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제주소주를 인수합병(M&A)하기로 한 오비맥주가 증류식 소주를 제조해 관련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신사업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오비맥주는 모회사의 글로벌 유통망을 갖췄다는 강점이 있지만, 소주사업 경험이 적어 즉각 기술적 완성도를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광주요그룹의 ‘화요’,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가 증류식 소주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오비의 진출로 대기업 간 3파전이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모기업 AB인베브는 증류식 소주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제주소주 인수를 확정했다.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는 만큼 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통계청 주세신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15억원에 불과했던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의 출고액은 2021년 646억원, 2022년에는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412억원을 기록했다.
증류식 소주는 희석식 소주보다 단가가 높아 대중화될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화요의 매출은 359억원으로 2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고,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일품진로도 2년 전보다 80% 이상 성장했다. 희석식 소주는 국내 경쟁이 치열하고 주류문화 변화로 성장 가능성이 낮아 증류식 소주로 해외에 나가려는 것이다.
오비맥주의 시장 진출 소식에 업계는 우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최대 맥주기업인 AB인베브는 이미 강력한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해 프리미엄 소주를 해외로 뻗어나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끼소주, 원소주 등 소규모 전통주 업체가 수출하려면 현지 에이전시를 고용하는 등 추가 비용이 드는데, 오비맥주는 이미 해외 판로가 있어 시장 진입이 수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맥주와 소주 라인을 함께 보유하면 해외 입점에서 유리하다”며 “‘제주’라는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치를 내세우면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오비맥주의 소주 제조 경험 부족은 우려를 사는 요소다.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의 품질을 완성하려면 이에 걸맞은 전문가와 기술이 필요하다. 또 증류식 소주는 쌀이나 보리 등의 원료를 발효시키고 숙성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실제로 AB인베브는 제주소주 인수 과정에서부터 국내 업계를 대상으로 증류주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류식 소주 생산에는 최소 10~20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신제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제주소주 공장에서 생산된 원액으로 당장 생산하더라도, 품질을 확보할 만한 전문가들을 데려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증류식 K소주 3파전..차별 전략은
'오비소주'가 탄생하며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은 대기업 간 3파전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요그룹은 2005년, 하이트진로는 2007년 각각 시장에 진입해, 현재 두 회사가 증류식 소주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오비맥주 못지않게 이미 탄탄한 해외 영업망도 구축했다. 광주요그룹은 전 세계 27개국에 화요 5종을 내놓았으며, 하이트진로는 약 80여개국에 일품진로를 비롯한 소주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각 제품의 특징을 살려 탄탄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증류식 소주 진출 소식에 화요와 일품진로를 수출하는 두 기업은 각각 자사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광주요그룹은 “과거 초록병이 K소주를 대표했다면, 화요는 쌀 100%로 만든 한국 대표 주류라는 문화적 가치를 중요시한다”며 “화요는 하이볼과 칵테일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일품진로는 100년간 축적된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라며 “오랜 소주사업의 경험으로 원료 및 품질관리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소주 진출은 장기적으로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유통망과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진출하면 증류식 소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화요, 일품진로뿐 아니라 중소 전통주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증류식 소주의 점유율은 전통주 시장에서 약 30%, 전체 주류 시장에서는 1%에 불과하다.
한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오비가 증류식 소주 시장에 진출하면 국내와 해외 시장의 판로가 열려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직 증류식 소주 시장이 작은 만큼,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와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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