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창간 19주년 특별기획
팬데믹 기간에 폭증했던 유동성이 위축되며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더 이상의 무분별한 외형 확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SK를 필두로 전 산업계에 확산되는 '리밸런싱'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생존전략을 분석합니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글로벌 전력기기의 수요 증가와 함께 호황기를 맞고 있다. 당분간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효성중공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중공업과 건설 등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중공업 부문은 전력산업의 핵심 설비인 변압기, 차단기, 전동기, 감속기 등을 생산·판매한다. 전력기기 시장은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고압 전력기기의 경우 국가별 규격과 전력 규제가 있어 시장에서 오랜 기간 실적을 쌓은 기업들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시장은 물론 유럽, 미주, 중동, 아시아 등 글로벌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29일 효성중공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5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 북미 등 선진국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산업화에 따라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4~50년 전 건설된 노후 전력망 기자재의 교체 시기가 맞물려 2030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기기 수요 증가로 효성중공업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5253억원, 영업이익 1642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8%, 161.9%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에는 매출 1조3860억원, 영업이익 153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 시장에서 초고압 변압기 및 차단기(GIS) 수주가 확대되면서 수주잔고도 늘었다. 2분기 기준 신규 수주는 2조1970억원, 수주잔고는 10조7000억원이다. 수주잔고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62.1% 증가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최대 송전망 운영사로부터 765kV 초고압변압기 및 리액터 29대, 800kV 초고압차단기 24대 등 8~9월에만 2000억원 이상의 초고압 전력기기를 수주했다. 765kV 송전망은 기존 365kV나 500kV 대비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대용량 전력을 장거리 송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계약은 한국 업체가 765kV 송전망에 변압기, 차단기 등 토털 전력 솔루션을 풀 패키지로 공급한 첫 사례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단일 제품이 아닌 패키지로 수주한 점은 브랜드 가치 제고 및 영업력 강화에 성공한 것을 의미한다”며 “효성중공업은 미국 유일의 765kV 변압기 생산능력과 함께 초고압 차단기에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리액터, 하이브리드 스태콤 등 초고압 전력기기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방식으로 대규모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을 맞아 공장 신축, 설비 증설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인도, 중국 등 주요 거점에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미국 멤피스 공장은 현재까지 총 1억5000만달러(한화 약 2071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2026년까지 설비 증설이 완료되면 현재 대비 생산능력이 2배로 늘어난 전망이다.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에서 765kV 초고압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공장이다.
올 7월에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용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창원 공장 부지에 관련 제조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신축 2538억원을 포함해 대용량 전압형 컨버터 시스템 제작시설 증축, 연구개발(R&D) 과제 수행 등 향후 2년간 총 3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어 9월에는 1000억원을 투자해 창원 공장에 수출용 초고압차단기 전용 생산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2026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이며 증설이 완료되면 초고압차단기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약 1.5배 확대된다. 신축 공장은 420kV, 550kV, 800kV 등 수출 전용 초고압차단기를 생산하며 미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인도 현지 푸네 차단기 공장 증설도 추진중이다. 인도는 세계 3위의 전력 생산국으로 2030년까지 비화석연료 기반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도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인도 전력 인프라 확장사업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주 물량을 원활히 소화할 수 있는 생산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향후 초고압차단기를 비롯한 패키지형 토털 솔루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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