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븐브로이맥주(세븐브로이)
실적 부진으로 기업 회생
‘곰표 맥주’ 개발 중소기업
국내 수제 맥주 업계의 선구자였던 세븐브로이맥주(이하 세븐브로이)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회사는 1세대 수제 맥주 제조사로 평가받으며, 대표 제품 ‘곰표 밀맥주’로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경영난과 상표권 분쟁 등으로 인해 결국 위기를 넘지 못했다.
세븐브로이의 경영 악화는 곰표 밀맥주의 상표권을 보유한 대한제분과의 계약 종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곰표 밀맥주는 2020년 출시 이후 약 6,000만 캔이 판매되며 세븐브로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2023년 계약이 종료되면서 대한제분은 제조사를 제주맥주로 변경했다.
세븐브로이는 이에 반발하며 대한제분이 자사의 기술과 영업비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했지만, 대한제분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고 반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세븐브로이의 매출은 2021년 403억 원에서 2024년 85억 원으로 급감했으며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91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경영난은 주요 수익원에 의존해 온 사업 구조와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이 위스키, 하이볼, 와인 등 다른 주종으로 눈을 돌린 점이 수제 맥주 침체를 가속화했다. 또한 노 재팬 운동 이후 일본 맥주가 부활하며 수제 맥주 시장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로 급성장하며 2022년 전북 익산에 300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맥주 공장을 설립했다. 하지만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 투자 역시 회사 재정에 큰 부담을 주었다. 더불어 곰표 밀맥주 이후 다른 브랜드 확장에 실패하면서 주요 수익원이 사라지자, 세븐브로이는 매출 감소를 막지 못했다.

대한제분과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계약 기간 중 곰표 밀맥주의 수출 노하우와 관련 정보를 무단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또한, 대한제분이 제주맥주와 협력해 출시한 곰표 밀맥주 시즌2가 자사의 기존 레시피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대한제분 측은 시즌2 제품이 경쟁 입찰 당시 제주맥주가 제출한 샘플을 기반으로 독자 개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세븐브로이는 관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이러한 갈등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되었으며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곰표 밀맥주 생산 중 1,500톤의 맥주를 폐기하도록 강요한 뒤 피해 보상을 미흡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세븐브로이는 이러한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28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투데이의 단독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기업의 주요 매출원이던 곰표 밀맥주를 잃은 데다 2년 넘게 이어진 분쟁과 재고 손실까지 더해져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사업 다각화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실패하면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의 흥행에 안주하며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큰 실책으로 지적된다. 시장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하는 전략이 필요했으나, 기존 성공 사례에 의존하다 위기를 맞은 것이다.
더욱이 생산 설비 확장이라는 과감한 투자 결정이 결과적으로 부채 증가로 이어져 위기 상황을 심화시켰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대한제분이 중소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수익성을 우선시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소기업의 히트작을 대기업이 가져가면서 중소기업은 몰락했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한 사용자는 “곰표 밀맥주가 없었다면 곰표라는 브랜드가 젊은 층에서 이 정도로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세븐브로이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은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주류 업계 관계자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한 협력 구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세븐브로이의 몰락은 국내 수제 맥주 산업 전반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과 공정한 거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대한제분과의 계약 종료 이후 세븐브로이는 매출의 97%를 차지하던 주요 제품을 잃으면서 대체 수익원을 찾지 못해 사실상 경영난에 빠졌다.
즉, 세븐브로이의 법정관리 신청은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 시장 변화와 경쟁 구도 속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계기로 수제 맥주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재조명하고 업계 전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