만 싸진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애플의 탁월한 주주 친화책은 한국 기업들이 많이 배워야 한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은 매년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취득에 100조원 이상을 쓰고 있다.
최 대표는 “애플의 주주 친화책이야말로 주가 프리미엄의 결정적 요인인 만큼, 한국 기업들도 주가 프리미엄을 받고 싶다면 애플(기업 혁신+주주 우대)처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도 애플과 코스피의 시총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국 코스피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기업(시클리컬 주식)들이 많이 상장돼 있어서 실적과 주가 진폭이 큰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애플과 비교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건규 대표는 “코스피의 저평가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오히려 투자자들은 애플이 위대한 기업이 된 이유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규 대표에 따르면, 애플의 몸값을 올린 요소는 크게 3가지다. 프랜차이즈 밸류, 주주 우대 정책, 그리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건규 대표는 “애플은 높은 기술력과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업”이라면서 “애플처럼 소비자 구속력(프랜차이즈 밸류)이 강력하면서 주주에게 통 크게 인심을 베풀고, 꿈(애플카, 비전프로 등)까지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자사주 매입에만 총 5720억달러(약 742조원)를 썼다.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코스피 저평가, 애플 고평가’와 같은 단순 도식보다는 한국 시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대형 증권사 임원 A씨는 “한국은 정부의 외환위기 알레르기와 환율 모니터링 귀차니즘 때문에 MSCI 선진지수에도 못 들어가는 나라인데, 이런 국가의 돈으로 누가 투자하고 싶겠는가”라며 “상품 구색이 후진시장이면 서비스라도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한국은 현재 정반대 상황이니 돈이 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든다고 해도 돈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현재 코스피는 후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합니다.”
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는 코스피의 고질적인 저평가 원인으로 과도한 상속세율을 꼽았다. 황승연 교수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 중엔 PBR(주가순자산비율, 낮을수록 저평가)이 1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된 곳들이 많은데 회사에 미래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상속세율(60%)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에 대주주들이 방어적으로 경영 의사 결정을 하고 고의로 주가를 높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 때문에 대주주는 고의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고, 왜곡된 주가는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손해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 황 교수 지적이다.

애플의 성장 스토리에 물음표를 찍은 전문가도 있었다. 여의도 대형 증권사에서 일하는 B씨는 “애플의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지난 5년 평균 각각 11%, 22%에 달할 정도로 높았지만 올해는 모두 마이너스가 예상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향후 1년을 전망한 애플의 매출과 EPS 성장률은 각각 4~5%로 예상되며 고금리 가 지속되고 있기에 시장 기대처럼 시총 4조달러까지 단숨에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기준 애플 순이익은 134조원,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높을수록 고평가)은 29.8배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내년 순이익은 32조원, PER 13.6배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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