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의 남다른 ‘무등’ 사랑, 뭐땀시 근다요? [전국 인사이드]

이삼섭 2024. 10. 2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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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일보, 무등교회, 무등시장, 무등경기장, 무등파크호텔, 무등요양병원, 무등반점, 무등식품···. 광주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무등' 상호만 300여 개에 달한다.

도심 한 블록에서만 무등이란 간판 서너 개를 마주치다 보면 광주가 온통 무등 천지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더할 나위 없다는 뜻이 좋아서(無等)" "고향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가장 광주다운 단어라서" 등 무등을 상호로 한 각각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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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무등을 주제로 한 전시가 12월1일까지 열린다. ⓒ<무등일보> 제공

무등일보, 무등교회, 무등시장, 무등경기장, 무등파크호텔, 무등요양병원, 무등반점, 무등식품···. 광주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무등’ 상호만 300여 개에 달한다. 도심 한 블록에서만 무등이란 간판 서너 개를 마주치다 보면 광주가 온통 무등 천지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다. 축제나 전시와 같은 문화 행사는 물론, 사단법인이나 동아리 같은 사조직에서도 무등이라는 명칭은 빠지지 않는다. 광주관광공사가 서울 성수동에 광주 관광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연 팝업스토어마저 ‘무등창고’다. ‘무등이 곧 광주이고, 광주가 곧 무등이다’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어느 도시나 행정명 말고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오래도록 불러온 옛 이름들이 그렇다. 서울의 한양이나 대전의 한밭, 대구의 달구벌, 인천의 미추홀, 제주의 탐라 등이 그런 사례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 또한 빛고을이란 이명이 많이 쓰인다. 그런데 ‘무등’은 광주의 공식적 옛 이름도 아니다. 광주의 옛 지명이자 물이 많은 들판이라는 의미의 ‘물들’이 한자화가 되면서 무등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다.

그렇기에 광주를 상징하는 진산(鎭山)인 무등산의 존재에서 그 이유를 찾는 설이 유력하다. 실제 광주에서 무등산과 무등은 같은 의미로도 많이 사용된다. 그럼에도 서울 남산이나 제주 한라산 등과 비교해도 광주 시민들의 무등 사랑은 남다르다. 어쩌면 무등에 시민들이 도시를 상징하는 그 이상 무언가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에 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미술작품으로 탄생했다. 9월7일 개막해 오는 12월1일까지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더 정확히는 ‘파빌리온 광주관(광주 파빌리온)’에서 ‘당신의 무등’이라는 미디어 작품으로 전시 중이다. 〈무등일보〉가 무등을 상호로 쓰거나 무등을 주제로 전시 또는 강연을 해온 8명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담겼다. 올해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의 주제 또한 ‘무등: 고요한 긴장’이다.

무등은 어떻게 가장 광주다운 단어가 되었을까

〈무등일보〉는 광주 파빌리온 기획 단계에 참여하면서 광주에서 유난히 많은 ‘무등’ 상호에 주목했다. 상호에는 단순한 명명을 넘어선 정체성과 철학이 담겨 있고 때론 지역과 밀접한 연결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무등이라는 표현이 본격 쓰이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이후부터다. 5·18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무등은 ‘투쟁과 저항, 연대’를 의미하며 광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그런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5·18 비경험 세대에서도 무등은 상호로 자주 소환된다. 상호에 담긴 의미를 추적하는 것은 그간 무등에 대해 형이상학적으로, 혹은 무의미하게 재생산되던 담론을 시민의 삶 차원에서 체감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무등일보〉는 전시에 앞서 ‘무등in’이라는 이름으로 8회 지면 연재를 했다. 유튜브 채널에도 인터뷰 영상을 올려 더 많은 시민이 ‘무등’을 가지고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더할 나위 없다는 뜻이 좋아서(無等)” “고향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가장 광주다운 단어라서” 등 무등을 상호로 한 각각의 이유를 밝혔다. 김지태씨(무등F&B 대표)는 “여러 좋은 이름을 붙여봤지만 무등이란 이름을 넣고 나서야 비로소 완성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등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최신해씨(카페 무등 대표)는 “무등은 제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광주와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저를 포함한 사람들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박광성씨(무등 화분)는 “광주 어디서든 보이는 무등산처럼 무등은 하나의 이정표”라며 자신의 가게 또한 업계의 이정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삼섭 (광주 <무등일보>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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