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몰래 계좌 개설한 대구은행…시중은행 전환에 경고등

DGB대구은행 제1본점 전경.(사진=DGB금융지주)

DGB대구은행 직원들이 실적을 부풀릴 목적으로 고객 몰래 1000여개 넘는 증권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연내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숙원사업을 추진 중인 DGB대구은행으로선 신뢰도와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해 암초에 직면한 형국이다.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인천 서구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하나금융그룹 등과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구은행 증권계좌 임의 개설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내부통제와 고객보호시스템 등이 적절히 구비돼 있는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시정됐는지 등을 (시중은행 전환 심사 시) 여러 점검 요소 중 하나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남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 담당직원의 562억원 규모 횡령이 밝혀진 뒤 얼마 안 돼 이번 사건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대구은행의 실질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 원장은 "여수신 과정에서의 고객 자금 운용은 은행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업무"라며 "횡령을 한 본인 책임은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람, 당국의 보고가 지연된 부분 등에 대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강한 어조로 답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를 지난 8일 외부 제보로 인지하고 이튿날인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운영 중에 있다.

혐의 내용은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없이 여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이다. 해당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데 활용했다. 임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이번 건과 관련한 민원 접수 후, 7월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감사를 진행해 왔으나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금감원에서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본 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구은행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본 건은 검사부 인지 후 바로 특별(테마)감사에 착수해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의도적 보고 지연 및 은폐 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민원 접수 후 금융소비자보호부에서 민원처리 중 불건전영업행위 의심사례를 발견했고, 해당 내용을 검사부로 이첩했으며 즉시 검사부 자체 특별검사에 착수, 유사사례 전수조사 실시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및 직원별 소명절차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대구은행은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금감원의 검사에 성실히 임하며 제도보완을 통해 유사사례 발생 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대구은행 측이 빠르게 해명에 나선 건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 부정적 효과가 전이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자금 조달 경쟁력을 갖춰 수도권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인가에 필요한 최소자본금 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은행 보유 한도 10%)을 모두 충족한다. 이 때문에 지방금융지주 중 DGB금융그룹은 시중은행 전환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받았다. 이번 사고가 '내부통제 실패'로 결론날 경우 이 가능성은 급변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대구은행에서)추가로 볼 부분은 사업 계획이 얼마나 타당한지와 지배구조 이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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