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동창회... 성공한 내가 통 크게 한턱 내도 될까?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장기간 우정 공백, 내 잘못도 커
친구의 바뀐 상황 배려가 첫걸음
추억은 존중하되 자랑은 삼가야

Q: 대학 졸업 후 꾸준히 사업에만 집중했던 50대 초반 남성 A입니다. 대학 동창들과 일부러 거리를 둔 건 아니지만 30~40대 때 일도 잘 안 풀리고 고생도 많이 해 친구들 보기가 좀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좀 잡았고, 우연히 친구들과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동창회에 나와 얼굴이라도 보자”고 하네요.
30년 넘는 세월 동안 다들 어찌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이질감만 느끼고 괜히 좋았던 추억까지 바래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모임에 나가야 할까요? 나간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A: 청소년기부터 20대까지만 해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선뜻 다가가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경계심이 커집니다. 동창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사교적인 성격의 사람은 학교 다닐 때처럼 동창회 모임에 꾸준히 참석할 가능성이 있지만, 내성적인 사람은 동창들과 담을 쌓고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동창회에서의 만남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때 친했던 관계가 그대로 이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젊을 때는 무척 친했다가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둘 중 한 명이 크게 성공했지만 다른 한 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출세해서 명성과 부를 가진 친구, 그리고 실업자 친구, 이들의 만남이 꾸준히 이어지긴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저를 들여다보면 바로 시기심과 자존심 때문입니다. 사실 이 둘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에서도 볼 수 있듯, 남이 잘되고 그런 모습과 나를 비교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시기심이 생기며 결국 불행해집니다. 성공한 친구를 보면 나는 왜 저만큼 못 이뤘을까 자책감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쇼펜하우어 역시 이런 시기심(Neid)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보편적 감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동창회 모임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반대로 자신의 삶에서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임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동문회, 동창회가 ‘성공한 친구들이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 역시 기분 좋게 나갔는데 기가 죽거나 상대적 열등감을 갖게 되는 모임에 굳이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안에 똑똑한 머리를 갖고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은 뒤 20대에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서 출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40~50대 중년기에 뒤늦게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른 나이에 어려운 고시에 합격해 고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정년퇴직 후 연금을 받고 사는 인생도 있고, 젊을 때 풍파를 겪었지만 말년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나아지는 인생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이 좀 어렵다고 어깨를 늘어뜨리고 주눅이 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아무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A씨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자면, 동창회 모임에 참석할지 여부는 A씨가 감당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일단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A씨가 본인의 성공 사연을 전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친구들의 자존감을 깎아내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친구로부터 칭찬을 받는 것은 좋지만, 스스로 자랑하는 일은 없어야 됩니다. 또 나보다 잘된 친구가 있다면 축하를 해줄 수 있는 여유도 넉넉하게 갖고 가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주의할 행동 혹은 권장하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아무도 몰랐던 어린 시절 비밀 얘기 혹은 너무 개인적인 정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질문하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젊은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다 보니 당연히 추억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연애사 등 아무도 모르는 비밀 얘기를 재미 삼아 꺼내기도 합니다. 가령 오랫동안 사귄 애인을 정리한 일, 술 마시고 클럽에 가서 벌어진 일 등을 언급해 어색한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의도였겠죠.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성공한 친구를 깎아내리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젊을 때의 사랑과 추억은 그저 과거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오랜만에 만난 상황이라 친구의 현재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는 결혼은 했는지, 자녀는 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지 등은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니체는 우정의 조건으로 ‘침묵’을 꼽습니다. 사실 친구에 대해 기본적인 사안들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면, 그만큼 지금까지 그 친구에게 관심이 없었던 나의 잘못 역시 적지 않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40~50대 중년이면 결혼보다는 이혼·재혼할 가능성이 높은 나이입니다. 또 자녀에게 좋은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고 등 매우 나쁜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에서는 늘 말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동창회에서 절대 해선 안 되는 행동이 바로 돈 자랑입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오랜만에 나간 동창회 자리에서 식사 비용을 모두 계산하는 행동 역시 허세로 보이기 쉽습니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교만하고 오만한 행동은 친구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다만 2차 커피값이나 적은 술값 정도는 혼자 지불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리 돈 자랑을 했으면서 더치페이로 계산하면 오히려 비난받습니다.

강용수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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