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은 말 그대로 그랜저의 독주 무대다. 수십 년간 쌓아온 인지도와 신뢰도는 웬만한 경쟁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벽이 됐다. 기아는 K7을 K8으로 리브랜딩하며 도전에 나섰지만, 초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상품성은 우수했으나, 발목을 잡은 건 디자인이었다.

특히 1세대 K8은 “역대급 디자인 실패”라는 혹평을 받았다. 혁신적인 감각이라기보다는 어딘가 어색하고 정체불명의 외관이 소비자와의 간극을 만들었다. 빠른 페이스리프트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브랜드 이미지에 남은 상처는 컸다. 그래서 이번 풀체인지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단연 ‘디자인의 반전’이다.

최근 공개된 K8 풀체인지 예상도는 이런 갈증을 해소해주는 수준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전면부는 심리스 호라이즌 라인을 연상시키는 수평형 DRL과 세로형 패턴의 램프가 결합돼 날카롭고 세련된 인상을 완성한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렇게 나오면 바로 산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후면부는 한층 전기차스러운 감성을 강조했다. 수평형 테일램프와 심플한 리어라인, 그리고 EV6에서 차용한 디테일이 어우러져 ‘전기차처럼 보이는 세단’이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만든다. 내연기관 세단에 전동화 감성을 녹여낸 시도는, 최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영리한 접근이다.

또 다른 스포티한 스타일의 예상도는 EV6의 쿠페형 실루엣을 세단 형태로 재해석했다. 낮아진 루프라인, 볼륨감 있는 테일램프, 역동적인 측면 캐릭터 라인은 마치 아우디 A7을 연상시킨다. 이런 디자인이라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신형 K8’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차라도 브랜드 이미지에 발목이 잡히면 시장 반응은 냉정하다. 기아는 스팅어나 모하비처럼 별도의 프리미엄 로고 전략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K8 풀체인지가 그랜저의 철옹성을 흔들 수 있을지, 소비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