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최고 유망주' 괴물 투수 폴 스킨스가 온다

조회수 2024. 5. 11. 07: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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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이저리그는 대형 투수 유망주를 보기 힘들어졌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집중 조명을 받은 투수가 없다. 눈길을 끌었던 대형 유망주는 모두 야수들이었다.

훈련 중인 고교 투수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유는 추측된다. 고교 투수들은 몸의 성장이 완전하지 않다. 강속구나 브레이킹 볼을 던지면 몸에 무리가 간다. 그러면 팔꿈치와 어깨가 손상된 상태에서 대학 진학 혹은 프로 무대에 입단한다. 그리고 후유증으로 부상에 신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토미존 수술이 이전보다 보편화되면서 서슴없이 수술을 택하는 선수들도 늘어났다.

구단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투수 부상은 공백기가 길다. 한창 발전해야 되는 시기에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또한 피칭과 직접 관련된 부위를 다치면 이전 기량을 회복한다는 보장이 없다. 투수에 한해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의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리빌딩도 야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투수는 외부에서 검증된 선수로 데려온다.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이 다 이런 식으로 우승했다.

신흥 강호로 도약한 볼티모어도 마찬가지다. 애들리 러치맨과 거너 헨더슨, 콜튼 카우저 등 야수 코어들이 등장하자 밀워키 에이스 코빈 번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그레이슨 로드리게스 같은 젊은 투수도 있지만, 로드리게스는 아직 선발진을 끌고 갈 재목은 아니다. 오히려 번스 트레이드 때 투수 유망주 D L 홀을 내준 점이 투수 육성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폴 스킨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러한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꿔줄 투수 유망주가 나타났다. 피츠버그 파이럿츠 폴 스킨스(22)다. 스킨스는 지난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특급 유망주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는 특별하다. 고교와 대학을 아우른 아마추어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선수를 의미한다. 전체 1순위가 반드시 최고의 선수로 올라서는 건 아니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볼티모어의 러치맨도 2019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이다.

러치맨이 1순위로 선정된 2019년만 해도 드래프트 규모는 더 방대했다. 전체 40라운드로 진행된 2019년 드래프트는 총 1,217명이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몰고 온 재정적 타격을 비롯해, 하위 라운드의 비효율성이 지적되면서 현재는 20라운드로 축소됐다.

2020년 드래프트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5라운드밖에 열리지 않았다. 이에 당시 고교 유망주들은 대부분 대학으로 향했다. 굳이 무리해서 프로행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한 선수들이 많았다.

이 선수들이 대거 나온 드래프트가 작년이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알려졌다. 유망주 전문 매체 <베이스볼아메리카>는 "TOP 5에 속한 선수들은 다른 드래프트에 나오면 전체 1순위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인절스가 전체 11순위로 뽑은 놀란 샤누엘이 지난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텍사스가 전체 4순위로 데려온 와이엇 랭포드도 올해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됐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는 속도가 남달리 빨랐다.

스킨스는 이 선수들 중에서 1위였다. 쟁쟁한 후보들이 모인 드래프트에서 당당히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그 누구도 스킨스의 1순위에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스킨스의 비범함을 짐작할 수 있는 건 피츠버그의 결단이다. 일각에서는 피츠버그가 스킨스를 지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피츠버그는 드래프트에 배당된 금액(bonus pool)을 분산 투자해서 여러 유망주를 확보하는 '언더슬롯 전략'이 현실적으로 타당했다. 한 명에게 올인하는, 심지어 근래 성공하지 못했던 투수에게 많은 돈을 쥐어줄지 의문이었다. 피츠버그로선 위험한 도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츠버그는 스킨스 지명을 피하지 않았다. 현 드래프트 체제가 확립된 이래 가장 많은 계약금 920만 달러를 안겨줬다. 이는 스킨스가 얼마나 대단한 유망주인지 방증한다. 벤 셰링턴 단장은 "그를 알게 된 직후부터 이미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2002년 5월에 태어난 스킨스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서 자랐다. 야구의 꿈을 키워준 팀은 LA 에인절스였다(에인절스는 2002년에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제러드 위버와 존 래키를 좋아했다. 둘은 에인절스의 마운드를 지탱한 투수들이었다. 이들을 본 스킨스는 다른 종목을 병행하지 않고 오직 야구만 파고들었다.

스킨스는 대대로 군인 집안이었다. 스킨스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전투기 조종사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 투타겸업으로 활약하면서 진짜 재능을 물리칠 수 없었다. 결국 스킨스는 3학년 때 루이지애나 주립대로 편입했고, 본격적으로 투수에 집중했다.

