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는 올해 12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입니다 :) 오래된 전원주택을 신혼집으로 선택하여 살게 된 지 딱 3개월 되었네요.
언젠간 꼭 살아봐야지 했던 주택살이었는데, 서로의 생각이 통해 생각보다 빨리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는 집이지만 저희만의 공간을 꾸며가는 재미로 만족스러운 전원주택 라이프를 즐기고 있답니다! 고양이 두 마리(제씨와 덕구), 그리고 식물들과 함께하는 저희의 공간을 소개해 볼게요 :)
도면
높은 층고의 거실, 체리색 주방, 3개의 방 그리고 숨겨진 다락까지 있는 공간이에요. 오직 휴식 만을 위한 안방, 일을 할 수 있는 서재 겸 다이닝룸, 멀리 오는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으로 구성했습니다.
전원주택이다 보니 사방에 창문이 있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와 계절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어요.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 어느 창문에서 보더라도 초록 초록한 풍경이 펼쳐진답니다.
외관 Before
결혼을 예정하고 처음부터 전원주택에 살기 위해 계획했던 건 아니었어요. 예랑 지인을 통해 우연한 계기로 이 집을 보게 되었고, 한 겨울 눈이 뽀얗게 쌓인 이곳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원래 주택살이에 로망이 있었던지라 "이 집이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이 지배하더라구요. 지금이 아니면 노년이 되어서야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구요. 저희는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경기도 외곽으로 내려오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일 때문에 서울과 경기를 왔다 갔다 해야 하지만, 전원주택 라이프가 주는 만족감이 불편함을 뛰어넘는 것 같아요 :)
이사하기로 결정하니 집 외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콩깍지가 씌여 예뻐 보이기만 하던 집이 계약하는 순간 콩깍지가 벗겨지며 낡고 고쳐야 할 것만 보이더라구요..ㅠ 아파트라면 내부만 신경 쓰면 될 텐데 주택이다 보니 외관도 집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깨달았어요. 오래된 만큼 색도 바래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다행히도 집주인분이랑 얘기가 잘 되어서 외관 페인트칠과 데크 수리 그리고 마당의 잔디를 없애고 파쇄석을 까는 공사를 해주셨습니다. 처음 푸릇푸릇한 풀과 잔디가 좋아 이 집에 오기로 한 저희는 파쇄석이 불호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잘한 것 같아요.
외관 페인트칠을 하던 과정입니다. 윗부분과 아랫부분 색이 확연히 다르죠? 지붕 부분에도 적색 페인트를 새로 칠해서 엣지있는 지붕이 만들어졌습니다. 근처 집들 중 유일하게 외벽이 하얀색이라 이때부터 저희는 통칭 '하얀집'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외관 After
전체적으로 칠을 하고 난 후에는 완전히 다른 집이 되었어요. 이때부터 다시 집이 예뻐보이더라구요. ㅎㅎ 데크에서는 커피도 한 잔하고, 저녁엔 바베큐도 하고요.
식물 분갈이도 하고, 바질이랑 애플민트도 키우고, 또 동네 길냥이들이 쉬어가기도 한답니다.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새소리만 들리는데 마치 ASMR 듣는 것처럼 마음이 평온해져요 :)
처음과 비교하면 완전 깔끔해졌죠? 외장재 종류에 따라 페인트 칠 가능 여부가 나뉜다고 하던데, 저희는 칠이 가능한 종류였어요.
거실 Before
거실은 층고가 높고 천장에 선이 많은 독특한 구조에요. 오래된 흔적이 남아있던 벽면은 직접 셀프 페인팅했습니다. 꼬박 5일이 걸렸어요ㅠㅠ 기존에도 페인트칠이 되어있던 벽이라 오래되어 갈라진 부분은 보수를 하고, 천장을 제외한 모든 벽을 칠했답니다.
페인트는 동네 페인트 가게에 가서 조색했는데, 오래되어 갈라진 벽면 조각을 가져가 최대한 비슷한 색으로 골랐답니다.
