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전당과 TPO [지역에서 본 세상]

이원정 기자 2026. 3. 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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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창원시 마산합포구 월포동 소재) 앞을 지난다.

민주주의전당을 유치한 창원시는 2024년 9월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명칭을 확정했다.

하지만 약 3개월 후인 12월 시의회는 시설 명칭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통과시켰다.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갖추라는 말인데, 21세기 민주주의국가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전당'이 독재 눈치를 보며 표류하는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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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좋은 곳 대형카페 같기만 한 공간
설립 목적·방향 맞게 중심 잡고 운영을

출근길,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창원시 마산합포구 월포동 소재) 앞을 지난다. 개관 전부터 논란이 이어지는 곳이다. 민주주의전당은 2021년 제정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운영 조항(6조 1항)을 근거로 추진됐다. 2006년부터 전국에서 '민주주의전당'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주의전당을 유치한 창원시는 2024년 9월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명칭을 확정했다. 하지만 약 3개월 후인 12월 시의회는 시설 명칭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통과시켰다. 민주주의전당은 애초 목적에 어긋나게 '주민 복합문화공간'으로 규정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6월 임시개관 이후 줄곧 애초 목적대로 운영할 것을 주장하면서 창원시·행정안전부·국무총리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주주의전당에 가봤다. 1층 계단식 구조물은 어느 대형 카페를 떠올리게 했다. 2층과 3층을 차례로 둘러봤다. 개항과 산업화 등 마산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있었고, 도서관도 있었다. 상설전시실에 3.15의거, 부마민주항쟁, 6.10민주항쟁 등을 알리는 전시물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를 상대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는가 하는 핵심 내용이 빠져 있었다. 민주주의전당은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시민이 전당의 주인이 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은 될지 모르겠으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내세운 '시민 간 상호작용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능동적으로 성찰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 이걸 보여주려고 10년이 넘도록 지역에서 유치 목소리를 내왔나 싶었다. 민주주의전당이라기보다는 '3.15해양누리공원 다목적회관' 정도로 보였다.

시민단체 비판과는 달리 민주주의전당은 인근 주민 사이에서는 '가볼만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여름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 마실 삼아 가기 좋다고도 했다. 비누 만들기도 하고, 양말 목 리스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민주주의'는 없었다.

우리가 어떠한 장소에 방문할 때는 목적이 있고, 목적에 맞춰 기대하는 요소가 있다. 때론 편안한 쉼이, 때론 화려한 볼거리가, 때론 불편한 무언가가 목적이 된다. 민주주의전당은 마냥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는 불편함을, 누군가는 긍지를, 또 누군가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TPO를 맞추라는 말을 한다.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갖추라는 말인데, 21세기 민주주의국가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전당'이 독재 눈치를 보며 표류하는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민주주의전당은 초기에 비해 바뀌긴 했다. '민주주의'가 강조된 프로그램이 여럿 갖춰졌다. 하지만 그뿐. 근본적인 변화와 대책은 없이 부실한 전시 그대로 '임시 개관' 상태다. '풍광 좋은 대형 카페' 같은 공간만을 추구한다면, 12.3 내란과 같은 반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어이없는 정치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글이 산으로 갈 때가 있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됐을 때다. 방향성과 설계 없이 글을 쓸 때, 자료 준비가 충분하지 않을 때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글이 된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전당의 설립 목적은 무엇인가. 어떤 방향을 추구하며 세워졌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목적에 맞도록 제대로 구성·운영한다면 지금처럼 정치인 입맛따라 표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전당은 시민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이원정 자치행정2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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