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돌아왔다.
지난해 오타니는 두 번째 토미존 수술 재활기를 가지면서 타자 역할만 수행했다. 역사상 최초의 50홈런 50도루 시즌과 개인 세 번째 만장일치 MVP, 여기에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했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건 투수 오타니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동안 선발진이 붕괴되면서 마운드 운영에 고민이 깊었다. 이로 인해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복귀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은 브랜든 곰즈 단장이 직접 "포스트시즌 복귀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정리됐다.
타임라인
오타니는 이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구 훈련에 돌입했다. 2월1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공 14개를 던졌다. 모두 빠른 공이었고, 최고 구속은 94마일이 나왔다. 투수 오타니의 출발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이 고무적이었다.
이후 오타니는 몇 차례 투구 훈련을 더 가졌다. 구속도 올라왔다. 로버츠 감독 역시 "5월이면 투수로서 완전히 돌아올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타니의 투수 복귀는 박차를 가하는 듯 했다. 그런데 머지않아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오타니는 2월25일 이후 한동안 투구 훈련을 하지 않았다. 복귀 시기를 구체화했던 로버츠 감독도 "공 던지는 것을 멈춘 건 아니지만, 그 다음 훈련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He hasn’t stopped throwing. But I don’t know when he’s going to throw his next bullpen)"고 전했다. 다저스도 오타니의 투수 복귀는 조금 늦어질 것이라고 인정했다.
변수는 도쿄 시리즈였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아시아에서 개막 시리즈가 열렸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다른 팀들보다 휴식기가 늦었는데, 대륙을 횡단하는 시리즈 때문에 모든 일정이 일찍 시작됐다. 당연히 선수 관리가 필요했고, 오타니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오타니는 3월말에 투구 훈련을 재개했다. 20개 정도의 공을 던졌다. 로버츠 감독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즌이 개막하면서 오타니의 투구 훈련은 본격화됐다. 투구 수를 늘렸고, 던지는 구종도 다양해졌다. 재활 중인 투수는 구속 회복과 더불어, 그 구속에 제구가 동반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후유증이 남아서도 안 된다. 다행히 오타니는 이 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타니는 불펜 피칭 투구 수를 50구까지 늘렸다. 그러자 5월말에 타자들을 세우고 공을 던지는 라이브 피칭을 시작했다. 타자로서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서는 오타니는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라이브 피칭은 복귀 전 마지막 단계였다.
오타니는 6월 세 번째 라이브 피칭에서 44구를 던졌다. 그동안 말을 아꼈던 로버츠 감독은 전반기 복귀 가능성에 관해 "아예 없진 않다(north of zero)"고 답했다.
실제로 오타니는 6월17일 메이저리그 복귀를 발표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복귀였다. 정상적인 선발 등판을 소화하는 건 아니지만, 오타니가 정식 경기에 나오는 것만으로 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군다나 첫 상대는 다저스에게 까다로웠던 샌디에이고였다. 보통 복귀전은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선택한다. 그러나 오타니는 상대를 고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날을 골랐다. 언젠간 부딪쳐야 한다면 피하지 않는 선수가 오타니였다.
100마일
6월17일, 오타니는 타석보다 마운드에 먼저 들어섰다. 다저스타디움 관중들은 663일 만에 투수로 나온 오타니를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다저스 이적 후 첫 등판이었다.
첫 타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였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던진 첫 공은 98마일 싱커였다. 오타니는 풀 카운트 승부 끝에 중견수 앞 안타를 맞았다. 타구속도 74.6마일로, 잘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첫 타자를 내보내자 몸에 힘이 들어갔다. 폭투를 범하면서 타티스를 2루에 보냈다. 실점을 막아야 했던 오타니는 전력 피칭을 가져갔다. 그러자 4구 포심의 구속이 100.2마일이 찍혔다. 비록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지만, 투수 오타니가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오타니의 첫 등판은 순탄하지 않았다.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에 몰렸고,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점수를 내줬다. 하지만 후속 두 타자를 땅볼 처리한 덕분에 추가 실점은 막았다.