MOP로 선정된 스킨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킨스는 "피칭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사랑의 힘은 놀라웠다. 2023시즌 성적은 19경기 13승2패 평균자책점 1.69였다. 122.2이닝 동안 쓸어 담은 탈삼진 209개는 대학 리그 역대 신기록이었다. 대학 월드시리즈 최우수 선수(Most Outstanding Player)도 수상하면서 상대 팀 감독까지 감탄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텍사스 A&M 감독 짐 슐로스너글은 "잘못된 리그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그는 아메리칸리그나 내셔널리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피츠버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처음 프로리그에서 나선 스킨스를 더블A까지 올렸다. 더블A 두 경기는 2.2이닝 4실점에 그쳤다. 하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피츠버그는 스킨스에게 마이너리그 무대가 작다는 것을 실감한 상태였다.

스킨스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강력한 구위를 선보였다. 유망주 전체 1위 잭슨 할러데이(볼티모어)는 "110마일 공을 던지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피츠버그의 전력을 감안하면 당장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일단 트리플A로 내려보냈다. 스킨스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속으로는 불타올랐다. 스킨스의 머릿속은 메이저리그로 가득 차 있었다. 트리플A 생태계를 파괴한 스킨스는, 7경기 평균자책점이 0.99였다. 27.1이닝 동안 삼진 45개를 휩쓸었다. 9이닝 당 환산하면 14.82개에 달했다. 투수가 관여하는 탈삼진 볼넷 피홈런으로 계산된 FIP에서 트리플A 전체 1위에 올랐다.

2024 트리플A FIP 순위 (5선발)

1.69 - 폴 스킨스
2.88 - 클레이튼 비터
2.93 - 케이드 포비치
3.12 - 데이빗 다니엘
3.23 - 토마스 패논


스킨스가 자랑하는 공은 포심 패스트볼(이상 포심)이다. 대학 시절부터 압도적인 구위를 뽐냈다. 트리플A에서 스킨스의 포심 평균 구속은 무려 '99.9마일'이었다. 타자들은 스킨스의 포심을 상대로 52타수 8안타에 그쳤다(피안타율 0.154).

스킨스의 트리플A 레퍼토리

포심(46.9%) 슬라이더(25.1%) 스플리터(18%) 체인지업(7.3%) 커브(2.6%)
*슬라이더 피안타율 0.158


스킨스는 트리플A에서 5개 구종을 구사했다. 포심과 슬라이더가 주력 구종, 스플리터와 체인지업, 커브가 이 구종들을 뒷받침했다.

스플리터도 예사롭지 않다. 평균 구속 94.7마일의 스플리터는 일반적인 스플리터가 아니다. 스플리터와 싱커의 혼합체인 '스플링커'라고 불린다. 미네소타 마무리 요안 듀란이 마구처럼 던지는 공이다. 스플리터 피안타율은 0.300(20타수 6안타)이지만, 헛스윙률이 38.1%로 포심 헛스윙률(33%)보다 높다. 잘 다듬으면 결정구가 될 수 있는 공이다.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대화하는 스킨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킨스의 차별점은 단연 구속이다. 구속에서 따라올 선수가 없다. 트리플A 최고 구속은 102.1마일(164.3km/h)이었다. 트리플A에서 100마일 공을 가장 많이 던진 투수다. 포심 422구 중 98구가 100마일 공이었다. 나머지 투수들의 100마일 투구 수를 전부 합친 것(91구)보다 많다.

트리플A 100마일 투구 수

98 - 폴 스킨스
39 - 미첼 오타네스
24 - 저스틴 마르티네스

메이저리그 100마일 투구 수

118 - 메이슨 밀러
70 - 마이클 코펙
46 - 저스틴 마르티네스


피츠버그는 트리플A에서 무력시위 중인 스킨스를 더 외면할 수 없었다. 스킨스의 승격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인 서비스타임도 사라졌다. 피츠버그는 5월 중순까지 스킨스를 아낌으로써 스킨스의 FA 취득 시기를 2029년에서 2030년으로 늦췄다.

*사무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막전 로스터에 진입한 유망주가 MVP와 사이영상 최종 후보, 또는 신인상을 수상했을 때 드래프트 1라운드 이후 지명권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 지명권으로 스킨스처럼 특별한 유망주를 뽑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스킨스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만나는 팀은 컵스다. 결코 쉬운 팀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 당 평균 득점이 5.06점으로 리그 3위였다. 올해는 작년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을 상회한다(4.58득점). 최근 코디 벨린저가 돌아온 컵스는, 또 다른 주포 스즈키 세이야도 복귀가 유력하다. 즉 스킨스는 완전체 컵스 타선을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이후 가장 각광받는 투수 유망주가 출격한다. 스트라스버그는 데뷔전에서 7이닝 14K 2실점 피칭으로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스트라스버그의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시켜 준 상대 팀은 다름 아닌 피츠버그였다.

대형 투수 유망주의 갈증을 씻어줄 스킨스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 질문의 답이 내일 스킨스의 데뷔전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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