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게임사 넷마블이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 인수를 발표했을 때 시장 반응은 기대보다 의구심에 컸다. '넷마블이 정수기 키우는 게임이라도 만들 셈인가', '게임사가 방문판매라는 아날로그 사업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는 걱정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시 1조 원의 풍부한 유동성을 쥐고 있던 넷마블은 코웨이에 과감히 베팅했고, 2026년 상반기를 맞이한 지금 그 선택은 '신의 한 수'였음이 입증됐다. 게임 업황에 상관없이, 오히려 게임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코웨이 재무제표는 이 결합의 성공을 명확한 숫자로 입증한다. 2019년 3조189억원이던 연결 매출액은 매년 계단식 성장을 거듭해 2025년 4조9636억원으로 뛰었고, 2026년 상반기에만 이미 2조7719억원을 달성하며 올해 연간 매출이 5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 인수되기 전 4583억원이었던 연간 영업이익 역시 2025년 8786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26년 반기 영업이익률은 18.2%(영업이익 5041억원)에 달한다. 게임 업계 특유의 실적 변동성을 단숨에 상쇄하는 우직한 뒷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코웨이는 넷마블의 관계사(지분율 27.17%)로 넷마블 영업이익에는 아무런 숫자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지분법 이익과 배당으로 쏠쏠한 수익성을 보태고 있다. 이런 성과 뒤에는 코웨이의 기존 사업을 존중하면서도 넷마블의 강점을 단계적으로 이식한 경영진의 전략이 돋보인다.

넷마블은 2020년 코웨이 인수 직후 기존 렌탈·방판 사업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웅진 출신 이해선 총괄사장을 유임하며 충격을 최소화했다. 동시에 넷마블의 전략·투자통인 서장원 부사장을 사내이사 및 TF장으로 파견해 IT·DX 이식을 지휘한다. 이후 2021년 '이해선·서장원 각자 대표 체제'를 거쳐, 2023년에는 서장원 사장이 단독 대표로 올라서며 넷마블 출신 중심의 경영권 이양을 완성했다.
전통 렌탈 노하우를 흡수하며 단계적으로 리더십을 전환한 '안정 속 세대교체'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넷마블 경영진은 코웨이에 IT·DX 기술을 주입해 스마트 가전과 '비렉스'(BEREX) 브랜드를 안착시키면서도 '방문판매 및 케어 서비스'라는 아날로그 자산을 흔들지 않았다.

더욱이 해외 시장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춘 유연한 하이브리드 유통 전략을 펼치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정수기 필터 교체 등 대면 관리가 필수적인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는 국내의 '코디' 방문판매 모델의 현지화를 강화했다. 말레이시아 법인은 2019년 5263억원에서 2025년 연 매출 1조4095억원의 메가 캐시카우로 거듭났고, 태국 법인 역시 방판 인프라를 바탕으로 2019년 203억원에서 2025년 174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방문판매 문화가 낯설고 이커머스가 발달한 미주 및 유럽 시장에서는 아마존 중심의 온라인 시판 유통과 ODM 수출 전략을 병행하는 중이다.

2019년 6479억원(전체 매출의 21.5%)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액은 2025년 1조8864억원(38%)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고, 2026년 상반기에는 1조1224억원으로 40.5%의 비중을 차지했다. 내수 렌탈사에서 글로벌 라이프케어 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셈이다.
2026년 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코웨이의 총자산은 약 7조7800억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금융리스채권'으로 구성돼 있다. 코웨이 제품을 렌탈하면 고객은 3~5년간 매월 사용료를 납부하고 계약 조건에 따라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고객으로부터 회수할 계약상 대금이 금융리스채권으로 재무제표에 기록된다.
이 숫자는 단순한 회계상 채권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고객으로부터 회수할 현금흐름이 이미 계약으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코웨이의 렌탈 사업이 일회성 제품 판매가 아니라 반복적인 매출과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숫자다. 바로 이 점이 코웨이를 넷마블에게 매력적인 '황금알'로 만든 핵심이다.

결국 코웨이는 넷마블에게 단순한 비게임 사업 투자가 아니었다. 게임처럼 매번 새로운 흥행을 만들어야 하는 사업과 달리, 렌탈이라는 반복 매출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게임사업의 실적 변동성을 완충하는 든든한 사업 축이 됐다. 넷마블이 코웨이 기존 사업 방식을 무너뜨리기보다 IT와 기술력을 더하고, 해외시장에서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유통방식을 달리한 전략도 성공을 뒷받침했다.
2019년 시장이 걱정했던 것은 '게임사가 정수기를 잘할 수 있느냐'였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질문은 달라졌다. ‘서로 다른 산업의 DNA를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M&A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정수기와 게임이라는 전혀 다른 두 사업의 결합은 결국 한쪽의 방식을 다른 쪽에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코웨이는 그렇게 넷마블의 '정수기 게임'이 아니라, 실적과 현금흐름을 받쳐주는 '황금알'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