1이닝 2피안타 1실점, 오타니는 약 2년 만의 실전 등판에서 공 28개를 던졌다. 경기 후에는 복귀를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결과를 떠나 이 순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등판이 거듭될수록 투구 수를 늘린다. 그러면 3,4번째 등판에서는 정상적인 선발 투구 수를 가져간다. 하지만 오타니는 6일 후 두 번째 등판에서 오히려 투구 수를 줄였다. 1이닝 무실점과 함께 삼진 2개를 곁들였지만, 더 이닝을 소화하지 않고 18구에서 내려왔다. 로버츠 감독은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몸상태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 선발 등판 내용
6/17 : 1이닝 1실점 0삼진 (28구)
6/23 : 1이닝 0실점 2삼진 (18구)
6/29 : 2이닝 0실점 1삼진 (27구)
7/06 : 2이닝 0실점 3삼진 (31구)
*4경기 ERA 1.50 / WHIP 0.83 / BA .200
오타니는 세 번째 등판에서 2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주말 네 번째 등판도 2이닝을 책임졌다. 첫 등판 이후 실점하지 않으면서 성적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토미존 수술 이전 오타니의 주무기는 스위퍼였다. 메이저리그의 '스위퍼 신드롬'은 오타니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포심과 스위퍼, 커터의 도합 비중이 약 80%였다. 투수 경력이 늘어날수록 초창기 주무기였던 스플리터를 아낀 점이 특이점이었다.
지금까지 오타니의 피칭은 수술 이전과 다른 듯, 다르지 않다. 포심과 스위퍼를 중심으로 하는 기본 골격은 비슷하지만, 서드피치로 활용했던 커터가 거의 찍히지 않았다. 첫 등판에서 많이 던져 주목받은 싱커도, 첫 등판에서만 8개, 나머지 등판은 총 3개였다.
가장 돋보이는 건 구속이다. 첫 등판에서 100마일을 넘긴 오타니는, 세 번째 등판에서 최고 구속 101.7마일을 기록했다. 개인 신기록이었다(종전 101.4마일).
오타니는 두 번째 등판을 마친 뒤 "투구에 더 알맞은 동작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곧바로 이 말에 상응하는 구속을 보여줬다. 짧은 이닝을 던진 점을 감안해야 되지만, 현재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빠른 구속을 과시하고 있다.
포심 평균 구속 (100마일 공)
2018 : 96.7마일 (7구)
2020 : 93.8마일 (0구)
2021 : 95.6마일 (11구)
2022 : 97.3마일 (40구)
2023 : 96.8마일 (17구)
2025 : 98.4마일 (5구)
목표
투수 오타니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이닝 이상 맡을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투구 수 제한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는 날은 언제일지 미지수다.
다저스는 급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지만, 타일러 글래스나우와 블레이크 스넬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앞서 선발 투수를 충원할 수도 있는 팀이 다저스다. 선발진 사정 때문에 오타니의 이닝 수를 충동적으로 늘리는 일은 없다.

오타니도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타자로서 우승에 기여했지만, 올해는 투타 모두 나설 수 있다. 항상 우승을 품고 있는 오타니가 매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다저스를 택한 건, 이러한 가을 야구를 원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또 다른 과제는 '균형'이다. 투수를 해도, 타자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투타겸업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마운드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타석에 들어가는 일이 멋져보일진 모르지만,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은 오타니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공교롭게도 오타니는 투수를 병행하면서부터 타격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
오타니 투타 병행 성적 변화
이전 : 70G 타율 .297, OPS 1.034
이후 : 20G 타율 .216, OPS 0.827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정상 등판에 가까워질 무렵 타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저스와 오타니의 공통 목표는 '투타겸업의 극대화'다. 다저스도 그 지점을 찾기 위해 고민할 것이고, 오타니도 그에 맞춰 노력할 것이다. 당분간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이미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에 올랐다. 다른 선수들이 우러러보는 선수가 됐다. 그러나 오타니는 계속 자신이 야구를 하는 이유를 좇을 것이다. 최고의 선수들과 겨뤄 그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다.
WBC에서 투수 오타니와 타자 트라웃의 대결은 아직도 종종 회자된다. 어쩌면 투수 오타니는 또 한 번 이런 명승부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상대가 '애런 저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존재가 돌아왔다. 투수 오타니가 선사할 낭만 야구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오롯히 그 야구를 만끽하면 된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