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세아상역...국내 의류 제조업체, M&A로 성장동력 모색 [넘버스]

노브랜드 /사진=노브랜드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의류제조 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을 찾는 데 분주하다. 유망한 기업과의 시너지 등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종 업체의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올해 초부터 투자은행(IB)과 투자 대상을 논의해왔다.

OEM사는 주문자가 요구하는 상표명으로 제품을 제작하는 업체다. ODM사는 제조업자가 직접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는 업체로, 업체를 상대로 회사가 만들 제품을 제안하는 등 OEM 대비 능동적으로 의류를 생산한다.

국내에서는 영원무역, 신성통상, 세아상역, 한솔섬유, 한세실업, TP(옛 태평양물산) 등이 OEM 또는 ODM 방식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의류를 만들고 있다. 이외에 동인기연,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약진통상, 호전실업, 국동, 월비스, SG세계물산 등의 업체도 해당된다.

상장 의류 OEM·ODM 업체 테마 주가 흐름 /사진=증권플러스 캡처

그간 국내 의류제조 업계는 고물가 등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금리 등으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향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최근 상장 의류 OEM·ODM 업체의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증권플러스에 따르면 의류 OEM·ODM 테마의 3개월 등락률은 -14.72%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의류산업의 경우 M&A 시 다른 사업보다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졌다. 동종 업체를 M&A해 브랜드를 확충하고 영업망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로 실적과 시장지배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어 향후 몸값을 크게 올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물밑 움직임이 결실을 내는 모양새다. 전날 의류제조 업체 노브랜드는 아웃도어 의류 제조사인 유니코글로벌INC의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일자는 다음 달 2일, 인수가는 260억원이다. 회사는 지분취득 목적으로 신규 아웃도어 바이어를 발굴해 외형과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4년 설립된 노브랜드는 해외 패션 브랜드의 의류를 직접 디자인 및 제작해 수출하는 업체다. 대형 할인점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다수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가장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은 갭으로 약 30%를 차지한다. 노브랜드가 인수하는 유니코글로벌INC는 2005년 설립된 아웃도어 의류 ODM 업체로 베트남 하노이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다. 국내 브랜드 가운데 K2, 아이더, 네파 등을 취급하고 해외 브랜드로는 콜롬비아, 잭울프스킨 등의 제품을 제작·공급하고 있다. 유니코글로벌INC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942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 수준이다.

앞서 글로벌세아그룹의 계열사 세아상역도 미국 스포츠 의류제조 기업 테그라를 인수했다. 세아상역은 섬유 및 의류를 OEM·ODM 방식으로 생산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세아상역이 인수한 테그라는 프로스포츠 선수가 착용하는 고기능 스포츠 의류와 장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의류를 만드는 OEM 업체로 스포츠 의류 생산에 특화돼 있다. 테그라는 미국에 위치한 스포츠유니폼 제조 업체 피오르 등 북중미에 5개 의류생산 관련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류 제조사의 동종 업체 인수 의지가 높은 상황”이라며 “의류 업체 간 치열한 경쟁과 자본시장의 저평가 등으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