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7] ①막판 비방전 가열…박빙 속 당선확정 늦어질수도
트럼프 상승세·경합주 해리스 근소 우위…재검표·소송전 이어질 가능성
해리스, 바이든과 차별화·反트럼프 공략…트럼프, 경제·불법 이민 부각
[※ 편집자주 =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5일)가 오는 29일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옵니다. 연합뉴스는 대선 막바지 국면의 전반적인 판세와 남은 변수, 각 후보가 승리하기 위한 시나리오, 양 진영의 한국 인맥, 남부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르포,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의원 선거 판세 및 한국계 후보 당선 가능성, 한국 외교안보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짚은 총 7건의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트럼프는 위험한 파시스트" vs "해리스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1주일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네거티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일찌감치부터 지난 대선 직후인 2021년 1월 6일 트럼프 극렬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사태 등을 고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경고하며 공격해왔다.
최근엔 트럼프 옛 측근들의 증언을 인용해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현재의 독재자뿐 아니라 옛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를 존중한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며 '파시스트'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난 심화에 불법 이민자 및 범죄율 급증 등을 지적하며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닌 수치까지 동원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주된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을 "급진 좌파 공산주의자 미치광이"라고 부르는 동시에 "지능이 낮다", "무능하다", "게으르다", "유약하다" 등 원색적인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두 후보 모두 상대가 대권을 거머쥐면 미국이 극도로 위험해질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을 통해 비방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공약을 통한 정책 대결보다 네거티브 공세에 주력하는 것은 대선 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초박빙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그간 TV 토론이나 유세, 유권자와의 타운홀 미팅 등 각종 선거운동을 통해 핵심 공약을 충분히 발신한 상황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역대급 접전이 이어지자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아직 지지 후보를 고르지 못한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이 상대에게 기울어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일종의 막판 승부수로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여전히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최근 들어 전국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경합주만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된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X의 조사(21∼22일, 투표의향 유권자 1천244명, 오차범위 ±2.5%포인트) 결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의 지지율로 해리스 부통령에 2%포인트 앞섰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조사에서 4%포인트 차로 열세이던 것을 뒤집은 결과다.
같은 날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19∼22일, 등록 유권자 1천500명, 오차범위 ±2.5%포인트)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 대 45%로 해리스 부통령에 우위를 점했다.
지난 8월 WSJ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47%)이 트럼프 전 대통령(45%)을 앞섰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25일 발표된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조사(20∼23일, 투표의향 유권자 2천516명, 오차범위 ±2.2%포인트)에서는 두 후보가 48%로 동률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발표된 NYT-시에나대 조사에서 46%를 얻어 해리스 부통령(49%)에 근소하게 뒤졌지만, 보름 사이 추격에 성공했다.
이처럼 전국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바지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7개 경합주 여론조사는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여전히 해리스 부통령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더 많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로 격차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NYT가 지난 25일 경합주의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위스콘신, 미시간 등 4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등 3개 주에서 각각 앞섰다.
워싱턴포스트(WP)의 분석도 두 후보 간 격차에 차이가 있을 뿐 추세는 동일하다.
다만, 경합주 여론조사의 두 후보 격차는 모두 2% 포인트 이하여서 누가 앞선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투표함 뚜껑을 모두 열어봐야 승부를 가릴 수 있고, 격차가 너무 적어서 모든 투표용지를 개표한 이후에도 승패를 확정해 발표할 수 없는 상황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러스트벨트'(오대호 인근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선거 당일 우편투표에 대한 개표가 시작되므로 결과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
일부 주는 선거 결과 표차가 일정 수준 이하면 재검표가 이뤄질 수도 있다.
미시간주의 경우 표차가 0.5% 포인트 이하이면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고, 조지아주는 0.5% 포인트 이하이면 자동으로 재검표가 진행된다. 위스콘신의 경우 1% 포인트 이내로 격차가 나오면 재검표 요청이 가능하다.
공교롭게 이들 모두 초박빙 판세가 유지되고 있는 경합주로, 이들 주에서는 재검표 후에도 결과에 불복하며 선거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0년 대선 때는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0.5%포인트 차이로 득표율이 엇비슷하게 나오자 민주·공화 양당이 재검표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연방 대법원이 재검표 중지를 명령하면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한 달여 만에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번 대선의 경우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로 선출된 대통령 선거인단이 오는 12월17일 투표를 실시할 예정인데, 그 이전에 각 주에서 승리 후보를 결정해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이처럼 역대급 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은 남은 기간 선거운동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부각하는 동시에 '중산층 재건 공약'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하면서 서민 표심을 끌어오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아울러 NYT-시에나대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재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률이 61%에 달할 정도로 현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큰 만큼 바이든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데도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가 뚜렷이 나타난 만큼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과 메시지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고와 불법 이민자 유입에 따른 일자리·치안 문제 등을 계속 이슈화하면서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나 석유 시추를 통한 부의 창출을 약속하는 등 리더십 교체를 원하는 표심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대선을 1주일여 남긴 가운데 유권자 표심을 뒤흔들 중대 변수는 거의 드러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가능성,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친(親)이란 대리 세력들과 이스라엘간 중동전쟁 상황 등이 접전 판세 속에서 부동층의 표심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속에 치러진 2020년 대선보다는 낮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 중인 사전투표나 대선 당일 투표율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 즉 해리스 부통령 측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지만, 사전투표를 불신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엔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했기 때문에 높은 투표율이 어느 후보에게 이득이 될지는 단정할 수 없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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