거실 After
제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거실이에요. 냥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구요. 전반적으로 집에 대해 안락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밝은 톤의 가구를 골랐습니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집인 만큼 캣타워 위치를 제일 먼저 정했어요. 냥이들이 창밖 구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양쪽 창밖을 다 구경할 수 있는 위치로요 :) 그리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뷰 자체가 가장 큰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어주기 때문에 많은 소품을 두지는 않았답니다. 창밖의 풍경과 집 안의 식물들 만으로도 인테리어 소품의 역할은 충분한 것 같아요.
소파에 앉아 바라보는 모습이에요. 티비 뒷쪽 창문을 조금이라도 덜 가리도록 TV 장 대신 스탠드를 활용했습니다. 무거운 TV를 버틸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흔들림 없이 굉장히 안정적이에요. 깔끔해 보이는 건 덤이구요 :) 셋탑박스와 지저분한 선들은 TV 뒤에 네트망을 붙여 정리했답니다!
TV 뒷쪽으로 보이는 뷰에요. 냥이들에게도 풍경 감상하라고 자리를 만들어 줬어요. 이 스크래쳐는 제씨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랍니다 :)
소파는 다양한 구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듈 소파를 선택했습니다. 모든 소파를 이어 붙일 수도 있고, 각자 따로 놓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라구요.
앞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볼 예정입니다! 가죽소파는 고양이 발톱에 긁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패브릭 소재로 골랐는데, 살짝 뜯겨도 티가 많이 안나서 좋은 것 같아요 ㅎㅎ
거실 매트는 반려동물 미끄럼 방지 매트인데요. 일단 청소하기가 쉽고, 한 칸씩 잘라서도 사용할 수 있더라구요. 좁은 집으로 이사가더라도 활용 가능 할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인테리어에 해가 되지 않는 디자인이라 좋은 것 같아요 ㅎㅎ
제가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인 아치 창문이에요. 낮에는 시시각각 바뀌는 구름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저녁에는 밝은 달을 볼 수 있답니다.
거실 천장은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있어요. 한 면으로 된 구조가 아니라 재밌는 것 같아요. 원래부터 달려있던 천장 조명은 빈티지스러운 느낌이 좋아 그대로 유지해뒀습니다. 다른 조명을 달려고 찾아보아도 이것보다 마음에 들어오는 게 없더라구요.
한 켠에는 식물장을 만들었어요. 온습도 관리 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식물들을 장 안에 넣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저희는 데이트로 식쇼핑을 해요 ㅎㅎ 각자의 취향대로 하나 둘 데려오다 보니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네요. 집안 곳곳 여러 식물들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소파 옆에 있는 스피커도 TV와 비슷한 디자인의 스탠드를 구입해 통일감을 줬습니다. 소파 사이에 있는 선반 위는 그때그때 기분에 맞게 식물들을 바꿔주고 있답니다.
복도
다이닝룸과 게스트룸 사이 공간이에요. 역시나 식물들이 자리 잡았어요. 큰 화분도, 선반도, 조명도 다 높이가 있는 편이라 액자는 바닥에 둬서 조화를 맞춰줬습니다.
제일 아래 칸은 덕구가 좋아하는 자리에요 :)
가끔 진공관으로 라디오를 듣기도 해요. 독일 WEGA사의 70년 정도 된 빈티지 진공관 라디오입니다. 오래된 스피커가 주는 느낌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왠지 모르게 청소할 때 꼭 라디오를 듣고 싶어지더라구요? ㅎㅎ
다이닝룸
거실과 마주하고 있는 방 하나는 넓은 식탁을 놓고 다이닝룸으로 꾸몄습니다. 주로 집에서 일을 하는 저희의 업무 공간도 되고 책도 읽고 손님들을 초대해 식사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거실이 밝은 톤이라면 다이닝룸은 원목 가구로 차분한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가로로 긴 테이블을 원했는데 장미맨숀 제품이 딱이더라구요. 쇼룸에 가서 직접 보고 선택한 가구입니다! 깔끔하고 사이즈도, 톤도 딱 맘에 드는데 단점은 테이블 위에 얼룩이 잘 생겨요 ㅠㅠ
노트북 모니터만 쳐다보다가 한 번씩 창 밖을 보는 순간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ㅎㅎ 그래서 아직까지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달지 않고 있답니다.
