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채수빈 주연에 시청률 1위까지 했는데...아무도 기억못하는 작품

시청률 1위·최고 9.7% 찍고도 ‘기억에서 사라진’ 이제훈·채수빈의 ‘여우각시별’… 왜 대표작이 되지 못했나

배우 이제훈과 채수빈이 호흡을 맞추며 방영 내내 동시간대 월화극 1위를 수성했던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 자체 최고 시청률 9.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수치상으로는 분명한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두 주연 배우의 대표작으로 각인되지 못한 채 잊힌 비운의 작품으로 남아 있다.

2018년 가을 방영된 ‘여우각시별’은 인천국제공항을 배경으로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멜로 드라마였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은경 작가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을 연출한 신우철 PD라는 스타 제작진의 만남, 여기에 대세 청춘스타 이제훈과 채수빈의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방송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인천공항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상과 여객서비스팀의 분투기는 신선함을 안겼고,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월화극 시청률 1위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종영 직전인 29회에서는 9.7%를 찍으며 지상파 미니시리즈로서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입증했다.

그러나 시청률 흥행과 달리 작품에 대한 체감 화제성과 장기적 평가는 빠르게 식어갔다. 시청자들과 방송계에서 ‘여우각시별’을 두 배우의 대표작으로 꼽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가장 큰 요인은 장르적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당초 드라마는 휴먼 공항 멜로로 홍보되었으나, 극 초반 주인공 이수연(이제훈 분)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급격히 ‘SF 히어로물’로 변모했다. 과거 사고로 전신마비 위기에 처했던 그가 괴력을 발휘하는 첨단 웨어러블 로봇 팔·다리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있다는 설정이 등장하면서다.

자동차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거나 금속 물체가 팔에 들러붙는 등 비현실적인 전개가 반복되자, 현실적인 공항 노동자들의 삶과 잔잔한 멜로를 기대했던 시청자들 사이에서 괴리감이 커졌다.

여주인공 한여름(채수빈 분)의 초반 캐릭터 설정 역시 패착으로 꼽혔다. 극 초반 무모하게 사건사고를 유발하는 이른바 ‘민폐형 여주인공’으로 그려지면서 배우의 연기력과 무관하게 캐릭터 비호감 논란이 불거졌다. 중반 이후 성숙해지는 과정을 밟았으나 초반에 이탈한 라이트 시청층을 다시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정타는 시청자들을 당혹게 만든 역대급 ‘얼굴 실종’ 엔딩이었다. 최종회(32회)에서 1년 만에 기적적으로 회복해 돌아온 이수연과 한여름이 감격의 재회를 나누는 대미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 이제훈의 얼굴이 단 한 컷도 정면으로 나오지 않았다.

뒷모습과 어깨선만 비친 채 한여름과 포옹하는 장면으로 극이 마무리되자,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주인공 얼굴도 안 나오는 결말이 어디 있냐”, “대역을 쓴 것 아니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뿐만 아니라 조폭 연루설, 내부 권력 다툼, 웨어러블 장치 부작용에 따른 시한부 설정 등 극 후반까지 무리하게 펼쳐놓은 떡밥들을 단 1회 만에 졸속으로 수습하면서 완성도에 큰 흠집을 남겼다. 수많은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급조된 해피엔딩은 종영 후 몰입했던 팬들에게 깊은 허탈감을 안겼다.

결국 ‘여우각시별’은 지상파 월화극 1위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남겼음에도, 장르 간 부조화와 용두사미식 결말로 인해 ‘시그널’·‘모범택시’로 상징되는 이제훈과 ‘역적’·‘로봇이 아니야’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채수빈의 필모그래피에서 아쉬운 미완의 작품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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