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30분까지 일하고 2시간 뒤 또 근무”…공항 노동자들 파업

“이틀째 투입된 야간 근무를 하고 휴게실에서 잠시 잠을 잤어요. 이후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119구급대원이 있었어요”
1일 한겨레와 통화한 3년 차 시설 설비 유지관리 노동자 김아무개(30)씨는 지난달 25일, 이틀째 야간 근무 중 응급실로 이송됐다. 김씨는 “24일 첫날 새벽 4시까지 시설 유지 업무를 한 뒤 잠시 쉬다가 오전 6시30분께 다시 새벽 업무에 투입됐다가 퇴근했다. 퇴근 이후에도 쉽게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25일 야간 근무에 투입됐다”며 “두 번째 날도 새벽 4시30분까지 일하고 6시30분에 다시 투입돼야 했는데 발작 증세가 발생해 응급실에 실려 갔다. 무급 휴게시간이 야간에는 3시간 있는데 이마저도 일이 많다 보니 보장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뇌전증 발작약 3일치를 처방받았다. 필수 유지 인력인 김씨는 응급실에 다녀온 이날도 야간 근무에 투입됐다.
김포공항에서 보안 업무를 맡은 김아무개씨도 한겨레에 “한국공항공사가 보안 자회사에 최소한 몇 명은 보안 업무를 해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어서 우리 노동자들은 휴가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며 “2022년에는 정상적으로 연차를 사용했는데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했다며 휴가를 사용하면 무단결근 처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연속 야간근무 등에 시달린 전국 15개 공항 노동자들이 이날 새벽 6시부터 ‘안전한 일터, 안전한 공항’을 외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오전 9시30분과 오전 10시 각각 인천공항 1터미널 3층과 김포공항 국내선 3번 출구에서 사전 총파업대회를 열었고, 오후 2시에는 김포공항 국내선 3번출구 인근에서 전국공항노동자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전국공항노동자 연대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조 소속 노동자가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 소속 노동자로 전국 15개 공항의 유지보수, 전기설비 관리, 소방, 환경미화 등을 담당한다.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연속 야간 근무가 불가피한 3조2교대(주간·주간·야간·야간·휴무·비번) 근무제 개편과 인력 충원, ‘인건비 쥐어짜기’ 계약 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지난 3월 연속 야간근무를 준비하던 15년차 셔틀트레인 노동자 신재식씨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며 교대제도를 개편하라고 했다. 신씨는 “평소처럼 회사에서 이틀을 보내기 위해 짐을 챙기던 중 (뇌출혈로) 쓰려졌다. 아내의 빠른 신고가 없었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항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열차가 4량이 추가됐지만 인력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저와 팀원들은 쉬지 않고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민송 전국공항노조 보안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공항공사는 자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낙찰률을 적용해 실제 들어가는 인건비보다 적은 금액으로 계약하고 있다. 이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 구조 속에서 우리 조합원들은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사는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회사와 협력해 필수유지업무 인원 및 자회사 내·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추석 연휴 역대 최다 여객이 예측되고 아펙(APEC) 정상회의에 대비해 공항에서도 국빈 맞이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자회사 노조도 파업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한국공항공사도 “지난달 11일부터 전국공항 모·자회사 합동 현장점검을 하고 본사에 상황관리반을 설치해 전국공항 운영상황을 실시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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