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김건희 여사와 '방조 유죄' 전주, 공통점과 차이점은
"다만 주가조작 일당 의사에 따라 거래돼"
'유죄' 손모씨, 김 여사와 달리 1억대 손해
"김 여사 수십억 수익 발생해…불리할 듯"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법원은 1심과 같이 김건희 여사 명의의 계좌 3개, 최은순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당 계좌는 김 여사가 증권사에 일임했기 때문에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시세조종 일당의 의사 결정에 따라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전주(錢主·돈을 대주는 역할) 손모씨는 자신이 직접 계좌를 운용했으며, 이 사건으로 1억원대의 손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김 여사와 차이를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계좌를 일임한 점은 김 여사에게 유리하지만, 수십억원대 수익이 발생한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전날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했던 김 여사 명의 계좌 총 6개 중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 총 3개의 계좌가 주가조작 일당의 2차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최씨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한 개도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행위를 벌이는 일당에게 계좌 자체를 일임했다면 '시세조종 동원 계좌'로 볼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하고도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일당에게 계좌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매매했다면 시세조종 동원 계좌로 보기 어렵다고 구분했다.
김 여사와 최씨, 총 4개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하더라도 방조범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일당의 시세조종 사실을 인지했는지(정범의 고의) 여부와 시세조종 행위를 방조할 유인이 있었는지(방조범의 고의) 등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가 권 전 회장 등 일당의 의사에 따라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10년 10월28일 대신증권 담당자에게 '아, 체 체결 됐죠' '그럼 얼마 남은 거죠' '나머지 금액이 어떻게 되냐고요'라고 물었다.
같은 해 11월1일에는 대신증권 담당자가 "방금 그 도이치모터스 8만 주, 다 매도됐다"고 하자, 김 여사는 "아,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경우 거래 결과와 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할 뿐, 권 전 회장 등의 의사관여에 따라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전주 손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 2011년 1월14일부터 2012년 9월5일까지 자신이 직접 운용하는 회사 명의 SK증권 계좌, 배우자 명의 한국증권·삼성증권 계좌를 이용해 52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했다.
재판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손씨의 계좌는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하고도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매매했기 때문에 '시세조종 동원 계좌'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정범의 고의와 방조범의 고의가 인정되면서 방조범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손씨는 시세조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에 편승했다"며 "다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직접 주식의 매수 및 매도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이 제3자에게 일임한 사람보다 방조범의 관여도가 높다고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일임을 한 경우라도 계좌의 시세조종 행위로 인한 수익이 발생했고, 그 수익의 액수가 크다면 방조로 판단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인한 김 여사의 수익은 총 13억9003만원(실현이익 13억1149만원·미실현이익 7854만원)이고, 최씨는 총 9억135만원(실현이익 8억2487만원·미실현이익 7648만원)이다. 반면 손씨의 경우 오히려 1억966만원(실현이익 –1억934만원·미실현이익 –32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
금융 전문 차상진 변호사는 "일임을 한 경우라면 해당 계좌의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가 중요하다"며 "수익을 취득했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의 구성에 크게 영향을 미칠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시세조종이 인정될 경우 수익이 발생하면 과징금 등 제재의 양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처분은 계좌 일임 여부보다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91명의 전주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보강증거 확보 등을 통해 시세조종 행위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전문 박현근 변호사는 "김 여사는 91명의 전체 전주 중 가장 많은 수의 계좌를 동원한 5명 가운데 1명이고, 매수액수로는 4위, 매도 액수까지 합친 거래 액수로는 3위를 차지했다"며 "처음 일임할 때는 몰랐을 수 있으나 두 번째, 세 번째 계좌를 일임했을 때는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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