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 들어간 '코파일럿 키', 괜찮을까[김현아의 IT세상읽기]
윈도우+코파일럿 번들?…공정 경쟁 우려
'코파일럿 키' 이용자 수용성은 아직
시장 지배력 가시화되면 제재 가능성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추석 연휴에 전자제품매장에서 ‘갤럭시 북4 Edge’를 보고 놀랐습니다. 노트북에 ‘코파일럿(Copilot)키’가 있어, 그 버튼을 누르자 바로 인공지능(AI) 코파일럿 채팅창이 바로 열리더군요.
가격은 228만원으로 비쌌지만, 별도의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편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코파일럿 키’ 의무 탑재 요구한 MS
‘코파일럿 키’가 탑재된 AI 노트북은 삼성 제품만이 아닙니다. 레노버, HP 등도 지난 6월 AI PC를 출시하면서 코파일럿 키를 추가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PC의 기본 사양으로 코파일럿 키 탑재를 요구했기 때문으로 전해집니다. 글로벌 IT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3월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서 MS가 요구하는 AI PC의 기본 사양으로 △NPU, CPU, GPU를 갖춘 시스템 △코파일럿에 대한 접근 △코파일럿 키 등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코파일럿 키는 키보드에 물리적 버튼이 추가된 수준이지만, 향후 윈도우 12 업데이트를 통해 PC의 ‘시작’ 키와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노트북 내부에서 AI 모델을 실행해야 하기에 최소 16GB 메모리 이상의 노트북에서만 코파일럿 키가 탑재될 것으로 보입니다.
윈도우+코파일럿 번들? 공정 경쟁 우려
그런데 ‘코파일럿 키’가 AI 노트북에 의무 탑재되면서, 1990년대 인터넷 초창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윈도우를 번들로 제공하던 전략을 다시 쓰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코파일럿은 최신 버전의 윈도우 11을 통해 출시된 AI 챗봇인데, 이를 윈도우와 분리할 수 없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겁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AI의 다양한 잠재력을 활용하려면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며 “노트북에 코파일럿 키를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것은 비즈니스 연구, 학업, 코딩 등에서 AI를 도구로 사용할 때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는 “MS 윈도우가 설치된 PC에서 부팅 시 자동으로 코파일럿이 시작되면 온디바이스 AI의 처리 능력 대부분을 소모해 이용자가 다른 회사 AI 서비스를 활용할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코파일럿 키’ 이용자 수용성 아직
AI 노트북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파일럿 키’의 경쟁 제한이나 리소스 장악 논란이 제기되지는 않았습니다.
AI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버튼을 눌러 접근하는 것보다 그에따라 나오는 AI 서비스의 파급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요.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거나 나눠 해주는 AI 비서는 결국 유료화될 것이며, 유료 가입 서비스에 물리적인 키를 추가하는 것은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또한, 과거 MS 오피스에서 자동으로 표시되던 온라인 도움 시스템 ‘클리피(Clippy)’가 불쑥 튀어나와 이용자를 귀찮게 하다가 사라진 것처럼, 이용자의 수용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추석 때 매장에 함께 간 고등학생 아들은 “게임을 할 때 윈도우키도 불편하다”며 “코파일럿 키 탑재가 별로 흥미롭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시장 지배력 가시화되면 제재 가능성
그럼에도 노트북에 탑재된 ‘코파일럿 키’에 대한 이슈는 관심을 둘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AI PC 시장의 전망과 관련이 깊습니다. 인텔, AMD와 같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인공지능(AI) PC용 칩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고,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는 전체 PC 시장에서 AI PC의 비중이 5% 미만이지만, 2028년에는 64%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AI PC가 대중화되면, 윈도우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든 PC의 시작 키가 ‘코파일럿’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로 간주되는 ‘끼워 팔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006년, 공정위는 MS가 PC 운영체제(OS)와 메신저 서비스를 결합해 판매한 사례에서 경쟁 사업자를 직접적으로 배제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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