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악몽 떠올라… 가슴 쓸어내린 인천 연평도 [현장, 그곳&]
북 위협·中 불법어선 ‘어민 이중고’... 관광객 급감 식당·숙박업도 직격탄
面 “안전 확보 대비… 지원책 모색”
“집에서 물건만 떨어져도 14년 전 포격 소리인 것 같아서 깜짝 놀라요. 심장이 두근거려요.”
16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안보교육관. 무너진 집의 벽과 지붕 파편 등이 지난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잔뜩 녹이 슨 액화석유가스(LPG) 통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북한이 8개 포병여단의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춘데 이어 접경지역 도로까지 폭파하는 등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주민 문성기씨(87)를 만났다. 그는 위급상황 시 언제든 대피할 수 있게 겉옷을 입고 잠을 잔 지 오래다. 바로 집을 떠날 수 있도록 식수와 담요, 신경안정제를 담은 비상 가방까지 꾸려 놨다. 14년 전 포격 당시 너무 놀라 아무 짐도 챙기지 못하고 뭍으로 겨우 몸을 피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연평도에 북한이 쏜 포탄이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저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영식씨(74)는 지난 1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서해상 포격 등 도발을 한 뒤부터 10개월째 계속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도발 움직임을 보여 언제든 ‘제2의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는 “북한 때문에 무섭고 불안해도 어디 다른데 가서 살 수도 없고, 그냥 감내하고 살 뿐”이라며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14년 전 포격전을 겪은 인천 연평도의 주민들이 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옹진군 등에 따르면 옹진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1월부터 연평도 주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 등을 한 결과, 20%에 이르는 주민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가 지난해 200여명에 대한 검사에서는 40%의 고위험군이 나와 심리 상담 등 마음 돌봄 사업을 벌여 감소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14년 전 포격 사태를 직접 겪은 주민들은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소음 등 작은 충격에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등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불안한 정세가 계속 이어지면, 자칫 일반 주민들까지도 트라우마가 커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연평도 주민들의 생계인 어업과 관광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어민들이 가을 꽃게철에 북방한계선(NLL) 가까이 가서 조업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위협에 근처에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틈에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연평도 어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어민은 “연평도의 어선 59척 중 40여척이 꽃게잡이 배일 정도로 생계와 밀접한데, 최근 NLL 근처에 못가다보니 어획량이 적다”며 “북한 도발로 만약 해병대 등에서 바다를 통제라도 하면 꼼짝없이 굶어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초 북한 도발에 예년보다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이 반토막 나더니, 최근 북한의 국경 부근 포병부대의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췄다는 뉴스가 나온 뒤부터는 아예 발걸음이 끊어졌다. 이날 연평도행 여객선도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 몇몇만 탔을 뿐, 대부분의 좌석은 텅 비어 있다. 한 식당 주인은 “올해는 작년보다 관광객이 60~70% 줄었고, 마치 14년 전 포격전 다음해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며 “생계를 꾸려가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평면 관계자는 “군과 함께 북한 동향을 주시하며 최악 상황을 대비해 주민들의 안전 확보에 대비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지원책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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