주방 Before
다들 기피한다는 체리색 주방이에요..ㅎㅎ 주방까지 리모델링을 할 수 없는 저희는 체리색을 안고 가기로 했습니다.
주방 After
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주방은 저의 가장 큰 숙제가 되었습니다..ㅎㅎ 체리색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될 것 같아요.
주방 한 쪽에는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을 두었습니다. 밥 먹는 공간 만큼은 저희의 취향대로 꾸미고 싶었어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케아 테이블을 사용하고, 그에 어울리는 의자랑 조명을 구입해서 꾸몄습니다. 전부 이케아 제품이에요 :)
넓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에 일반 의자는 동선이 안 나올 것 같아 회전 의자를 두었고, 조명에 시야를 방해 받지 않기 위해서 투명한 디자인의 조명을 골랐습니다.
싱크대 쪽에 있는 창문 덕분에 그나마 설거지를 즐겁게 할 수 있어요 ㅎㅎ
싱크대 맞은 편으로는 주방 가전들을 모아 두었습니다. 광파 오븐이 들어가는 폭이 깊은 수납장을 찾아 구입한 건데 모든 주방 가전이 딱 맞게 들어가더라구요.
커피 머신은 화이트톤의 자동 머신기 중 후보가 딱 하나여서 구입했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쓰고 있어요. 카페 가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답니다. 그렇다고 카페를 안 가진 않습니다..ㅎㅎ
선반에는 좋아하는 잔을 모아두었어요.
그릇장에는 자주 쓰는 것들만 꺼내 놨어요. 저희 취향은 깔끔한 도자기 그릇이에요! 구입한 것도, 선물 받은 것도, 또 이모가 만들어 주신 그릇도 있는데 전부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더라구요. 음식을 차릴 때마다 메뉴에 어울리는 그릇을 고르는 재미도 느끼고 있답니다.
게스트룸
게스트룸과 안방 사이 허전한 벽에는 거울을 붙여뒀어요. 평범한 거울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조각 거울 여러 장을 붙여 하나로 보이게 연출했습니다. 거울 사이 간격이 저희 집 창문의 격자무늬와 통일감 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저희 우당탕탕 붙이다가 2장 깨뜨린 건 비밀이에요..ㅎㅎ 이런 게 셀프 인테리어의 묘미겠죠?
게스트룸이라고 했지만 침대도 있고 테이블도 있고, 안 보이는 쪽에는 컴퓨터도, 수납 벤치도 있는 잡다구리 방이에요.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아 집에 한번 들어오면 쉽게 나갈 수 없는(?) 저희 집은 손님방이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놀러 오면 반강제적으로 1박2일 머물다 간답니다 ㅎㅎ
침대에는 매트리스 토퍼를 깔아 폭신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매트리스만 놓는 것보다 폭신한 게 깔려있으니 편해서인지 잠이 더 잘오더라구요!
부쩍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진 저희 집 남자가 꾸민 두 번째 공간입니다 ㅎㅎ 쨍한 컬러가 거의 없는 저희 집에서 유일하게 가장 많은 컬러가 있는 존이네요.
오후 시간대에 빛이 가장 잘 드는 방이에요.
마치며
집을 소개하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다 보니 집에 대한 느낌이 새삼 새롭게 다가오네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나오는 집이지만 저에겐 더욱 애정 가득한 집이 된 것 같아요.
같은 공간이라도 사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될 수 있듯 우리의 취향으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에 뿌듯하기도 하고요. 아직은 3개월 된 소박한 집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